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의 카메라] 리뷰: 홍상수의 힐링 영화 VS 구차한 3차 변명 ★★★
18.04.24 12:55
[클레어의 카메라, 2016]
감독:홍상수
출연:이자벨 위페르,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줄거리
만희는 칸 영화제 출장 중에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일자리에서 쫓겨난다. 클레어라는 여자는 선생인데 거기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닌다. 그러다 만희를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된다. 클레어는 마치 여러 가능성의 만희를 미리 혹은 돌아가서 볼 수 있는 사람인 듯 하고, 그건 칸 해변의 신비한 굴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논란이 더 우선인 예술인이 된 탓에 홍상수의 영화를 작품으로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홍상수 감독 본인도 이제는 그 논란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 만큼 정면돌파 하는 상황이다.(혹은 정신승리) <클레어의 카메라>는 배경을 프랑스로 옮겼을 뿐 여전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클레어의 카메라>는 홍상수의 영화팬이라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구석을 지니고 있다. 근래들어 기존의 일상의 이야기 속에 판타지적인 분위기와 시선의 전환 같은 의미 있는 시도를 시행했듯이, 이번 영화도 남다른 실험적 요소가 돋보였다. 홍상수 영화의 기본적 세계관속에 각기 다른 이면을 지닌 캐릭터들도 똑같이 등장한다. 다른 점이라면 이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제삼자인 프랑스인 클레어라는 것.
영화는 삼각관계라는 밀접한 관계로 인해 서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지닌 캐릭터들의 면모를 일일이 보여주다가, 클레어(이자벨 위페르)가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주인공 만희(김민희)는 전 직장상사였던 남양혜(장미희)와 감독 소완수(정진영)에게 정직하지 못하거나 헤픈 여자아이로 인식되어 있지만, 클레어는 그러한 편견을 걷어내고 재능있고 아름다운 그녀의 진정한 본모습을 일깨워 주게 된다.
이는 이기적인 남양혜와 소완수에게도 적용된다. 클레어는 이들의 과거를 모른 채 편견 없이 지금의 본모습을 바라보는 이방인으로,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마저 재조명해주는 뮤즈와도 같은 캐릭터다. 그녀의 그런 아름다운 시선은 그녀의 애장품인 카메라에 의해 표현된다. 정지된 사진속 이미지와 지금의 모습이 다르듯이 사람은 언제나 순간순간마다 변하고 새로워 지고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준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그 점에서 본다면 홍상수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개개인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힐링 영화와도 같다. 관계의 악화, 편견 어린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아 일상에서 벗어난 그들이지만, 클레어에게 있어서는 다 같은 사람이자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문제는 작품을 벗어나 이야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편견을 걷어내고 바라보고 싶은 그의 작품이지만 소완수와 만희의 관계는 현실속 홍상수, 김민희의 이야기의 복제이자, 구차한 세 번째 변명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 점에서 본다면 작품이 아닌 자신들의 해명과 변명을 작품 속에 담으려는 듯한 모습이 이제는 처절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결국, 클레어는 그 두 사람이 원한 대중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를 통해 여전히 비웃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조롱하고자 하는 의도였을까? 가능성과 아쉬움이 동시에 담긴 그와 그녀의 신작이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4월 2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영화제작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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