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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리뷰- 최고의 간첩들이 만든 아쉬운 이야기

13.05.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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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위대하게>
감독: 장철수
출연: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러닝타임: 123분/ 6월 5일 개봉예정
 
 
2013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습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영화 <도둑들>을 통해 20대 남자배우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김수현이 주연을 맡았고 충무로의 기대주 박기웅과 이현우가 함께 출연합니다. 손현주, 고창석, 장광 등 탄탄한 조연들도 가세하여 영화의 볼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동명의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요. 작가 HUN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은 연재할 때 부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시의성이 담긴 소재, 흔하지 않은 스토리라인, 거기에 재미있는 소품들까지, 워낙 고정팬들을 많이 확보 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화 된다는 보도가 처음 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자시사회를 통해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고 온 지금, 20자로 소감을 표현하자면, '역시나 원작보다 나은 영화는 없다'입니다. 영화가 별로였냐구요?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 지 모를정도로 흡입력있었습니다. 배우들이 별로였나구요? 꽃미남들과 연기파 배우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오니 여러분께서도 영화를 보시고 함께 이야기 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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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대에 부응한 김수현, 기대 이상을 보여준 박기웅
 
김수현의 연기는 역시나 뛰어났습니다. [해를 품은 달]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도둑들>의 시원한 액션연기, [드림하이2]의 귀엽고 풋풋한 모습이 더해져 완벽한 방동구와 원류환이 태어났습니다. 특히 순간 순간 변하는 눈빛과 표정은 김수현이기에 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압권이었습니다. "동구야" 부르는 슈퍼집 아주머니의 부름에는 "흐헤"하며 바보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위협이 닥칠 때에면 어느새 '들개'로 돌아와 자신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코믹연기 역시 명불허전이었는데요. 진지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짝사랑하는 유란을 보고 좌절하는 모습은 가히 최고였습니다. 괴물로 길러졌던 류환이 처음으로 사람의 정을 느낄 때에는 또 어떻구요. 스크린에 비치는 류환의 눈물에 많은 관객들의 눈가 역시 촉촉해 졌습니다. 이 영화에서 김수현은 완벽한 동구였고 류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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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하면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리해랑 역의 박기웅인데요. 사실 박기웅은 최근 흥행한 드라마 [각시탈] 이외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냅니다. 박기웅이 맡은 역할인 '리해랑'은 북한 최고위 간부 리무혁의 버려진 아들입니다. 어디서 뭘 하든 재미있어야 한다는 성격의 소유자로 5446부대의 죽음을 부르는 훈련도, 남파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스파이입니다. 그런 리해랑에게 떨어진 미션은 달동네 가수 지망생. "인민의 락을 보여주갔어" 라고 호기롭게 외치지만 오디션 결과는 매번 낙방입니다. 원류환보다 리해랑이 제 맘속에 남은 건, 선한 웃음에 감춰진 슬픈 눈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속 어떤 상황에서도 웃지만, 사실 해랑의 사연은 세명의 스파이 중 가장 슬픕니다. 돌아갈 가족도 희망도 없기 때문에 죽음 앞에서도 쿨할 수 있는거구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리해랑은 가장 따뜻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박기웅은 리해랑을 연기하며 배역을 '내 새끼'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고 합니다. 역할을 위해 체중을 늘리고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에 도전하기도 했지요. 또한 기타지는 장면을 위해 기타를 직접 배우고 북한 사투리와 액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세 명의 스파이 중 북한 사투리에 가장 능숙한 것도 박기웅입니다. 아무튼 이번 영화가 박기웅의 연기 인생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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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웹툰 그리고 영화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동명의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는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장르 역시 다양했지요. 강풀의 <이끼> <이웃사람> 등 스릴러와 <전설의 주먹>과 같은 드라마.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로맨스까지.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있고 그렇지 못한 영화도 있지만 이 들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원작보다 나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웹툰이 9.7이라는 평점을 받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대한 관심이 커 질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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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가서 안정성을 추구했다는 점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만 방대한 내용을 2시간의 영화에 모두 남아내려고 하다 보니 정작 관객에 대한 배려는 부족합니다. 웹툰을 보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영화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접하는 관객은 중간 중간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으리라 예상됩니다. 가령, 해진이 류환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장면들, 목숨을 걸며까지 류환을 살리려 드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웹툰에서는 본편과 외전격인 Slumber에서 그들의 관계가 자세히 설명됩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한 장면 이외에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해 주지 않습니다. 해진이 류환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은 사실 남-남 커플의 핑크빛 무드 이상의 의미가 있는 행동들이지요. 그러나 배경 상황을 모르는 관객들로서는 재미있는 소품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겁니다. 이는 해랑과 흑룡조 조장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흑룡조 조장은 목숨을 걸고 류환과 해랑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 역시 대사 몇마디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개연성이 없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바로 결말부분인데요. 민감한 이야기이니 짧게 이야기 하겠습니다. 결말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입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후반부로 갈 수록 스토리 전개가 엉성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도 원작에서 깊게 설명되었던 부분들이 생략되면서 후반부에 대한 아쉬움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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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저희 무비라이징에서 실시한 예매권 이벤트 결과 80%이상의 관객분들께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가장 보고싶은 영화로 손꼽고 계셨습니다. 또 영화 개봉이 가까워 지면서 2011년 완결되었던 웹툰도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아쉬움들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상반기 최고 기대작인 것은 확실합니다. 단순히 타임킬링용 영화가 아닌 분단의 현실에서 여전히 희생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를 보고나면 가슴 먹먹함에 생각이 많아지실 겁니다. 은밀하고 위대한 이야기, 올 여름 최고의 간첩들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P.S1 영화를 보러가시기 전, 웹툰을 다 보실 시간이 없다면 10편으로 구성된 [은밀하게 위대하게: 슬럼버]를 보고 가시길 권합니다. 좀 더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하실겁니다.
 
P.S2 과연 이 영화는 천만관객 흥행에 성공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김수현의 귀요미 송을 볼 수 있을까요?
 
관련기사 : [은밀하게 위대하게] 위대하게 돌아온 배우들을 만나다

 
 
 
(사진=<은밀하게 위대하게>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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