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탄소년단과도 친한 50대…성동일의 '미친 친화력'
18.06.13 22:19
이경영과 함께 영화계의 '다작왕'으로 우뚝서게 된 성동일. <탐정:리턴즈>를 통해 돌아온 그와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작품에서 봐온 그만의 재미있는 입담과 정겨운 대화를 나눌수 있어서 더없이 유쾌한 인터뷰 시간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봉을 앞둔 소감은?
밥이라는 것도 세끼를 먹어도 먹을 때 마다 남다르듯이 욕심을 안 내면 평범한 거고 욕심을 내면 남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우선을 밥 안 굶을 정도로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웃음)
-그렇다면 결과물을 본 소감은?
정말 재미있었다. 감독님께서 편집을 생각보다 잘해 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다. "저 신이 저런 느낌이었어?"라고 할 정도로 상우와 함께 감탄을 많이 하면서 봤다. 세 명의 오합지졸들이 어려운 난관을 해쳐나가는 과정을 그럴듯하게 그려져 너무 흥미로웠다. 모든 게 잘 나왔기 때문에 불만 없다.
-이번 영화에 이광수와 김동욱을 직접 전화 한 번으로 불러서 합류시킨 일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광수는 <라이브> 촬영이 완료된 이후에 불렀고, 동욱이는 <신과함께> 작업이 완료되었을 때 연락했다. 둘 다 뜨기 전에 다 불러서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니 신의 한 수 였지. (웃음)
-전화로 부른 출연진의 연기는 만족하나?
특별한 인연보다는 그냥 전화로 이야기했더니 곧바로 "네" 라고 대답이 오게 되어서 이뤄졌다. (웃음) 동욱이는 일단 진지한 구석이 강한 친구지만, 결과적으로 착한 연기자다. 정말 남자다우면서 흔들림이 없는 연기자라고 할까? 나도 가끔은 요령껏 하는데, 이 친구는 하나하나 맞춰서 해나가는 타입이다. 영화를 보면 동욱이가 그렇게 했다는 것을 단번에 느끼게 될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광규도 내 전화로 합류한 케이스다. 이 친구는 술 한번 사줘서 합류했다고 해야 할까? (웃음) 적은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캐릭터를 훌륭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1편에서 카리스마 있는 추리력을 보여줬던 노태수가 이번 시리즈서는 생계를 위해 영업하고 가족에게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애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가 생활형 캐릭터로 변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았나?
그게 맞다. 우리나라에서 탐정이 공감받는 이유는 바로 캐릭터들의 그런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었다고 본다. 1편이 형사의 애환을 담았다면, 2편은 탐정 사무소를 차리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노태수는 형사가 아닌 탓에 정보 수집과 무기 면에서도 큰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오로지 맨 바닥에서 지원 없이 주먹으로만 악당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실제 우리나라 탐정 사무소들이 그렇다고 한다. 경찰과의 공조가 없다 보니, 사실상의 흥신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니 얼마나 불쌍한가? (웃음) 그래서 이번 영화는 세 명의 오합지졸 탐정들이 몸으로 뛰고 불법을 저지르면서 정의를 실현하게 되는 과정을 유심있게 그리려 했다. 이야기 흐름과 우리의 애환 모두를 다 담은 각본이 너무나 좋았다.
-후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딱 봐도 착한 배우들만 모이지 않았나? 광수야 착하고, 상우는 이제 애를 둘이나 나았으니, 비주얼 배우 인생은 끝났지. (웃음) 상우가 예전과 달리 스태프들과 함께 술도 먹고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남자로서 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 촬영장에서는 상우를 '제2의 성동일' 이라고 불렀다. (웃음) 작업할 때 모두 맥주를 함께 즐기면서 여유 있게 작업했다. 요즘 맥주들이 물보다 싸서 맥주로 목욕해도 되겠더라. (웃음)
-<탐정>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크신 것 같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탐정:비기닝> 개봉 초반 때 흥행이 잘 안돼서 상우와 함께 5주 동안 무대 홍보 인사를 돌았다. 나중에 CJ에서 우리가 너무 무리한다고 막아서니까, 우리 둘이서 따로 돌았다. 그랬더니 입소문 덕분에 270만이 넘었더라. (웃음) 그 후 우리가 후속 시리즈가 나오면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며 이를 갈고 함께 했다. 전작에서 함께한 작가팀, 스태프 모두 함께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내가 이렇게 인터뷰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말을 너무 못해서 잘못 말할까 봐 두려워서다. 그럼에도 이번에 인터뷰에 나선 것은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왕이면 우리 모두 돈을 잘 벌어야지. (웃음)
-<미씽:사라진 여자>의 이언희 감독과 함께 작업해본 소감은?
그냥 감독님이셨다. (웃음) 작가진, 스태프 모두 그대로였지만, 이언희 감독님이 오시면서 달라진 점이 있었다. 감독님이 원래 스토리 위주의 섬세한 영화를 찍는 분이셔서 그 부분이 많이 반영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새로운 영화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다. 감독님이 직접 편집에 참여하신 편집본을 보니 기대 이상으로 나와서 너무 좋았다. 감독님이 원래 술을 잘 못 하시는 분이신데, 우리가 술 마시면서 연습할 때 마다 찾아오셔서 함께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일부러라도 우리와 함께하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감독님의 의견에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다.
-성동일만의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막 하는거 같지만, 나만의 확실한 기준이 있다. 누가 그러던데 성동일은 참 필모가 신기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주조연 단역 다 해서 알다가도 모른 사람이라고. (웃음)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나는 기술자이다. 내가 목수면 목수로서 해야 할 공구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의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공구가 망치밖에 없으면 어떻게 일하겠나? 그게 바로 우정출연, 단역, 조연, 주연의 기준이다. <더킹><신과함께>의 우정 출연은 술때문이었다. (웃음) 확실한 내 기준은 내가 의자를 만드는 데 있어서 기본적 공구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느냐이다. 내 역할 확실하면 나는 각본 속 역할에 맞게 주조연, 단역으로도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 돈을 안 줘도 내 역할에 대한 설명이 잘 있다면 난 할수 있다. 내가 못하는 건 다른 배우들에게 의존하면 된다. 광수와 상우가 그런 역할이었다.
-그런 다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신가?
없다. 기자들도 현장에 많이 나가야 실력이 쌓이듯이 배우 또한 똑같다고 본다. 백윤식 선배님하고 <반드시 잡는다>를 촬영했을 때 선배님이 "동일이 연기가 많이 늘었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아무래도 그건 내가 계속 작품을 꾸준하게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기술자이기 때문에 꾸준하게 연기를 해야 연기력이 늘어나는 사람이다. 매년 한 번씩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나는 박리다매로 하려고 한다. 원래 내 소원이 잠 안자고 일하는 거였다. (웃음) 무명시절부터 꿈꿔온 거였기에 지금의 내 일에 만족한다.
-방탄소년단 등 한참 어린 후배들을 비롯해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비결은?
나는 관리직 배우다. 주변에서 나보로고 희한하게 아들뻘하고 친하다고 하는데, 나는 딱딱한 관계를 유지하는 걸 싫어한다. 나이가 어려도 같은 연기자 동지라면 함께 동등하게 대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출신 후배라 해도 같은 배우로서 동등하게 대우해주다 보니 그들도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녹색지대 이후로 요즘 아이돌 누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웃음) 아무래도 내가 술값을 먼저내니 그들도 나를 좋아하는 거겠지? (웃음)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배우가 되었든 스태프이든 그게 참 중요하고 내가 나이 먹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그들은 나와 같은 기술자이며, 함께해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현장을 유연하게 이끌며, 좋은 배우들을 추천하는 것이 내 원칙이고,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배우님 집에 TV가 없다고 들었다. 왜 구매 안 하시는 건가?
일단 집에 TV가 있으면 내가 뒹굴 거 같아서 그렇다. TV가 없는 대신 집사람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과 계속 친근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구매하지 않는다. 그리고 TV로 내 연기를 보면 내 연기보다는 얼굴만 보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눈으로 두는 것 보다는 머리속에 두는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크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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