[주연보다 강렬한 조연] 괴생명체 전문 연기자! 얼굴없는 강렬한 조연 더그 존스
18.02.23 01:12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그의 오른팔 격의 배우에 대해 물으면, 스스럼없이 이 사람의 이름을 말할 것이다. 언제나 자신이 창조한 크리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쏟는 델 토로 감독이기에, 크리쳐를 맡을 연기자 또한 이에 못지않은 신중함과 열정을 지닌 배우여야 한다. 시종일관 자신의 진짜 얼굴이 아닌 특수분장을 한 모습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점이 배우 입장에서는 아쉬울법한 일이지만, 이 연기자는 이러한 특수분장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며,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개척했다. <헬보이><판의 미로> 그리고 이번에 개봉하는 <셰이프 오브 워터> 등 길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과 여러 유명 판타지물에 연이어 출연해 상상 속에 존재하는 크리쳐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같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얼굴 없는 배우로 알려졌지만, 그 누구보다 크리쳐에 대한 섬세한 표현력을 선보이며 '장인'의 반열에 오른 그의 이름은 더그 존스다.
이름:더그 존스(Doug Jones)
생년월일:1960년 5월 24일
출생지:미국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신장:192cm
더그 존스는 1980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가정에서 네 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십 대 시절부터 190이 넘는 큰 신장에 남들보다 긴 팔과 다리를 지녔던 그는 볼주립대학교 재학 시절 마임과 곡예를 전공하다 학교 관련 행사에서 마스코트 분장을 맡아 처음으로 특수분장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졸업후에는 잠시나마 얼굴에 흰색 분칠을 한 채 곡예사로 일했다.
존스는 이때의 곡예사 경력을 살려 1980년 TV 광고 캐릭터를 '맥 투나잇'을 분하며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큰 키에 마른 신체, 유연한 곡예 능력을 지닌 덕분에 영화 제작자와 특수분장 전문가들에게 금세 인정받으며 수많은 작품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된다. 1987년 B급 공포영화 <더 뉴리데드>의 조연을 시작으로 90년대 초반부터 할리우드 판타지, 호러물에 연이어 출연하다 1992년 <배트맨 2>의 펭귄의 부하로 출연하면서 상업 영화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TV 광고 캐릭터 '맥 투나잇'을 분했을 당시
▲영화 <배트맨 2> (1992)
▲영화 <호커스 포커스> (1993)
짧지만 <배트맨 2>에서 보여준 곡예 광대 악당 연기를 누군가 눈여겨봤는지 곧바로 코믹 판타지 호러물 <호커스 포커스>의 조연으로 캐스팅돼 마녀들에 의해 부활한 송장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이후에도 <탱크걸><천하무적 갈가메스> 류의 B급 SF 물에 출연하다 1997년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만나게 되고, 영화 <미믹>을 함께 작업하게 된다. <미믹>에서 인간을 모방한 괴생명체 '유다'를 분해 대사 하나 없이 몸동작만으로 공포를 자극하는 연기를 선보여 길예르모 델 토로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고 "내가 살아있는 한 내 작품속의 크리쳐 연기는 항상 더그 존스가 맡을 것" 이라고 말하며 '종신 계약'(?)에 가까운 신뢰를 드러내게 된다.
<미믹>의 분장 연기는 <타임 머신><맨 인 블랙 2><어댑테이션> 등 작품 속 특수분장 배역으로 이어져 작품 완성에 크게 기여했으나, 짧은 단역에 얼굴마저 알아보기 힘든 분장 연기는 아쉬움으로 남겨졌다. 하지만 <미믹>을 통해 진한 우정을 과시했던 길예르모 델 토로는 더그 존스에게 작품의 중심에 서게 될 크리쳐 배역을 제안하게 되는데, 그 작품이 바로 <헬보이>였다. 론 펄먼의 파격 분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반신 전체를 특수분장으로 분한 더그 존스의 아비 사피엔은 그야말로 실제로 있는 괴생명체 그 자체였다.
▲영화 <헬보이 2:골든 아미> (2008)
▲영화 <판타스틱 4 - 실버서퍼의 위협> (2007)
▲영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계의 열쇠> (2006) 에서 연기한 배역들
이러한 그만의 특수분장 연기의 정점은 길예르모 델 토로의 2006년 작품 <판의 미로>를 통해서 정점을 찍게 된다. 상상 속의 괴수 판이 마치 살아있기나 한 듯한 분장과 열정적인 연기는 특수 분장 연기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았다. 더그 존스는 이러한 독보적인 분장 연기로 할리우드 호러, 판타지, SF 영화의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고, <판의 미로> 이후 수십편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반지의 제왕> '골룸' 앤디 서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분장, 마임 연기의 장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연기가 가장 빛을 볼 때는 역시나 길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에서였다. 2014년 TV 호러 드라마 <스트레인> 에서는 흡혈귀를, 2015년 <크림슨 피크>에서는 여자 악령 레이디 샤프를, 그리고 이번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에서는 그만이 할 수 있는 말못하는 수중 괴생명체를 열연했다. 특히 이번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은 그가 연기하는 크리쳐가 처음으로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희생적인 열연에 대한 보상과도 같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타트렉:디스커버리> (2017)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2017)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에 함께 출연한 샐리 호킨스와 함께
더그 존스의 활약상은 스크린을 넘어서 SF, 판타지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근래의 브라운관 드라마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외계인의 지구침략을 다룬 드라마 <폴링 스카이> 시리즈를 비롯해 넷플릭스의 SF 드라마 <스타트렉:디스커버리>에서는 실감 나는 외계인 연기까지 펼쳤다. IMDB에 등록된 그의 출연작은 현재까지 155편으로 향후 5편의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려 16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을 정도로 SF 판타지 장르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만큼 이후의 글로벌 영화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인간 문화재' 같은 존재로 기억될 것이다.
P.S: 악마와 괴물을 주로 연기했지만, 재미있게도 그는 스스로를 '중서부의 골수적인 기독교인' 이라고 말할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졌다. 그때문에 악마가 주인공인 <헬보이>에 출연했을 당시 조금 꺼림칙했다고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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