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러] 리뷰: 봐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영화 ★★
18.05.08 11:48
[레슬러,2017]
감독:김대웅
출연:유해진, 김민재, 이성경, 성동일, 황우슬헤
줄거리
과거 레슬링 국가대표였지만 특기는 살림, 취미는 아들 자랑, 남은 것은 주부 습진뿐인 프로 살림러 ‘귀보’(유해진). 그의 유일한 꿈은 촉망받는 레슬러 아들 ‘성웅’(김민재)이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오늘도 자신은 찬밥을 먹으며 아들에게는 따뜻한 아침밥을 챙겨주고 레슬링 체육관에서 아줌마들에게 신나게 에어로빅을 가르치던 ‘귀보’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에 나가지 않겠다는 ‘성웅’의 청천벽력 같은 이야길 듣게 된다. 갑작스런 아들의 반항에 당황한 귀보. 설상가상으로 ‘엄마’(나문희)의 잔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윗집 이웃이자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은 귀보에게 엉뚱한 고백을 쏟아낸다. 거기에 소개팅으로 만난 의사 ‘도나’(황우슬혜)의 막무가내 대시까지. 평화롭던 일상이 순식간에 뒤집힌 귀보씨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는데…
결론은 이미 이 영화의 리뷰 제목이 말해주고 있다. <레슬러>는 상업 영화가 진심으로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망각한 영화였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 모든 상업 영화들에는 이 영화를 봐야 할 이유 '관람 포인트' 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현재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시각효과, 캐릭터에 흥미를 맞췄고, <챔피언>이 팔씨름이라는 소재의 매력과 마동석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듯이, <레슬러>에도 그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야 한다.
애석하게도 <레슬러>에는 그러한 기본적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메인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앞서 언근합 두 작품의 특징이 포스터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 있어 영화의 줄거리를 모르는 관객이라도 이 영화가 어떤 부분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대강이라도 알 수 있다. 반면 <레슬러>의 포스터는 이 영화의 내용과 흥미 요소를 가늠하기 어렵다.
앞치마를 입은 주부 유해진이 사람들을 들고 있는 모습을 통해 홀아비 가장의 희노애락을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캐릭터에 대한 매력적인 요소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주인공 '귀보'의 유쾌한 반전 일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인공의 사연과 정보도 모른 상황에서 그의 반전된 일상을 즐기라고 강조하는 것은 다소 공허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이미지 하나로 영화의 전체적 특징을 전달해야 할 포스터가 모호하게 느껴졌다는 것은 완성된 영화가 제대로 된 흥미 요소를 부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초반부터 아내 없이 나 홀로 성장한 아들을 키우고 훈련시키는 전직 레슬러 남성 주부의 애환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였나 싶었더니, 난데없이 초반부터 파격적인 로맨스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정겨운 부자 관계가 삼각관계로 연결되는 상황인데, 이 영화가 만약 부자간의 삼각관계에 흥미를 맞춘 영화라면 그 상황에 맞는 로코적 설정을 시종일관 끌고 가야 했다.
그런데 <레슬러>의 초점과 목표는 그 부분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홀아비의 애환, 부자 관계의 갈등, 갑작스러운 로맨스로 인한 난감한 관계, 가장의 애환, 가족 이야기, 스포츠 드라마, 세대 간 고민 등등 다양한 요소들을 차용해 이를 적재적소로 활용하기 보다는 모든것을 비중있는 이야기로 만들려하는 욕심을 부리려 한 것이다. 이는 결국 상업 영화의 완성도와 기대심리를 저해시키는 산만함을 형성하는 요인이 되어 이 영화를 통해 느껴야 할 핵심적인 요소를 저해시키고 만다.
농담과 유머로 그려져야 할 파격 로맨스와 갈등의 드라마는 웃음이 아닌 진지한 분위기로 연결돼 보는 이마저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부자간의 스토리가 메인이 되어야 할 상황에서 여주인공인 이성경의 비중을 높이려 한 요인이 이 영화의 무리수로 적용되었다. 무엇보다 앞서 소개한 '유쾌한 일상의 반전'에 대한 묘미는 온데간데 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드라마를 남기려 한 것도 문제다. 파격적인 소재와 농담,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출연진을 총동원했지만 이러한 잘못된 활용으로 인해 이 영화가 선보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부자관계의 갈등과 화해로 귀결되는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한 홀아비 가장의 애환을 드러내는 것에는 성공하며 약간의 위안을 달래는 편이다. 적어도 영화가 기본으로 추구했어야 할 이 영화의 흥미를 분명하게 정의했더라면 제대로 된 상업 영화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레슬러>는 5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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