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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사계절 농사를 하면서 얻게된 인생의 교훈은?

18.03.0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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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1987> 을 통해 연이어 프로필을 갱신 중인 김태리가 이번에도 <리틀 포레스트>로 또 다른 대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리틀 포레스트>는 지금의 김태리와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작품으로, 배우이자 청춘인 그녀의 모습이 투영된 작품이란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직접 사계절을 보내며 삼시 세끼를 해결했던 그녀에게는 이 모든 순간이 어떻게 느껴졌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극 중 자신의 연기와 요리 실력을 자평하자면?

요리실력은 아주 좋았다. (웃음) 혜원이가 시골에 내려와서 도시에서 펼치지 못한 요리를 마음껏 했던 것 같다. 연기 자평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아직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 관객분들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원작은 봤나?

봤다. 시나리오 읽기 직전에 봤다. 보면서 참 좋았고 그런 여백이 많고 조용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촬영하면서 힐링 되는 느낌은 있었나?

현장 자체가 <아가씨> <1987>하고는 이야기의 결이 달라서 편하게 다가왔다. 사계절마다 촬영해서 한 계절에 만나 헤어지고 다시 다음 계절에 만나 촬영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렇게 만나서 작업하니 더 반갑고 좋았다. 스태프들과 가족이 된 기분이었다. 


-극 중 캐릭터들이 전부 본인 성격들 같았다. 모두 실제와 똑같았나?

준열 배우님이 재하와 굉장히 비슷한 지점이 많았다. 멋있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할까? (웃음) 긍정적이고 바른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면들이 많이 비슷했고,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진기주 배우는 본 모습처럼 닮았지만, 영화처럼 깨방정스러운 모습은 많이 없었다. 은숙이 같은 경우는 친구 본연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었지만 극 전체의 톤을 조절해 줘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문소리 선배님은 감독님이 원한 그대로 연기해 주셨다. 소리 선배님의 엄마는 굉장히 강인하고 엄마만의 색을 보여주고 있다. 


-농사하면서 재미있고 신기한 지점이 많았을 것 같다. 

정말 만만치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냥 시골 같은 데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야지"라고 말하지만 절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키운 작물들이 꽤 많았는데, 그 작물들이 자라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혜원이가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극 중 재하의 사과밭이 말해주듯이, 날씨로 인해 한해 농사가 엉망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을 자연의 섭리처럼 받아들이며 내년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좋은 교훈을 가져다주었다. 어떻게 보면 실패이지만 이곳에서는 실패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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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왜 혜원이 곁을 떠나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 따로 설정해 둔 전사는 없었나?

없다. (웃음) 대신 우리끼리 장난처럼 한 이야기인데, 엄마가 아직 젊으니까.... (웃음) 아름다운 장밋빛 이야기도 있을 거라 했고, 해외 원정 도박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웃음) 엄마의 편지 읽는 장면은 영화관에서 처음 봤는데, 공감이 가고 좋았다. 지금까지 혜원이 이야기만 했는데 그 편지를 읽으면서는 엄마의 삶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이 시나리오를 받고 겨울 편을 초반부터 찍었을 때 엄마가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혜원과 엄마의 관계가 단편적으로 보였는데 절대 묻히지 않고 엄마라는 인물이 잘 선명하게 들어나야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극 중 선보인 요리 중 직접 해본 메뉴는?

샌드위치, 떡, 막걸리는 직접 해본 적은 없는데 국과 수제비는 직접 해본적이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음식은?

가장 어려웠던 음식이 떡이었다. 만들기도 어려웠지만 촬영하는 데 있어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장 쉬웠던 요리는 대추전 이었다. 실제로 해보니 너무 쉬웠고, 맛있기까지 했다. 


-농작물을 눈밭에서 따오는 장면이 도시인들에게 신기해 보였을 것 같다.

우리끼리도 사실 그게 말이 되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직접 해보니 신비하면서도, 재미있었고 그렇게 해서 농작물을 따오니 정말 신기했다.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느낀 점은?

사실 나는 도시에서만 살았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시골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럴 때 마다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었는데, 그때의 그 밝은 감정을 영화 속 혜원의 감정으로 활용해야겠다 생각했다. 특히 이번에 또래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것이 이번 감정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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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에 나오는 정서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영화가 그런 예능 프로그램이 전해주고자 하는 것을 잘 전달해 준 것 같다. 이런 삶도 있지만 저런 삶도 있다는 의미했다고 할까? 내가 살아온 곳과는 전혀 다른 공간의 모습, 삶을 통해 내 삶이 넓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을 평소에도 하는 편인가?

일부러 안 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다. 지금 코앞에 닥친 것을 먼저 해결하려는 편이다.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중에는 좀 더 자유롭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사 같은 것들도 그날그날 직접 바꿔가면서 만들었다. 사실 일 이야기보다는 고스톱 친 게 더 많아서... (웃음) 감독님이 인물을 꿰뚫어 보는 면이 있으시다. 카리스마가 있다고 할까? 굉장히 자연 친화적이셔서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내가 잘 따라왔던 것 같다.


-영화처럼 평소에도 애벌레를 잘 만지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웃음) 나를 공격하는 벌레는 무섭지만, 가만히 있는 건 무섭지 않다. 당연히 바퀴벌레는 좀...(웃음) 


-현재까지 작품 선구안이 가장 좋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가?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우선 시나리오와 그다음 감독님을 본다. 이 두 개를 우선으로 보며 작품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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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힐링 되는 게 있다면?

고양이를 키운다. 키울 때 마다 보람을 느끼고 친구를 만나면서 고민을 많이 나눠서 좋았다. 친구를 통해 고민을 털어놔서 참 좋았다. 


-세 사람이 함께 한 장면은 설정된 거라기 보다는 진짜 같았는데, 즉흥적이었나?

맞다. 즉흥적인 설정이다. 드립 커피 장면도 말하다 나왔고 우리끼리 이야기하는걸 감독님이 한참 보시다가 그 장면 그대로 쓰자고 하셨다. 대부분 만들어진 거여서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다. 진기주 언니가 의외로 말을 너무 잘해서 재미있었다. 극 중 나온 언니의 대사는 언니가 직접 말한 대사들이다. 언니의 덕을 많이 봤다고 할까? 


-대학 생활 을 신방과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했나?

대학교 2학년 때 연극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나 혼자 나오는 모노드라마를 하게 되었다. 암전되기 직전의 박수 소리와 내가 어두워지는 분위기가 정말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 과정 자체에서 큰 재미를 느꼈고 내가 내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웃음)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재능은 개뿔. (웃음) 연기는 정말 어렵다. 


-다시 연극을 해볼 생각은 있나?

있다. 얼마 전 달환 오빠가 <앙리 할아버지와 나>라는 연극을 했는데, 공연 자체의 느낌 외에도 신구 선배님, 달환 오빠, 소담 배우님 이렇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약 <리틀 포레스트>의 후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계속 사회 초년생인 혜원의 모습과 엄마가 된 성인 혜원의 모습중 어떤 모습으로 출연했으면 하는가? 

혜원이가 결혼했을까? (웃음) 그것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아니면 스핀오프로 <도시로 간 은숙이>를 만들어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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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독특한 캐릭터로 주목받은 만큼, 본인이 생각하기에 좀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여성 캐릭터는?

다양한 직업의 여성 캐릭터는 늘어났지만, 아직 특이한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많이 나오지 못한 것 같다. 그에 비해 남자 캐릭터들은 다양한 편이다. 예를 들어 준열 오빠만 보더라도 <침묵>에서의 역할을 보면 너무 독특하지 않은가? 그런 형태의 독특한 개성과 성격을 지닌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다. 점심에 먹고싶은 영화 속 음식이 있다면?

어제는 파스타가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왠지 배추 된장국이 먹고싶다. 


-같은 또래인 태리씨 주변인들의 고민은?

취업은 기본이고, 퇴사와 이직 고민하는 친구들, 영화 쪽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들 모두 일상생활에서 오는 불안함을 해소해 줄 것을 원한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낳은 삶을 살고 싶어한다고 할까? 내가 작품 중에서 은숙이에게 던지는 쓴소리 내용이 내가 실생활에서 실수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어느 정도의 관객을 불러왔으면 하는가?

무조건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합니다! 도와주세요!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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