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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리뷰: 진짜 '욕' 나오게 무서운 미국판 '곡성' ★★★★

18.06.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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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2017]
감독:아리 에스터
출연: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줄거리
‘애니’는 일주일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낀다. 애니가 엄마와 닮았다며 접근한 수상한 이웃 ‘조안’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고, 자신이 엄마와 똑같은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애니의 엄마로부터 시작돼 아들 ‘피터’와 딸 ’찰리’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가 정체를 드러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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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많은 해외 공포 영화에 'OO판 <곡성>' 이라는 명칭을 함부로(?) 붙였으나, 이제 이 영화 이후로 더는 그런 문구를 보기 힘들것이라 생각한다. 공포의 강도는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유전>은 <곡성>과 비슷한 설정 방식과 주제의식을 지닌 영화로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심리 공포물이 지니고 있는 서늘한 여운과 잔상을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남겨줄 악마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가 <곡성>과 가장 닮은 부분은 두려움과 공포의 근원을 적나라하게 다뤘다는 점이다. 감정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을 그린 이 영화의 전반부가 매우 충격적(혹은 역겹게)으로 다가올 것이다. 끔찍한 상황을 다루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문제의 상황을 시각적 있는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적 장면은 단편, 실험 영화에서나 볼법한 정서적 영상미로 표현되었는데, 끔찍한 상황을 정지된 한 폭의 그림처럼 다뤘다는 점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긴 잔상을 남기게 만든다.

기분 나쁜 설정이지만 <유전>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리가 근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두려운 순간'에 관해 직접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다. 두려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포가 아닌 '혐오' 혹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곧 영화 속 가족으로 대변된 신뢰, 혈연적 집단이 서서히 붕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장면으로 인간의 심리적 안정 기반이 무너지게 되는 순간이 얼마나 두려운 순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비극적 주제관 속에서 <유전>은 <로즈메리의 아기><지금 보면 안 돼>처럼 전개 과정에서 서서히 충격을 주는 고전 공포물의 전형과 <컨저링><엑소시스트>와 같은 대중에게 익숙한 하우스 호러와 오컬트의 정서를 적절히 배합시켜 이 영화가 추구하려고 한 무서운 공포 영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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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상미, 분노와 정서적 폭력으로 광분하기 시작한 가족들의 모습, 현실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초자연현상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두려움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정지된 상태에서 정적인 앵글을 담고 있는 카메라에 의해 공포스럽게 묘사된다. 사실상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을 기반으로 한 오컬트 영화의 정서를 내재하고 있지만, 이 영화가 정말 무서운 점은 이러한 초자연 현상의 근원을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는 운명, 즉 영화의 제목인 '유전'으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한국 영화 <곡성>에서 '아쿠마'의 미끼를 물어버린 것과 같은 설정으로 조상으로 부터 이어받은 저주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지만 무기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대한 공포인 것이다. 그점에서 보면 <유전>의 마지막 결말은 절망과 공허함의 정서를 남기며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공포에 대한 두려움의 정서를 전해준다. 집안의 기둥으로 안정을 전해줘야 할 어머니지만 조상의 저주에 의해 시간이 흐를수록 광인에 가깝게 미쳐가는 토니 콜렛의 심리적 변화 연기는 그러한 공포를 체감적으로 전해주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그 점에서 본다면 '깜짝'과 '놀람'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호러물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약간 불친절한 호러물로 다가올 것이며, 신선한 호러 영화를 기대한 마니아 관객에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심오한 공포물로 기억될 것이다. 결국 양쪽으로부터 '쌍욕'을 얻어먹을 운명이지만, 그 욕의 의미는 서로 다를 것이다. 

<유전>은 6월 7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찬란/(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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