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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감독, 평창 '컬링' 영화화 질문에 답변이...

18.03.1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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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급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소소한 삶의 메시지를 전한 임순례 감독. 작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메시지의 영화를 전하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는 만큼 묻고 싶은게 많았다. 영화 속 전하고자 했던 실질적인 메시지와 함께 숨겨둔 의미,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던 감독인만큼 평창 올림픽을 통해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감동을 불러온 종목 관련 이야기까지...다양한 질문과 답변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결과물을 본 소감은?

생각보다 관객들이 더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아주 좋다.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지만, 이런 영화들이 잘되어야 다양한 영화들의 기획들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감독은 자기 배우들에게 평가를 잘 받고 좋아해 주면 그것만큼 행복한 게 없으니 만족스럽다. 


-감독님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집단(무리, 친구)으로 등장한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전부 그런 건 아닌데...(웃음)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 순간>이 대표작이다 보니 그렇게 느끼셨던 것 같다. 각각의 등장인물들 모두 밴드와 운동 집단의 소속이니까. 사실 이 영화도 태리가 원톱으로 가는 작품이지만, 비중을 떠나서 친구들이 부각이 된다. 아마도 내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 것 같다. 간혹 조연들이 주연들의 비중을 위해 왜곡되거나 희생될 때가 있다. 그로 인해서 극 중 모든 등장인물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것이 안타깝다. 한씬, 두씬이 되건 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 그래서 내 영화가 무리와 집단이 등장하는 영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감독님의 초기작인 <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시절과 달리 근래의 감독님 영화들은 밝고 유머러스한 요소가 많아졌으며, 따뜻한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나 <세 친구> 같은 경우 당시 출연진 모두 무명의 아마추어 배우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성향을 부각하기보다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싶어 한 나만의 스타일이 고집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중과의 접점이 없었다. 세 친구의 경우는 전국 3만 명이 관람했다. 그 정도로 소수관객들만 좋아하는 영화들을 만들다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대중하고 접점을 찾는 과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지향하는 영화관이 바뀌게 되었다. <세친구>같은 마니아 관객을 위한 영화도 필요하지만, <우리 생애 최고 순간>처럼 대중들이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영화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대중들이 좋아하는 성향의 작품들을 지향하게 되었다. 


-세 배우를 각각 캐스팅하게 된 이유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나?

일단 뭐라고 해도 이 영화는 혜원이가 끌어가야 하는 영화다. 혜원역을 할 수 있는 배우가 가장 중요했고, 굉장히 자연스러운 배우가 해야 된다 생각했다. 시골, 자연주의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가 인공적이거나 화려함 보다는 자연과 어울리는 배우가 해야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는 김태리였다. <아가씨>를 통해 알았지만, 영화 속 모습과 달리, 직접 만난 태리는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요즘의 젊은 배우들과 달리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눈이 아주 깊었다. 그래서 이 친구는 꽤 깊은 내면을 가졌을 거라 생각했다. 자기 생각이 뚜렷하면서도, 자기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호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제안을 하게 되었는데, 김태리 씨 측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좋게 봐서 기분 좋게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준열 씨는 좀 더 큰 영화를 할 수도 있었는데, 본인이 재하에 관심을 가졌다. 준열 씨에게 재하를 제안한 것은 다양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몸도 건강하고 농사를 짓기에 부족해 보이지 않은 신체를 지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묵묵하지만, 같이 장난을 치며 오빠처럼 조언을 줄 수 있는 캐릭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스케줄도 워낙 바쁜 친구여서 할 수 있나 했지만, 결국 합류하게 되었다. 진기주 배우의 경우는 합류당시 드라마 <미스티> 캐스팅 전이었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선택했으며, 따로 오디션을 통해 확정 지은 케이스다. 캐스팅 당시 완전 무명이었고, 기대 이상으로 연기를 선보여 너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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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을 키우는 과정이 큰 의미를 전해준다. 그런데 농촌서 사는 주인공들이 채식 위주로만 식생활을 하는 과정이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육식을 배제한 이유가 따로 있나?

사실 내가 고기를 안 먹는다. (웃음) 그러다 보니 설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렇다고 "고기는 안돼!"라고 고집하지 않았다. 음식이 여러 종류 나오는데 거기서 육식, 해물이 나올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다 주변에서 자라나는 농작물을 취하다 보니 그렇게 나오게 되었다. 물론 동네 할아버지가 닭을 갖다 줬지만 그걸 집아 먹을 수는 없었던 거고...(웃음)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푸드팀과 의견을 나눠서 삼겹살 먹는 것을 제안했는데, 다들 극 중 고기가 안어울린다는 의견이 나왔다. 심지어 마지막에 떡볶이를 먹을때의 양념도 닭볶음탕 메뉴였다. 그래서 닭볶음탕으로 할까 했는데 스태프들이 그것도 반대했다. 스태프들도 이 영화에 고기가 안 어울린다는 것을 인지한 것 같다. 나야 땡큐였다. (웃음) 


-혜원이 편의점 도시락 음식을 먹다가 뱉으며, 허기지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 설정한 것인가?

그게 설명이 부족해 보일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 장면은 사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넘은 도시락을 먹다가 쉬어서 뱉은 거였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어떤 젊은이들은 편의점 음식이 맛있다 하는데, 나는 음식에 있어서 보수적인 편이다. 그런 조미료가 많이 가미된 음식들은 먹어도 허기진 것 같다. 그리고 진정으로 맛있게 먹기보다는 살기위해 열량을 챙기기 위해 먹는 것 같다. 혜원이는 어머니가 해준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는 아이였는데, 서울에서의 인스턴트 음식은 혜원이에게 맡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배고프다고 표현했던 것 같다.


-원래는 작품 속 나오는 음식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게 원작자의 조항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음식을 바꿀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일본은 원래 우리 영화 뿐만 아니라 1차 소재 소설이든 만화든 다른 매체로 바꿀 때 캐릭터를 절대 바꾸지 못하는 규정이 있다. 외국에서 리메이크 할 때도 너무 세세한 제약이 많다. 그래서 설정 변경을 위해서 계약을 하고 설득을 했다. 음식 몇 가지를 바꿔야 했다. 한국 음식과 다른 게 있으니 한국에서 바꿀 수 있는 음식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스튜디오에서 계속 고집을 해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시나리오 번역본을 보내서 보내줬더니, 원작자가 읽고는 이해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원작자가 시나리오를 좋아하며 이해한다고 해서 운이 좋았다. 


-<남쪽으로 튀어> 이후 임순례 영화가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것 같다. 이 부분에 관심을 두게된 이유가 있나?

내가 원래 남들하고 다른 삶을 지향한다. 아무래도 나의 개인적 성향이 반영된것 같다. <남쪽으로 튀어>의 경우 권위에 복속하지 않는 캐릭터다. 내가 결혼을 하지않고 비혼의 삶을 살며, NGO 활동을 하는 것이 영화 속 해갑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남들의 관념에 얽매이고 싶지가 않다. 그런 관점에 비해 자유롭게 사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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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류준열의 재하가 자신을 찾아온 전여친에게 "나 좋아하는 여자 생겼어"라고 말하는 부분이 의문이었다. 이게 여자친구를 어떻게든 떠나보내려는 남자의 거짓말인지? 아니면 진짜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서 한 말인지? 어떤 의미인가?

사실 영화라는 게 재미있는 게 연출자가 무엇을 설정할 때 그것을 정확하게 관객들이 이해하는 경우가 가장 행복하다. 사실 그런 모호한 해석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의도는 재하가 전 여자친구에게 미련을 가진 거지만, 이 여자는 도시 여자이며 여기와서 결혼하고 살 수 없는 여자라 해서 그 여자에게 미련을 버리려 한 것이다. 세팅은 그것인데, 우리 영화는 혜원이와 자연만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다음 커트가 혜원이가 나오다 보니 연결점에서 관객들이 재하가 헤원이를 좋아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원래 의도대로라면 재하가 여자친구를 보낸 것이 많다.


-감독님의 청춘 시절과 혜원의 모습이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었나? 

나는 혜원이 보다는 오히려 재하하고 좀 비슷한 편이다. 혜원이는 자존심이 강하고 무언가 생각이 많다. 남친과 몇 계절이 지나야 이별을 고할 정도로 답답한 친구다. 그에 비해 나는 그렇지 않다. 재하가 결단력이 있고 자기가 책임지는 농사에 우직함이 있듯이 나는 재하와 닮은 것 같다. 혜원이 처럼 자존심이 강하거나 생각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다. 세 인물중 재하가 나와 가장 많이 닮았다. 


-만약 <리틀 포레스트> 후속을 만든다면 지금의 혜원, 또는 엄마 혜원 이야기중 어떤 부분에 관심을 둘 생각인가? 

당연히 후속을 만들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이것은 혜원과 은숙, 재하 등의 이야기이며 이들의 10년 후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 않다. 지금 생각에 관객들이 이들의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대부분의 관객들이 "<비포 선라이즈>와 같은 시리즈처럼 만들어 주세요!"라는 요구가 나오면 모르겠지만...


-인권영화 <여섯 개의 시선>중 <그녀의 무게>를 연출하신 경력이 있다. 영화가 공개된 지 한참 후인 지금 현재, 영화 속 외모 문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고 생각하시나? 

<여섯 개의 시선>은 2002년 때 만든 작품이며, 국가인권위의 규정에 따라 기획했다. 모든 국민들은 성별, 종교, 외모, 성적지향 등의 16개의 규정에 의해 차별받으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그때 내가 고른 소재가 외모였다. 그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는 여전한 것 같다. 그 영화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외모 단정, 키 160 이상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채용하려는 회사들이 많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는 것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외모에 대한 지적이나 요구가 획일화 된것 같다. 지금 여성들의 외모는 여성들 스스로도 남성,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고 있으며, 여성들 스스로도 성형을 통해서 기준을 맞추려는 것 같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기보다는 어떻게든 사회의 시선에 맞추려는 모습이 안타깝다. 그 점에서 보면 여성 스스로의 의식도 변화해야 한다 생각한다. 외모가 전부가 아닌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외모가 큰 부분으로 적용된 것 같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다같이 돌아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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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영화를 다시 제작한다면 현재 기준에서 어떤 소재의 작품을 연출할 것인가?

인권 영화가 좀 더 나은 사회를 요구하는 것만큼 다시 제안이 오면 나는 교육에 대한 것을 만들고 싶다. 한국사회가 총체적인 문제가 있지만 많은 부분의 원인을 보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미씽:사라진 여자>처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한국 영화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감독님이 봤을 때의 현재 한국 여성 영화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미씽:사라진 여자>는 그 범주에 들지 않지만, <미옥> <악녀> <차이나 타운>의 여성의 주인공이지만 남성의 시선에서 비춰지는 여성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속 주인공 같은 그런 여성이 얼마나 될까? (웃음) 일반화시키지 않고 너무 특수하게 만든다 해서 그게 평등한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떤 시선으로 여성을 그리느냐가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여성 감독들이 더 잘 그려줄 거라 생각한다. 기자님 말씀대로 전보다는 여주인공에 대한 활용도가 좋아졌지만 여전히 여주인공, 배우들이 설 자리가 부족하다고 본다. 그 부분은 아직도 심각하다. 관객들에게도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하다. 너무 강하게 그리는 게 한국사회에 대한 표현 같지만 너무 자극적이라 본다. 


-조금 엉뚱한 질문을 드리겠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든 경험을 토대로 드리는 질문이다.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설마 컬링 대표팀 질문인가? 팀 킴?


-맞다. 그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으셨나? 혹시 영화화에 대한 관심은 갖고 계시는가?

며칠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네티즌들이 만든 가상 캐스팅이라며 링크를 보내줘서 보게 되었는데, 그 영화감독이 나였다. (웃음) 비인기 종목에 '팀 킴' 주인공들 모두 시골 출신의 아웃사이더다. 게다가 컬링을 시작한 계기도 재미있어서 영화적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이와 관련한 제안은 없었다. 게다가 또 스포츠 영화를 하기에는 아직... (미소만 지음) 


-마지막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지금 우리는 너무 빠른 세상 속에 살고 있다. 거기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열차까지 타고 있다. 그 열차에 내리기란 너무 힘들다. 쌓아온 공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재하는 그 열차에서 뛰어내렸고, 혜원은 잠시나마 역에서 내려서 쉬고 있는 상태다. 청춘들이 그런 결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하는걸 안 한다 해서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인가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종착역인가 생각해야 한다. 내 영화가 그런 생각할 계기를 줬으면 좋겠다. 그거까지 아니어도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꼈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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