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인터뷰) F학점에 학사경고를 받은 대학생은 어떻게 스타가 되었나? [독전]의 류준열

18.05.22 13:58


19.JPG

<독전>의 개봉을 코앞에 두고, 주연을 맡은 류준열을 만났다. 한동안 여러 작품 촬영 때문에 인터뷰 일정도 잡기 힘들었던 그와 오랜만에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몰랐던 그의 대학 시절 이야기 까지 듣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F학점을 받은 사연까지도…F 학점에 학사경고까지 받은 대학생은 어떻게 지금의 충무로의 기대주가 되었는지 사뭇 궁금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알다시피 내 영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 (웃음) 어제 츄잉챗 때도 내 캐릭터 설명이 어려워서 고생을 많이했다. (웃음) 그리고 예전에도 이야기했듯이 나는 내 영화속 연기를 잘 못 보는 편이다. 그 정도로 부끄럼을 잘탄다. 그러면 주변인들이 "너 <침묵> 잘 봤대며?" 라고 반문하는데, 그때는 내 출연분이 적어서...(웃음)


-캐릭터가 묵직한 면이 강해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 제약이 있다 보니 걱정이 많았다. 배우에게 있어서 대사는 무기라고 생각했는데, 대사가 많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때 이해영 감독님께서 그런 고민을 하지 말고 락의 진심을 연기하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락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정의했나?

라이카에 대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불쌍함 때문에 복수심과 같은 감정이 있었을 테지만, 자아에 대한 고민이 우선적으로 컸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이 인물의 공허함에 절로 공감하게 되었다. 과연 락은 어렸을때 밀항한 부모를 부모라고 생각했을까? 락은 태생과 국적조차도 없는 캐릭터일 것이다. 락은 늘 자신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다 원호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이상하리만큼 그 인물도 자신과 닮았다. 아내, 자녀도 없고 오로지 이 선생만 잡기 위해 온 캐릭터다 보니, 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은 것이다. 락은 원호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고, 이 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원호를 보며 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락이 브라이언(차승원)과 첫 만남을 갖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쓸쓸하면서도 연민이 느껴진 부분이라고 해야할까?

그 장면을 감독님이 아주 좋아하신다.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랑 특별히 애기한건 없었는데, 감독님도 그 부분을 의도했다고 하신다. 브라이언과의 대화는 첫 테이크에서 완료되었다. 이런 전문가분들이 내 연기를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웃음) 


20.JPG

-참 우울한 캐릭터여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내가 해온 작업들은 그때그때 다르다. 이번 연기를 하면서도 답답하고 모호한 기분이 강했다. 그래서 이해영 감독님이 다음에는 코미디 영화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셨다. (웃음) 영화와 달리 실제 촬영장 분위기는 재미있었고, 웃고 떠드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 와중에도 공허함과 외로움은 지울수가 없었다. 집에 갈때도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심각한 생각도 했었다. (웃음) 어쨌든 나도 대중들이 바라보는 류준열과 집에서 바라보는 류준열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는 한다. 돌이켜보니 일상에서도 락처럼 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독전>을 촬영하던 시기가 <리틀 포레스트>도 작업하던 시기라 들었다. 두 작품 모두 성향이 달라서 몰입하기 힘들지 않았나?

<독전>처럼 어두운 성향의 작품을 찍다가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조용한 시골과 태리, 기주씨 같은 여배우분들을 만나니 분위기부터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웃음) 나중에 <독전> 촬영장 왔을 때는 "너 왜 이렇게 태웠어?"라고 다들 묻더라. (웃음)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 작업 때는 썬크림을 엄청 바르고 작업에 임해야 했다. (웃음) 두 작품이 분위기부터 다르기 때문에 감정적인 밸런스를 조절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영화의 전개는 우리가 몰랐던 마약과 범죄의 세계를 단계별로 이동하는 과정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시종일관 검은 정장을 입은 락의 모습이 마치 지옥 세계를 안내하는 저승사자 같다고 해야 할까? 락이 검은 옷 정장만 입고 있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 

그러게. 그러고 보니 내가 영화에서 단벌이다. (웃음) 일단 그 검정색 슈트가 주는 무게감이 기자님이 말씀하신 저승사자와 같은 느낌이 있다. 감독님께서 락의 얼굴이 새하얗게 보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좋아하는 축구도 안했고, (웃음) 전자서 언급한 대로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썬크림을 바르고 촬영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이해영 감독님이 유령같은 모습을 유지하기 원하셨던 것 같다. 검정색이 너무 강하면 락이 주는 신비감과 답답함을 줄 거라 생각해서 그 부분을 유지하셨던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서 배우로서 얻은 게 있다면? 

우선 나는 작품 선택에 있어 시나리오를 충분히 읽고 결정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송강호, 최민식 같은 대선배님들하고만 하고 싶어서 대작을 선택한것 아니냐 라고 묻는데, 그건 정말 우연치 않게 하게 된 것이다. 예전 <응답하라 1988> 인터뷰때도 말씀 드렸지만, 여심을 흔드는 연기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없다. (웃음) 나는 그저 배우로서 발전하고 도전하는 것에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사실 영화 1, 2최 촬영 때 감독님과 약간의 이견이 있었고, NG도 많아 몹시 힘들었다. 그때 이해영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가라" 라는 디렉션을 주셨고, 그때부터 감독님을 신뢰하면서 NG 없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감정적으로 흔들리다 보니 실수가 많았던 것이었고, 그것을 극복한 이후부터는 연기하는 재미가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이번 영화에서 얻은 결과였다. 


21.JPG

-캐릭터들의 튀는 개성이 돋보였던 영화였다. 선배들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탐이 났던 캐릭터는? 

모든 캐릭터가 탐이 났다. 워낙 특이한 캐릭터들이 많은 영화인 것은 맞다. 그런데 나는 내가 연기한 락을 다시 해도 좋을 것 같다. 대사가 많이 없어도 감정적으로 많이 보여주는 캐릭터가 배우로서 더 만족할 만한 부분이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락이 실제의 나와 참 가까웠던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란 건 아니다. (웃음)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지만, 외로운 캐릭터를 하다 보니 그의 심경에 공감을 많이 한것 같았다. 


-선배들의 칭찬을 많이 받는 비결은?

아무래도 선배님들이 그런 후배들이다 보니 나를 귀엽게 봐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선배님들도 후배셨을 때 많은 이쁨을 받으셨을 거라 본다. 그런 사랑을 받으셨던 분이시다 보니 그 사랑을 나에게 많이 전해주신 것 같았다. <택시운전사> 때 송강호 선배님과 더 많이 친해지지 못한 게 아쉬워서 그 이후 모든 선배님과 잘 해야겠다 생각했고 이번에 조진웅 선배와 친하게 지낼수 있어서 참 좋았다. 선배님은 인생의 여러 고민을 격없이 들어주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선배가 되면 후배들을 잘 해줘야겠다 생각했다. 


-조진웅 배우가 술이 강한데, 괜찮았나?

나도 잘 안다. (웃음) 그런데 정말 대단했던 게 이번 영화 촬영하시면서 술을 한 모금도 안 드셨다. 아무래도 다이어트 때문인데... 그 부분에 서 정말 감탄했다. 배우가 연기하고 캐릭터를 만들때 정말 힘들고 민감할텐데, 그런걸 절제할수 있으시다니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만큼 선배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런데도 단 한 번의 고민 없이 절제하신 모습은 정말 배울 만 했다. 


-충무로 대표 감독님과 함께하고 있다. 연달아 대형 영화에 출연하다 보면 어떤 감정이 생각되시나? 

아무래도 "더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이...(웃음) 돌아보면 여러 유명 감독님들과 함께 연달아 작업하는 것에 대해 '내가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실제로 감독님들도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이다. 그런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참 재미있다고 느껴지고, 이분들을 보면서도 느끼게 된다. 한재림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생각하는 방법이며, 스태프 대하는 태도가 다 다르다. 앞으로 만나는 감독님들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하루빨리 다른 감독님들도 만나고 싶다. 


22.JPG

-농아 쌍둥이를 연기한 김동영, 이주영 배우와 함께 있을 때는 친남매처럼 잘 어울렸다. 같은 또래 배우인 만큼 호흡이 잘 맞은 것 같은데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강승현, 금새록 같은 배우들은 원래부터 가깝고 친한 사이지만, 쌍둥이를 수화 때문에 더 자주 만났었다. 그런데 두 친구가 캐릭터가 확실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동영 씨야 원래부터 베테랑 이었고 , 주영씨는 이제 막 시작한 배우인데 둘다 너무 재미있었다. 동영씨는 정말 말이 한 마디도 없었고, 주영이는 주영이 대로 여러 고민들이 담겨 있었다. 그때 내가 주영이에게 조언을 해주면 동영이가 바로 내 위에서 조언을 해주게 되는데, 그때부터 어울리게 되었다. (웃음) 노르웨이에서 셋이서 함께 있을 때는 정말 재미있게 함께 놀았다. 그때 되서야 동영이가 말이 많았졌다. (웃음) 그러고 보니 스태프들이 우리 셋만 모여서 스핀오프를 만들자는 말도 있었다. (웃음) 


-본인의 20대를 돌아본다면?

글쎄 수원대 다니던 시절이라... (웃음) 그때 F 학점을 받은 수업이 있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학사경고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 (웃음) 아무래도 내가 그 시스템을 이해 못했던 것 같다. 선후배 문화까지 이해못한 시절이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계기였던것 같다. 휴학하고 군에 복무하고 학사경고까지 받았으니, 그때부터 정신 차리면서 지금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 많이 혼나고 시스템에 대해 익숙해 지려 노력도 했다. 어쨌든 학교생활을 잘했던 것 같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