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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흥부] 정우 "첫 사극 힘이 되워준 김주혁 선배님이 그립다"

18.03.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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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의 흥행 여부를 떠나서, 이번 영화는 정우에게 있어서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었다. 첫 사극 도전이라는 의의와 함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선배인 故 김주혁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을 남겨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에서 김주혁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사극 소감은?

첫 사극인 만큼 상투를 하고 수염을 붙인 내 모습이 궁금했다. 원래 제목이 <흥부> 두 글자였다. 흥부라는 상징성이 담긴 캐릭터를 기대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김주혁 선배님을 비롯한 쟁쟁한 분들이 나온다 해서 용기를 내고 참여했다. 


-흥부라는 캐릭터가 민중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변경되어서 부담은 없었나?

캐릭터의 폭이 넓다 보니까 그렇게 착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들어갔지만 느슨해진 캐릭터가 무언가를 잡고 가는 모습 때문에 극 자체가 진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사실 이 친구가 무언가를 주도했다고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모습이 있디. 칼로 무언가를 바꾸려 하기 보다는 말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수준이지 거창하게 혁명가의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흥부를 인간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것 같다. 글을 쓸 때 삐딱한 자세로 쓰던 모습은 본인의 의도인가?

그렇다. 그건 내 아이디어였다. 좀 더 진지하게 가거나 밝게 갈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나는 조금 더 풀어진 느낌으로 다가가야 좀 더 거리감 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평소 보여준 유쾌한 이미지와 다른 조용한 모습이다.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중반 이후에 그나마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서 좀 더 매력적이라고 할까? 그리고 흥부의 글로 인해서 모든 사건이 다 벌어지기 때문에 스토리가 흥미로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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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캐릭터가 사실 재미를 주기 어렵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 캐릭터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캐릭터가 있다. 그런 면에서는 흥부 캐릭터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캐릭터의 폭도 크니까 관객들도 가슴을 두드리는 요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천우희씨 경우도 작게나마 흥부의 미니미 같은 느낌도 있었고, 김삿갓도 등장해서 둘다 밝은 에너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바람>의 원안을 맡은 바 있어서 흥부 캐릭터에 많이 공감했을것 같다.

그런 질문이 많이 나올것 같았다. (웃음) 내가 거창한 걸 쓴 건 아니어서 그거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았다. (웃음) 물론 흥부가 글로 세상을 바꾸지만, 실제 의도한 것과 다르게 세상을 바꾸게 되다.


-시종일관 붓을 들어야 해서 힘들지 않았나?

그건 대필한 거다. (웃음) 내가 워낙 악필이라. (웃음) 그나마 내가 제대로 쓴 건 멀리서 잡아준 거 같아 다행이다. (웃음) 실제 글 쓰는 분들의 속도감과 영화적인 부분이 사실 차이가 있다. 이러나저러나 글 쓰는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쎄시봉> 때는 연주를 해본 적이 있어서 부담은 없었는데... 글쓰는건 정말 자신 없었다. 


-김주혁 배우가 "부채를 휘날리며 땅이 하늘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라고 말하며 어둠 속에 사라지는 장면이 보는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이처럼 촬영할 때 몰랐는데 막상 공개되고 나서 더 마음에 아렸던 김주혁의 출연분이 있었다면? 

바로 그 장면이었다. 그날도 왜 그런지 몰랐는데...다들 그 장면이 참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 장면을 촬영 했을때 조혁 이라는 캐릭터라는 자체를 모두가 느꼈던 것 같다.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결국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김주혁 선배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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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출연분에 마음에 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면?

글쎄...나는 맨 마지막 내가 큰 나무 아래서 조혁의 음성을 듣는 장면이 참 기억에 남았다. 부여 쪽에서 촬영한 장면인데, 그 장소에 있던 나무도 인상적이었다. 


-영화 속 캐릭터가 좀 더 개성적,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다. 아쉬운 건 없었나?

그러게 흥부가 좀 더 바람기 있는 모습이 있었으면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주된 이야기가 형제 이야기이다 보니 빨리 메인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술이라도 많이 마시는 캐릭터였으면 좋았을 텐데... (웃음)


- 그 이전에 여러 사람과 함께 했는데, 이번에 원톱이라 부담은 없었나.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작품이 <쎄시봉>이었는데, <재심> 때는 하늘이랑 파이팅해서 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김주혁 선배님께 크게 의지해야 했던 작품이었다. 사실 사극이란 작품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선배님이 하는 걸 보면서 용기내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흥부가 조혁을 통해 자신의 길을 발견했듯이, 정우 배우가 출연한 작품속 캐릭터들은 항상 타인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다. 성장하는 인물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작품 선택을 하면서,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특히 성장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에너지와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다 보니 내가 그런 작품들을 좋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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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하면서 얻은 경험은?

바로 사극을 했다는 것.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모르겠지만, 막상 지나가고 나니 의미 있게 다가왔다. <흥부>는 영화 그 이상의 작품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사실 <재심> 때도 그랬고, <히말라야>도 그랬고 매번 작품이 쉽지 않다는걸 느낀다. 엄살 부린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심정이 정말 그렇다. 할 때마다 느끼는 게 많고, 이렇게 싸이다 보면 분명 좋은 연기를 하는데 자양분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만약 제비가 박 씨를 물어오면 뭐가 나왔으면 좋겠나?

글쎄...희망? (웃음) 이러면 재미없겠지? 단 하루라도 좋으니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게 돈, 소식, 말, 글일수 도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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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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