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액션 배우를 꿈꾸는 영원한 '액션 소년', '탐정:리턴즈'의 권상우
18.06.18 11:31
한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권상우가 <탐정:리턴즈>로 돌아왔다. 이후 예정된 작업들 모두 영화로 확정 지을 정도로 다시 영화로 돌아오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와 <탐정:리턴즈>의 비하인드와 영화에 대한 열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웃음 포인트가 많았을 정도로 너무 유쾌해서 좋았다. 관객분들이 좋은 기분을 안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새롭게 합류한 이광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광수는 성동일 선배님을 통해서 만난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실제 광수는 '런닝맨'에서 나온 것처럼 까부는 친구가 아니었다. 진지하고 예의도 있는 친구여서 작업할 때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신뢰가 절로 쌓이게 되었다. 우리 셋다 너무나 친하게 욕심 없이 잘해서 좋았다.
-원래 술을 잘 못 한다고 들었다. 이번 영화 촬영 때 음주가 많았다고 들었다.
동일 선배님이 술을 너무 좋아하셔서…(웃음) 선배님도 말술이라 양이 적을 때도 있고 많을때도 있다. 지방 촬영가면 술밖에 먹을 게 없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침에는 또 셋이서 헬스클럽 가서 서로 운동도 하며 지냈다.
-속편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 잘 안 되는 편이다. 그래서 후속편에 출연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지 않았을까?
맞다. 사실 이번 후속편에 출연을 쉽게 결정짓지 못했다. 그런데 전편이 더 많은 관객이 봤어야 할 영화인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게 아쉬워서 오기가 더 생겼다. 그래서 속편에 출연해서 이번에는 꼭 선전해야겠다 다짐했다.
-1편과 2편을 비교하자면?
솔직히 1편이 잘 된 것은 감독님이 잘 잡아줬기에 가능했다. 내가 <탐정>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는 건 추리력이 뛰어난 강대만과 주인공들이 일상에서 보여준 추리력과 달리 가정에서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두 개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번 <탐정:리턴즈>는 이 부분이 약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외의 즐길 요소가 많아서 너무 흥미로웠다.
-같은 '아재' 들이지만, 사업에 있어서 세대 간 갈등을 보이는 모습이 이번 영화의 초점인 것 같다.
맞다. 동업하면 잘돼야 되는데, 파리만 날리니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어찌 되었든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데 초반에 들어가는 과정이 순탄치가 않았다.
-극 중 탐정인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영화 속 추리력을 응용해 본 적은 있는가?
글쎄 생활하면서 그런 의심할 일을 만들지 않아서... (웃음)
-극 중 유머코드가 애드립으로 보일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애드립이 활용된 장면은?
대부분의 장면이 그랬다. 아들이 납치 당할 때 내가 보인 반응과 똥 기저귀를 갖고 노는 설정은 다 각본에도 없는 설정이었다. 감독님께서 배경과 설정을 던져주면 우리가 재미있게 재해석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생동감 넘치는 신이 많았다.
-대만과 본인의 닮음 점, 같은 점이 있다면?
모든 유부남들이 느끼는 것 아닐까? 와이프 실망하게 하고 사소한 거짓말을 하는 것들이...(웃음) 글쎄 나는 다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와이프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웃음)
-영화를 본 아내분의 반응은?
우린 그런 이야기 안 한다. (웃음) 각자의 작품을 보고도 그런 이야기는 잘 안하는 편이다. 응원해주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우리 딸이 "<탐정 리턴즈> 화이팅!" 하고 찍은 사진을 출근할 때 찍어서 보내줬다. 그런 식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편이다.
-SNS를 잘 안 한다고 들었다. 이유가 있으신가?
사실 나는 음악 다운로드 받는 것도 잘 모른다. (웃음) 필요성은 느끼지만 아직 생각이 없다. 그래도 와이프가 나 대신 열심히 하고 있다. (웃음) 그래서 내 동선을 너무 잘 알아서 불편하다. (웃음) 가끔 그런 거로 강대만 같은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웃음)
-스마트폰, TV를 전혀 보지 않는 성동일 선배와도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래서 두 분이 사이가 좋으신 건가?
내가 볼 때 선배님은 굉장히 용감한 남편이다. 새벽에 아내분에게 술상 내오라고 오구하시는거 보면... (웃음)
-<탐정> 시리즈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우선 시나리오가 참 재미있었고 내 개인적으로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였다. 해외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국내 작품의 공백기도 생기고 좋은 시나리오가 오다가 끊기는 일이 발생해서 영화계의 주변인이 되었다. 그때 <탐정:더 비기닝> 각본이 들어왔다. 아빠들의 이야기이고 캐릭터와의 관계도 어색하지 않은 점이 너무 재미있었다. 아마도 내가 아빠가 되고 나니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다. 밝은 웃음을 주고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은 영화가 될 거라 생각해 꼭 해보고 싶었다. 학원물에 <말죽거리 잔혹사>가 있다면, 이 영화는 육아 분야의 <말죽거리...>라고 해야 할까? (웃음)
-아기 띠를 맨 채 뛰어다니는 대만의 모습이 잘 어울려 보였다.
아무래도 내 일상이니까. (웃음)
-돌아오고 나서 영화계에 느낀 게 있다면?
이제 내가 도전자가 된 것이 느껴졌다. 4년간의 공백이 있어서 많은 게 바뀌어서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초심으로 마음을 잡게 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이 영화 개봉하고 지금 촬영하고 나서는 세 편의 영화를 찍을 예정이다. 영화로 데뷔했으니 영화에 자주 등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제 40대 배우들의 전성기가 오고 있는 시기다. 권상우 개인에게 있어 기회가 되지 않을까?
내가 봐도 그렇다. 요즘 젊은 배우들이 영화계서 잘 안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제 영화계도 30, 40대 배우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지금 영화 <두번할까요?>를 찍고 있는데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영화다. 성인 남녀들이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이며,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탐정>에서 느낀 즐거움이 느껴져서 이 영화도 그리 주목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잘만하면 좋은 영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야수><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어두운 성향의 작품서 보여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성향의 작품에서 다시 보기 어려울까?
아무래도 내가 실수로 거절한 영화들도 있고 해외 활동 때문에 놓친 작품들이 많았다. 그렇게 해서 놓친 대박 작품이 세 편이나 있다. (웃음) 그 영화에서 내 역할이 나쁜 역할이라 거절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사실은 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한 점도 있었다. 내가 재미있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힘빼고 하고 싶은 작품도 있었다. 이번 촬영이 예정된 <귀수>라는 영화를 통해서 다시 대중들이 생각하는 권상우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도 시나리오는 자주 오는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탐정:더 비기닝>을 찍은 이후 좋은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코미디만 들어올 줄 알았는데 여러 장르의 영화가 들어와서 기뻤다. 우선은 지금 <탐정:리턴즈>가 잘돼야 한다.
-멀티 캐스팅이 유행인데...거기에 합류할 의사는 없었나?
난 열려 있다. 아까 말한 놓친 영화 중 멀티 캐스팅 형태의 영화들이 있었는데, 중국 일정 때문에 놓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영화들이 잘되는게 우선이고, 이게 안 된 상태에서 이 영화가 잘되어야 나도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브랜드가 잘되어야 나도 기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권상우 브랜드의 특징은?
내 브랜드의 특징은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웃음) 민첩하게 센스있는 배우라 생각한다. 그래서 액션, 멜로, 드라마, 코미디도 다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의 영화계가 원하는 배우 아닌가? (웃음) 그러니 연락 좀 달라 아무나. (웃음)
-그러고 보니 본래 꿈인 액션 스타로 다시 돌아오려 하는 것 같다.
맞다. 여전히 꿈이 있다. 할리우드에 어필하기 위해 직접 자동차 주차도 멋지게 하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물론 신체 능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꾸준하게 운동하며 노력 중이다. <귀수>를 준비하면서 체중 조절도 하고 있으며,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액션 스타 권상우를 다시 기억해 줬으면 한다.
-<귀수>가 영화 <신의 한 수>의 후속이란 것 외에 알려진 게 없다. 전편 정우성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이어받는 것인가?
새로운 캐릭터다. 전편하고 성격이 다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도장 깨기의 느낌이 있으며, <소림사>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전해줄 것이다. 액션이 많지는 않지만, 분위기 자체가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되어서 개인적으로 나도 설렌다. 한 번도 함께 하지 않았던 배우분들을 만나서 참 좋았다.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권상우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모든 캐릭터가 다 내 모습이다. 권상우 개인이 연기하는 만큼 연기하는 모든 캐릭터에 권상우의 모습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보면 다듬어지지 않은 신인 시절의 내 모습이 담겨져 있다. <말줄거리 잔혹사>는 학창시절 내 모습 그대로가 담겨졌다. 교복 입은 여고생을 짝사랑했고, 성장기의 아픔을 겪었던 만큼 현수라는 배역의 제안이 들어왔을 때 너무나 기뻤다. 다른 점이라면 영화와 달리 운동도 잘하고 남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는 것? (웃음) <추리의 여왕>에서는 말이 많지만 그 안에서 따뜻한 면을 지닌 모습이 담겨있으며, <탐정>의 강대만처럼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이 조금씩 반영되었다.
-과거와 달리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며 여유 있게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것 같다. 선택받지 못하면 일이 없는 거라 초조한 면도 있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이제 내려놓게 되었다. 어떤 시나리오가 오면 무조건 보려고 한다.
-권상우 개인이 정말 좋아하는 인생 영화를 꼽자면?
알 파치노가 출연하는 <스카페이스>가 내 인생 영화다. 그 영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외삼촌이 <품바> 영화 티켓을 선물로 줬는데, 극장에 갔더니 <품바>를 내리고 <스카페이스>를 상영하는 거였다. 호기심에 과감하게 티켓을 내밀고 들어갔는데, 극장에서 아직 미성년자였던 나를 그대로 들여보내 준 것이었다. (웃음) 그래서 어린 나이에 <스카페이스>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충격이었다. 작년에도 봤는데 너무나 대단했다. 그다음 인생작을 꼽자면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대부>를 빼놓을 수 없다. 모든것이 완벽하고 예술적인 영화이지 않은가? 나한테는 그 두 개의 작품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생 영화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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