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백] 리뷰:타란티노 짝퉁 영화인줄 알았는데…잘 만든 올해의 다크호스 영화 ★★★☆
18.04.04 14:05
[머니백, 2016]
감독:허준형
출연:김무열, 박희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줄거리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뿐인 ‘민재’(김무열)는 엄마 수술비를 위해 보증금까지 털었지만, 이마저도 ‘양아치’(김민교)에게 모두 뺏기고 만다. ‘양아치’는 사채업자 ‘백사장’(임원희)에게 뺏은 돈을 바치고, 이 돈은 고스란히 선거를 앞둔 ‘문의원’(전광렬)에게 돌아간다. 계속되는 적자 인생에 ‘백사장’은 ‘킬러’(이경영)를 고용해서 ‘문의원’을 처리할 계획을 세운다. ‘백사장’은 도박장에서 저당 잡은 ‘최형사’(박희순)의 총을 ‘킬러’에게 배달하지만, ‘택배기사’(오정세)가 실수로 ‘킬러’의 옆집 ‘민재’에게 맡기는데…
검은옷, 선글라스, 총을 든 사내들, 양아치와 비리 형사로 대변된 부패한 캐릭터들, 한 가지 목표를 놓고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대립과 배신…이쯤 되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에 의해 촉발된 범죄 물을 떠올리게 된다. 90년대 초, 타란티노와 왕가의 초기작이 국내 영화 마니아들의 마음을 뒤흔들게 되면서 '한국형 <저수지의 개들>' '한국형 <중경삼림>'을 표방한 여러 짝퉁작품들이 등장했던 사례를 생각해 볼 때 <머니백>의 포스터는 21세기에 등장한 시대착오적인 짝퉁의 재림을 불러오는 것 같은 불길함을 불러왔다.
그런데 이게 왠열…(?) <머니백>은 전자에 언급한 명작들과 성향 자체가 완전히 다른 작품인 동시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재미와 오락 영화적 측면에서 수준급의 완성도를 자랑한 다크호스 영화였다.
줄거리와 설정을 놓고 봤을 때 <머니백>은 타란티노식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와 범죄, 하류 인생들의 처절한 격돌을 그리려 했다. 그 점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의 범죄물의 성향을 지닌 동시에 나름의 촘촘한 구성과 전개방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범죄물의 시점에서 봤을 때, 이 영화는 그리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다소 과한 캐릭터들의 감정적 연기를 불러오는가 하면, 코믹적인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려 한 탓에 치밀해 보였던 전개 방식이 가끔씩 무뎌지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두 개의 단점 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이러한 특성들을 끌고 갔다면, <머니백>은 전자서 언급한 타란티노의 짝퉁 작품으로 낙인찍힐 수 있었지만, 연출을 맡은 허준형 감독은 신인답지 않은 유연한 정공법으로 어설픈 범죄물로 만들기 보다는 시종일관 웃음과 긴장감을 갖고 즐길수 있는 코미디 스릴러물로 완성했다.
<머니백>은 기본적으로 등장인물 간의 쫓고 쫓기는 '먹이사슬' 적인 관계를 잘 이용했다. 직업, 성격, 처한 상황부터 다른 극과 극 캐릭터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부딪칠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인물들 모두 갑, 을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들만의 계급을 형성하게 된다.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밖에 없는 만년 공무원 응시생이 최하층의 을이 된 가운데, '빚'을 이유로 무분별한 폭력을 사용하는 양아치, 그의 상사인 사채업자, 사채업자의 돈을 이용해 정치적 야망을 키우는 국회의원이 최상의 갑의 위치에 놓여져 있다. 이 관계 속에 부패경찰, 살인청부업자, 택배기사까지 얽히게 되면서 묘한 먹이사슬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자본과 권력에 의해 강자와 약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이 관계는 우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순식간에 역전당하기에 이른다. 불편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총과 돈이 핵심 아이템으로 등장하게 되는데, 이 게임의 판도를 흔들 아이템을 확보한 이가 다름아닌 최하층 을인 공무원 응시생 민재였던 것이다. 열약한 상황에서 당하고만 산 민재가 이를 이용해 복수하려 하지만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지닌 근본적인 개성을 부각한다.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지녔지만, 근본적으로 약자였던 탓에 이를 활용할줄 몰라 어설픈 행동만 반복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시종일관 웃음과 다양한 반전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그로인해 총과 돈은 여러 인물을 오가게 되고, 이를 차지하려는 인물들간의 레이스와 격돌이 시종일관 반복된다. <머니백>은 하류 인생을 살고있는 캐릭터들의 면모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지하경제 구조와 이를 이용한 사회적 단면을 강조하며 커다란 풍자적 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그 점에서 본다면 메시지적인 측면을 강조하려다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위험성을 동반하고 있지만, 영화는 오로지 핵심 소재인 총과 돈의 흐름에만 집중하며 이를통해 전개되는 대립에만 집중한다. 다소 잔혹한 장면이 포함돼있지만 이를 과한 범죄물의 흐름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되기 위해 자체적인 수위조절로 마무리했다. 소재상 범죄물을 지향했다면 완성도와 작품적인 측면에서 칭찬받을만 했지만, 이를 어설프게 끌고가기 보다는 무난하게 감상할 수 있는 코미디 영화로 완성한 측면이 더 현명했다.
비록 <저수지의 개들>은 되지 못했지만, 약간의 치밀한 전개가 더해진 <주유소 습격사건>을 본듯한 기분이 든 것은 그때문이다. 인간미와 카리스마가 넘쳤던 연기를 펼쳤던 김무열의 처절한 변신과 유머적 요소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연기력을 펼친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이 부분에 있어 전광렬과 이경영의 망가진 듯한 모습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머니백>은 4월 1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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