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종일관 맞아야 하는 최약체를 연기한 액션스타, [머니백] 김무열 인터뷰
18.05.01 22:24
매번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던 김무열이었지만, 영화 <머니백>에서는 사회적 약자이자, 캐릭터 중 가장 최약체인 민재로 분해 시종일관당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당하는 그의 모습이 생소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이 캐릭터를 직접 연기한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2016년에 촬영한 영화였나?
맞다. 그때 촬영했는데 되도록 우리가 이 촬영 시기를 말하지 말자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포털 검색하면 촬영했던 연도 그대로 나오네...(웃음)
-결과물을 본 소감은?
재미있게 봤다. 웃기려는 코미디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담겨 있어서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했는데,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와서 참 좋았다.
-그런 코미디적인 면이 보여서 선택한 거였나?
우선 이야기 구성이 재미있어서 내가 굳이 웃기려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으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희순이 형도 제의를 받았다 해서 형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작업에 임했을때 우리 둘이서 여러 의견을 나눴다. 되도록 웃기기 보다는 진지한 정극 연기에 초점을 뒀다.
-근데 영화 속 찌질한 연기가 웃겨 보였는데...
그 연기는 진심으로 양아치를 무서워하던 연기였다. 양아치가 칼을 꺼내 들었을 때 진심으로 무서워 보였다. (웃음)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다.
-전작과 달리 시종일관 맞아야 해서 불편했을 것 같다. 몸이 근질거리지 않았나? 반격하고 싶었던 순간은?
'양아치'역인 민교 형한테 맞을 때 몸이 근질거렸다. (웃음) 여기 웃긴 비하인드가 있는데, 오프닝 시퀀스에서 민재가 양아치에게 도망가는 장면이 있다. 내가 사력을 다해 뛰다가, 민교형이 나에게 날아 차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처음에 내 어깨를 때려서 NG가 났는데, 이 부분을 여러 번 촬영하다 보니 형의 다리가 풀려서 내 아래쪽만 계속 때리는 거였다. (웃음) 그때 여러 번 맞다 보니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기억나는 인물간의 호흡은?
자살 시도 중인 택배기사인 정세형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 같은 경우는 별로 의논하지도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호흡이 잘 맞았다. 백사장에게 총을 겨누고 돈 꺼내라고 협박하는 장면도 애드리브 없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었는데, 그만큼 원희형이 너무나 잘 이끌어 준 장면이었다.
-가장 많은 웃음을 유발한 장면은?
영화 마지막 경찰서에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보는 사람도 심경적으로 내 의견에 동의를 해야 하니 나도 모르게 여러 궤변을 꺼내놓게 되었다. (웃음) 사실 그 장면 다 애드리브였다. (웃음) 그 장면은 아예 내가 대사를 쓰고 왔었다. 물론 각본대로 캐릭터를 살리는게 중요하지만 최대한 그 안에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바꾸고 싶을 정도로 관심이 갔던 다른 캐릭터는?
희순이 형이 연기한 최형사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형사를 안 해봐서...(웃음) 희순이 형처럼 무게를 잡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다들 웃기는데 형처럼 무게를 잡고 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이경영 선배님이 하신 킬러 박도 참 매력적이었다. 선배님이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내내 신나는 모습이었다.
-캐릭터가 일곱 명이다. 그곳에서 민재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의 발단인 역할이다. 어쨌거나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은 조금 더 자기의 사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조금이라도 공감을 전달하려 한 인물이었다. 민재의 자살 장면을 찍었을 때, 이 인물의 절망적 장면을 부각해 주는 중요한 장면이어서 장난치지 않고 최대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진실되게 가져가려고 했다. 다들 평범한 인간이지만, 그중에서는 민재 같은 인물이 그 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블랙 코미디 특유의 희비극적인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 캐릭터가 민재였다고 본다. 관객분들이 내 자살 장면을 보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바로 가벼운 느낌의 아이러니 구나'라는 걸 알았다.
-영화 속에서 수많은 악인들이 출연한다. 진짜 악인, 양아치 같았던 인물은?
민교 형이었다. (웃음) 형이 다리가 풀렸지만, 장딴지가 진짜 굵은 사람이었다. 과거 운동도 했고, 상징적인 큰 눈도 지니고 있어서 정말로 살벌한 느낌이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이여서 내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주인공 민교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
오랫동안 힘든 단역 생활을 지속하다가 '지하철 1호선'을 한 것이 내 인생의 돌파구가 되었다. 그 작품 덕분에 내가 대학로에 데뷔를 할 줄 있었다. 이후 지속되는 작품 활동을 통해 내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장편 영화, 단편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되었다.
-영화 데뷔전부터 대학로 스타여서 팬들이 많았다. 요즘도 팬들과 소통하는지?
내가 SNS를 안 한다. 대신에 팬카페에 글을 남긴다.
-각 분야를 오가며 노력하는 비결은?
일단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찾아 헤매는 타입이다. 내 첫 번째 고민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이지 않고 흘러가는 물이 되어야 더욱 신선하지 않을까? 그래서 더욱 신선해져야겠다 생각하며 노력했다.
-무대 시절 꽃미남이라고 들었는데?
(크게 웃음) 그때는 너무 화장을 잘해주셔서...(웃음) 무대 끝나고 화장 지우고 나서는 다들 누구냐고 놀란다. (웃음) 그래도 오랫동안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연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신다.
-2017년 출연한 단편영화 [멸공의 횃불]의 줄거리를 봤는데, [머니백]과 상황이 조금 비슷하다. 돈이 부족해서 북한에 있는 아들의 선물을 못사는 남파 간첩의 이야기다. 근래 들어 그런 현실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신 편인가?
맞다. 돈의 가치라는 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행복의 가치와 견줄 수 없는건데 어느 순간부터 돈이라는 가치가 그것을 집어삼키게 되었다. 지금도 순간순간 그렇다. <머니백>의 상황도 그렇다. 민재의 상황은 어찌 보면 지금의 청춘들의 자괴감에 관련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청년 실업 이야기만 봐도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은 항상 하고 있다. 이런 작품이 또 기시감이 들 정도로 나온다 해도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영화 컨셉을 봤을때 <저수지의 개들>이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첫 대본을 마주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나?
맞다. <저수지의 개들>과 <스내치>가 연상되었다. 오히려 블랙 코미디 케이퍼 무비의 전통적인 배치와 사건 전개 방식을 많이 갇다 쓰다 보니 전통적이지만 우리가 만들어 나갈 수 있었던 영화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배우들끼리 호흡만 잘 맞춘다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택배기사와 공무원 준비생과 같은 일상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모습이 나와서 공감과 짠내가 절로 났었다.
-민재 캐릭터가 짠내 나는 캐릭터다. 캐릭터를 접근했을 때 어떤 인물이라 생각했나?
처음에는 답답한 캐릭터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200만 원이 모자란 상황에서 오락을 하는 모습이나, 집주인 아줌마 앞에서도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유유 부담함이 답답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의 상황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집에 거짓말하고 출근을 하는데 민재에게 엄마는 어떤 사람이고 이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지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자식은 아픈 부모를 위해 모든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본인 인생에서 가장 절박했던 순간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아프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참 절박하고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연기자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이 직업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단기 알바를 뛰고는 했다. 그때가 20대 초반 대였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라도 추억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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