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풀 2] 리뷰: 이 영화는 진짜로 착하고, 아름다운 가족 영화입니다(?) ★★★☆
18.05.15 11:32
[데드풀 2, 2018]
감독:데이빗 레이치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조슈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줄거리
암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여한 후, 강력한 힐링팩터 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 운명의 여자친구 바네사(모레나 바카린)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데드풀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미래에서 시간 여행이 가능한 용병 케이블(조슈 브롤린)이 찾아 오면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데드풀은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 패밀리를 결성하게 되는데...
기사의 제목은 영화 속 데드풀이 직접 소개한 이번 시리즈의 멘트다. 1편이 로맨스였다면, 이번 시리즈는 훈훈한 가족 드라마라지만... 정상적인 영화팬이라면 이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데드풀의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물론 노골적인 가족영화를 지향한건 아니었지만, 이상하리 만큼 그 목적에 맞게 가족적인 정서가 잘 담겨 있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했을까?
<데드풀 2>는 캐릭터의 '똘끼'적 개성을 그대로 유지한 상황에서 그의 심경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원작의 데드풀이 안티히어로에 변태적 취향이 강한 잔혹한 캐릭터였던 것과 달리, 영화버전은 원작속 개성을 기반으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1편이 그의 로맨티스트적인 면을 다뤘다면, 2편은 우정과 같은 인간관계에 집중했다.
착한 데드풀의 모습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연히 영화는 그의 그러한 모습을 올바르게 그리려 하지 않는다. 특유의 '똘끼'적 행동으로 인한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유머러스한 난장판이 이어지고 허무, 병맛 개그와 말장난이 절반을 채운다. 팀 엑스포스의 창설 과정과 그들의 처절한(?) 첫 임무가 대표적인 장면다. 야심차게 준비된 장면을 장난처럼 엎어버리는 대목은 <데드풀> 시리즈만이 할 수 있는 시도이자 이 영화만의 매력이다.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와 기존 캐릭터의 개성을 한층 더 강화한 부분도 장점이다. 이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데드풀과 케이블의 조합이 바로 그것이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유지하는 케이블의 모습은 당연히 데드풀의 놀림감이 되고,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상반되는 모습을 유지하는 두 캐릭터가 콤비를 이루는 대목은 의외의 재미를 불러오게 한다. 새롭게 등장한 도미노 캐릭터의 말도 안 되는(?) 능력도 이번 시리즈의 압권이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요소다.
이러한 과감함 설정 역시 <데드풀> 시리즈였기에 가능한 요소였으며, 병맛 코드의 적절한 예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시였다. 전편에 등장한 콜로서스와 네가소닉 워헤드, 택시기사 도핀더와의 관계를 밀접하게 활용한 부분도 색다른 재미를 불러온다.
이제는 관객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올 기존 마블, DC 히어로 캐릭터들에 대한 비꼼과 조롱, 풍자적 요소도 큰 재미와 웃음을 불러오게 한다. 이 과정에서 8, 90년대를 비롯한 현재 유행중인 음악, 코믹스, 영화와 같은 팝컬쳐 적인 요소를 언급하고 풍자해 나름의 추억어린 정서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정서가 살짝 느껴진다.
특히 데드풀과 케이블의 만남에 90년대 최고의 섹시 영화의 명장면을 '데드풀' 스럽게 엽기적으로 패러디한 장면은 <데드풀> 시리즈가 마블 유니버스 영화, <엑스맨> 시리즈와 다른 특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아무생각 없이 웃기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고집스러운 B급 감성을 통해 기존 장면을 재해석 하고 비틀려는 제작진의 의지가 잘 반영되었고, 그것이 대중들에게 신선한 흥미 요소로 연결되었다.
그러한 B급의 향연과 정신없는 개그 코드의 등장 속에서도 이 영화의 목표인 가족적 분위기 형성을 해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의 핵심을 유머가 아닌 데드풀과 함께 정을 나눈 소년 캐릭터와의 관계에 맞췄기에 우정, 교화, 희생과 같은 의미있는 정서가 나름대로 이 영화속에 잘 묻어날 수 있었다. 이는 곧 케이블이 미래에서 현재로 오게 된 동기와도 연계되어 예상치 못한 훈훈한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물론 이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정서적 수준에서 완성되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예상치 못한 충격과 어두운 이야기를 자아낸 것과 달리 <데드풀 2>는 특유의 B급 정서 속에서도 정겨운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더욱 친근한 영화로 다가왔다. 그 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어벤져스> 보다 더 편하고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마블 원작 영화다. 언젠가 <어벤져스>에 데드풀이 합류하는 진풍경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며...
[데드풀 2]는 5월 16일 개봉한다.
P.S: 첫 번째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두 편의 쿠키 영상이 연달아 등장한다. 첫 번째는 다음 후속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면, 두 번째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팬이라면 배꼽을 잡고 웃게될 장면들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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