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골든슬럼버' 강동원, 그의 마음을 짠하게 한 이한열 열사 어머니의 한마디
18.02.25 23:31
<골든슬럼버>와 관련해 인터뷰를 하게 되었지만, 그에게 <1987>에 대한 질문을 꼭 해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각인될 캐릭터를 맡은 동시에, 영화 출연 이후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듯한 행보를 보여줘 배우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기를 맞고있다. <골든슬럼버>는 일본의 유명 소설과 영화를 원작으로 두고 있지만, 그 안에는 국가와 개인,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삶에 대한 애환이 진하게 담겨 있었기에 <1987>의 출연을 결정했던 계기가 어느 정도 적용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과연, 무엇이 그의 가치관과 작품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재미있게 봤다. 매우 편했고, 따뜻하게 끝나서 너무 좋았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장면은?
친구들하고 함께 있었던 과거 장면이 매우 재미있었다. 그동안 계속 도망만 다니는 장면만 찍다가, 다같이 모여 함께해서 너무 재미있었다.
-그때 좋았던 기억이 영화를 보면서도 있었나?
그랬다. 대명이와 성균이가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 일찍 친해질수 있었다. 윤계상 선배와 효주씨와는 처음인지라 서머 서먹해서 아쉬운 게 많았다. 처음이자 마지막 촬영이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번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었다. 일본과 달리 한국 정서에 맞게 만들면 좀 더 스피드하게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다. 주제도 좋은 게 많았고 전개도 익숙하지 않아서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계속 도망만 가야 하는 과정이 재미있지 않았나? 거기로부터 얻는 감동과 메시지도 적절하게 담겨 있어서 좋았다.
-극 중 건우는 답답할 정도로 너무 착하다.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오히려 나는 캐릭터의 변화가 없어서 편했다. 답답해 보이지만, 건우는 할 말 다하고 물어보고 싶을 때 다 말하는 캐릭터다. 그 지점이 현실 속 나와 비슷해 보였다. 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으니까. (웃음) 그렇다고 이 친구처럼 순진해 빠지지 않았다. 근철(김성균)이 때문에 내가 요원들에게 들킨 장면을 촬영했을때, 감독님께서 건우가 근철을 한 대 때리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나는 "건우라면 절때 때리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나는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좀 욕먹고 손해 보면 어때?"라고 있는데, 극 중 건우가 민씨한테도 말하는 대사로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 정도로 일상 속 내 모습의 일부를 대입시킨 캐릭터였다. (웃음)
-김의성과의 조화가 묘한 브로맨스 같은 여운을 만들었다. 극 중 김의성에게 의지해야 할 만큼 붙어있어야 했는데, 함께 하면서 느낀 점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선배님과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 촬영 끝나고 함께 여행도 같이 갔었다. (웃음) 선배님이 액션 연기를 싫어하셔서, 촬영 내내 너무 힘들어하셨다. 함께 이야기도 하고, 시사에 관해 함께 토론해서 깊이 있게 친해지게 되었다. 근데 이제는 주진우 기자님하고 시사프로그램을 하고 계시더라. (웃음) 주 기자님하고도 알고 지낸 사이인데, 정말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궁금하다.
-극 중 1인 2역으로 연기한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 촬영이 특이했다고 들었는데 왼쪽, 오른쪽 얼굴을 바꿔가며 연기했다고 들었다.
내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다. (웃음) 왼쪽이 더 선해 보이고 오른쪽 얼굴이 더 악해 보인다 해서, 마음대로 쓰시라고 했다. (웃음) 그래서 개런티를 더 달라고 이야기도 했었다. (웃음)
-다른 이들은 1인 2역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
정말? (웃음) 그럼 우리 의도가 성공한 거다. 최대한 다른 배우가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악역의 경우에는 다른 코를 분장시켜서, 인상이 달라 보이게끔 했다. 목소리 톤도 일부러 바꾸면서 노력했는데, 잘되었다니 다행이다.
-전작에서 순진한 선역과 극단적인 악역을 자유자재로 연기했다. 그 중심에는 강동원 특유의 미소 연기가 기반이었다. 어떻게 이런 미소를 통해 선과 악을 표현하게 되었나?
선과 악 두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각각 확실하게 다르게 잡았다. 나쁜 역할을 할 때는 나쁜 마음을 하게 되니 그 모습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아무래도 내가 악역을 많이 해봐서 그런 것 같다. 캐릭터를 하는데 어려운 건 없지만, 대신 특수분장을 할때 내가 제안을 했는데 그게 참 어려웠다. 이번 악역 연기의 경우에는 코 분장을 뺐다, 다시 끼기를 반복해야 해서 불편했다.
-정소민 배우가 선보인 '깜짝' 액션 연기도 화제가 되었다. 이 장면과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일단 여자분과 액션신 할 기회가 많이 없다. 남자분들은 힘이 세서 힘으로 하는 분들과 작업하면 정말 힘들다. 아, 가만 <형사> 때 하지원 누나하고 했었구나. (웃음) 지원 누나는 힘이 세서...(웃음) 아무튼 그 누나는 파이팅이 있다. 오랜만에 여자분하고 했는데 너무나 유연해서 놀랐다. 무엇보다 남자분들보다 합이 더 잘맞았고, 덕분에 아프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웃음) 남자분들하고 하면 보호대를 해도 아픈데...정소민 배우하고는 안전하게 합을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극 중 대학생으로 돌아간 장면이 나온다. 강동원의 스무 살은 어땠나?
내 스무 살 때는 정말 치열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지가 않다. 돌이켜 보니 그 시절은 작품만 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잘 지냈다. 대신 내 고등학교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기숙사 생활이다 보니, 애들하고 수다 떨고 함께 놀아서 추억이 많았을 때였다. 써클활동도 이때 많이 했다. 주말에 함께 계곡도 가고 소풍도 가서 학창시절은 참 재미있었다. 스무 살 때는 일을 많이 해서 특별히 뭔가 한 게 있다면 목공을 배웠다. 목공은 <전우치> 때문에 했다. <전우치> 작업이 길어져서 한동안 산에서 지내면서 거기서 목공을 배우면서 기다렸다. (웃음)
-작품 참여 기준에 메시지도 참고한다고 들었다. 그 점에서 볼 때 <1987>은 어떤 작품이었나?
우선은 한국 근대사의 민주화 과정을 책이 아닌 디테일한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 시절을 다시 돌이켜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다큐 자료와 함께, 사건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이한열 열사의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눈물이 안 날수밖에 없었다. 끝나고 많은 공부가 되었고, 책임감도 생기게 되었다. 재작년 5월, 8월 때 투자가 안나와서 내가 지원을 했고, 투자가 들어오고 배우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할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영화가 공개된 후 이한열 열사님의 가족을 만났는데, 어머님을 뵈었을 때 상처가 있으신지 내게서 멀어지려고 하셨는데 반해, 누님은 정말 나를 동생처럼 대해 주셨다. 나중에는 어머님까지 나를 아들처럼 바라봐 주셨는데, 나중에 김태리 씨를 보시더니 우리 한열이가 살아있었으면 이런 처자를 만났을 텐데, 라고 하셔서 마음이 너무 짠했다. 극 중에서 태리 씨와 내가 연인관계가 아니지만 풋풋한 느낌이 남아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실제로 이한열 열사님 일기를 보면 여자친구는 없었지만, 이성에 대한 고민이 함께 담겨 있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배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영화가 즐거우면서도 감동도 있고 메시지도 있는 거라 생각한다. 영화적으로 표현해서 힘을 실어줄 수도 있는 거니, 그것은 선동이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를 나타내 주는 거라 본다. 그래도 좋고 나쁨의 판단은 관객이 해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 저절로 그런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생각도 절로하게 되었는데, 20대 후반 들어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도 빚이 있기 때문에 나도 그것에 관심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만나는 사람들과 그 부분에 대화하다 보니 저절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요즘 내 또래들이 그 쪽(정치, 시사, 사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웃음) 그래서인지 이제 좀 어른이 된 것 같다. 무언가를 책임져야 하니 이제 큰 그림을 보게 된 것 같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나?
우선 우리나라 영화 시장이 크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제작비가 적고 스태프를 비롯한 모든 참여자들이 어렵게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우리 영화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에는 배우가 해외로 진출해서 우리 영화 시장의 규모와 다양화에 기여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물론 좀 더 다양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던 소망도 함께 있었다.
-할리우드 진출작 <쓰나미 LA> 준비는 어떻게 되가고 있는가? 캐스팅 배경이 궁금하다
원래는 다른 작품을 통해 첫 할리우드 신고식을 할 뻔했다. 재작년 LA에서 캐스팅 제안이 왔었고, 한국에서 오디션 비디오를 보내라고 요청했었다. 오랜만에 하는 오디션이고 영어 대본이라 정말 달달 외웠다. 캐스팅 디렉터 분들도 마음에 들어 하셔서 그동안 영어 공부한게 결실을 본 거 같아서 좋았다. 그 영화 출연을 위해서 LA 미팅도 잡혀있었는데, 돌연 무산되자 제작사에서 <쓰나미 LA> 출연을 제안했다.
-그러고 보니 오디션도 오랜만이다.
오디션은 내 인생 딱 한 번이었다.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였는데, 그 이후로 더 이상 오디션이 없었다. (웃음)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마음이어서 어떤가?
똑같은 거 같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면 된다. (웃음) 여기와는 다른 시스템이고, 한국 사람으로서 외국에 가서 해야 하니, 잘못해서 한국 망신 시키는 거 아닐까 걱정된다. (웃음) 그래서 오로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극 중 역할은?
극 중 내 역할은 LA에서 사는 한국인이다. 원래는 브라질 사람이었는데, 미팅하고 그냥 한국 사람으로 바꿔서 하자고 했다.
-예전에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사라졌다. 어릴 때는 결벽증이 있었는데 고등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이제 내가 중심이 잡히니까, 서서히 달라지는 것 같다. 항상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교류하고 균형을 잡다 보니 내 자신이 달라지는 것 같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다 보니 배우는 게 많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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