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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실에서도 미스터리한 그녀…'버닝'의 전종서

18.06.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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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된 전종서. 알려지지 않은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모호함과 미스터리함을 지닌 캐릭터를 무난하게 연기해 그녀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졌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직접 만나면서 부터 그녀가 <버닝>에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 이해가 되었다. 이창동 감독은 각본속 해미와 너무나 비슷한 신예를 발굴했던 것이다. 해미처럼 다양한 생각과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지닌 그녀와의 1시간 동안의 대화는 신비스러운 느낌을 지닌 그녀 덕분에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은?

영화는 지금 당장 내가 본 걸로 판단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많은 느낌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시사회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신기함과 섭섭함이 교차했다. 


-아직 전종서 배우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와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버닝' 캐스팅 전에는 어떻게 지내왔나?

따로 연기 활동을 해온 적은 없었다. 연극영화과를 나오긴 했지만 그곳에서는 연기를 알려주지는 않았다. 대신 학교에서 무대 작업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스태프로 참여해서 일한 게 기억에 남았다. 연기는 연기학원에서 따로 배웠는데, 그 학원 선생님께서 너무나 잘 가르켜 주셨다. 개인적으로 내가 참 존경하는 분이다. 


-오디션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줬길래 합격할 수 있었나?

그때 드라마 '케세라세라' 속 연기를 선보였다. 배추가 김치가 되어가는 과정을 사랑에 비유한 대사였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 기억에 남았고 이번 오디션에서 내 방식으로 활용했다. 


-전종서 본인에게는 꽤 오래된 드라마일 텐데 어떻게 접했나?

사실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웃음) 오디션 보기 몇 개월 전 우연히 케이블 TV 채널을 돌려보다가 에릭, 정유미 선배님이 등장하시기에 궁금해서 보게 되었고, 그 후부터 계속 그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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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의 예측불허 적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대부분의 장면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 같던데?

대부분 장면은 감독님과 유아인, 스티븐 연 선배님들이 도와주셨다. 감독님은 '이렇게 해'라고 디렉션을 요구하는 분은 아니시다. 설정을 던져 주고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지시해주시는 분이시다. 연기라기보다는 내 삶을 재연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런 감독님의 연출력이 나에게는 너무 잘 맞았던 것 같다. 


-<버닝>의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였던 해미의 갑작스러운 상반신 누드 춤 같은 경우는 설정이었나? 아니면 즉흥적인 연기였나?

상반신 누드는 설정으로 되어있는데, 춤 같은 경우는 내 감정으로 했다. 원래 그 장면은 마임 선생님과 맞춘 안무였는데, 감독님께서 그 안무를 잊어버리고 내 마음대로 하라고 요구하셨다. 그때부터 해미라는 캐릭터에 가장 많이 체감하고 연기했던 대목이었다. 


-이창동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

그냥 이창동 감독님이셨다. (웃음) 너무 부드러우시고, 포용력이 크시고 사랑이 많은 분이신데…가끔 외로워 보이시는 부분도 있으셨다. 배우들의 의견을 너무 잘 들어 주신 점도 너무 멋지셨다. 함께한 배우들 모두 감독님을 사랑하셨다. 감독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시는 편이시다. 


-<버닝>이라는 영화 자체와 해미라는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를 위해 참고한 게 있다면?

사실 첫 각본을 받았을 때 의심은 들었지만,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다. 물론 그냥 의미를 받아들이면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된 다른 영화속 캐릭터가 생각났다. <베티블루 37.2>의 베티가 떠올랐는데, <버닝>속 해미의 모습이 그녀와 비슷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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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와 본인의 닮은 점이 있다면?

해미라는 캐릭터가 나의 일부였던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옷을 벗고 춤을 췄을 때는 내 자신이 아니라 내가 그 캐릭터를 받아들였기에, 내 일부가 반영된 것이라 본다. 그것은 종수와 벤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종수로부터 "창녀들이나 하는 행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해미의 눈빛이 원망에 가까웠던 것 같았는데, 의미는 무엇이었나? 

남자들은 늘 지나간 로맨스에 후회를 한다고 하는데…(웃음) 종수가 해미와 헤어진 이후의 이야기가 그렇다고 해야 할까? 한편으로는 종수의 그 분노가 이해가 간다. 좋아하던 여자가 낮선 남자 앞에서 옷 벗고 그리고 그 남자의 차를 타고 가니 화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해미에게 그 말은 상처였을 것이다. 종수만큼은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대상이 그런 말을 했으니 충분히 상처 받을 만 했다.  


-해미는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팜므파탈같은 존재라 해야 할까?

순진하다고 보는 쪽이 옳다. 마찬가지로 종수와 벤도 순수했다고 본다. 해미의 자유로움이 보여주는 순수함과 종수가 가진 그런 내성적, 자격지심과 같은 것도 순수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종수의 경우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그는 글을 쓰는 캐릭터여서 순수하다고 본다.  
순수성과 예술성은 관계성이 있다고 본다. 순수성이 없다면 감동도 없기 때문이다. 벤이 가진 스마트함과 외로움 또한 순수함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가 끝났으니 물어보는 질문이다. 해미는 어떻게 되었다고 보는가?

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나는 죽었을까? 벤의 제물이 되었을가?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 존재의 사라짐이 갖는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 종수 또한 해미를 찾은걸로 봐야 할까? 아니면 방황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 아니었을까?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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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찍은 후 가치관에 변화를 준 게 있다면? 

우선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아졌다. 당연히 나 또한 이 사회의 구성원이었는데, 너무 그 현실을 방관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동안 살면서 일상과 내 또래들의 현실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봤는지 자문도 했다. 그러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서 있어야 할지, 그리고 연기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영향을 지녀야 할지? 어떠한 곳을 지향해야 할까? 어떤 게 나은 선택을 하게 될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나?

어 때 부터 꿈이었다. 사실 그때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사람들이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나오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웃음) 어떤 작품을 봐도 주목받는 사람은 배우인데, 나는 그런 사람들을 주목했다. 대신에 거기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좋아하는 영화와 이상향으로 생각되는 배우는?

롤모델은 딱히 없지만, 연기하는 모든 분들에 대한 존경심과 동경이 있다. 나도 그들처럼 돼야지 하는 마인드는 없지만 각자 한분 한분 모두 멋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본 영화 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가장 좋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특별했던 경험이 있다면? 

지금의 나를 만든 연기 선생님이 강아지 '재뉴'를 키우셨다. 토이 푸들인데 선생님이 여행을 자주 가셔서 나에게 재뉴를 맡기고 가신다. 그런데 재뉴와 이별할 때 슬플 것 같아서 안 맡으려고 했는데, 그때의 순간이 나에게 너무나 특별했다. 재뉴는 사람 마음을 잘 아는 강아지 같았다. 대화는 할 수 없지만 재뉴는 내가 하는 말을 다 아는 것 같았다. 단순한 눈치가 아니라 정말 사람과 동물간의 교감이었다고 할까? 오히려 사람보다 더 나은 느낌이었다. 강아지와 아기의 눈을 쳐다보는 모습이 사랑을 느끼는 비타민이 분배된다고 한다. 그래서 재뉴를 통해서 나도 사랑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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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에게 영화 제작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영화를 제작하고 싶은가?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를 제작해 보고 싶다. 실제로 지금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가 개막했다. 앞으로도 그런 영화제가 많이 들어섰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성 인권 영화들이 꾸준히 존재해야 한다. 영화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물론 팝콘, 오락 영화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영화만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한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여성 인권에 관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여성 인권에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실제로 여성으로 살면서 불합리한 일들을 겪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더 이상 성에 대한 이분법적인 용납이 어려워진 시대가 온 것 같다. 내가 칸 영화제에 갔을 때도 심사위원분들이 여성이었다. 아직은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점점 좋아질 거라고 본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파인하우스필름/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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