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탐정' 여성 버전 후속작 나오나? 이언희 감독의 야심찬 후속 계획
18.06.27 19:19
<미씽:사라진 여자>로 한국 영화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던 이언희 감독 이번 <탐정:리턴즈>를 통해 <탐정> 시리즈의 지속적인 장기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저번 주말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사실상 흥행 성공을 주도하게 되었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신선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만들어내는 감독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했다. 영화에 대한 비하인드와 혹시나 모를 후속편 연출과 아이디어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언론 시사 전 가진 모니터링 시사회에서 여성 관객들의 호응도가 높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앞서 성공한 <탐정:더 비기닝>의 후속이란 점에서 부담이 컸지만, 여성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전작 <미씽:사라진 여자>에 비해 상당히 밝고 쾌활한 분위기가 담긴 영화라 남다르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현장 자체가 재미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10년 치 술을 다 마셨다고 할까? (웃음) 끊임없이 합숙을 하고 전국 일주를 하며 촬영하다 보니 촬영 후에는 술 마시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주연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았지만, 조연, 단역 등 특별출연하신 분들이 함께 술 한잔해서 더욱 남달랐다. 손담비, 김동욱 같은 특별출연 배우들은 아주 하루를 잡고 와야 할 정도였다. 나한테는 모든 배우들과 관계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너무 좋았다.
-전편인 <탐정:더 비기닝>이 지니고 있는 성차별적 문제 부분이 신경 쓰이지 않았나?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미씽:사라진 여자>를 연출한 감독이기에 이 문제에 대해 유심히 고민해야 했다. 1편의 소재와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활용이 문제가 되었던 걸 보면서, 2편에서는 여성 배우들이 더 좋은 캐릭터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한정된 역할만 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탐정> 시리즈가 3, 4편을 이어서 하게 된다면 여주인공들 버전의 이야기를 외전 형식으로 내놓고 싶다. (웃음)
-추리보다 아재들의 애환에 초점을 맞추는 코마디가 이 영화의 특징이다. 감독님이 합류하시면 이야기적인 요소가 더 강화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유머가 더 탄력을 받았다.
나는 <탐정> 시리즈가 지니고 고유의 색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2편을 이어받으면서 결심한 것이 이 시리즈의 명맥을 끊지 말자는 거였다. 추리물로서의 완벽함보다는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케미가 더 중요하다 생각했고, 그들의 관계를 통해 유머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 <미씽:사라진 여자>의 인물들이 사건의 중심적 위치에 있다면, <탐정>의 인물들은 간접적으로나마 관계를 형성한다. 시리즈만의 고유의 특징이 있었기에 내 영화적 초점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점에서 봤을 때 배우들이 너무 잘해줘서 내가 뭘 했나 싶다. (웃음) 이번 작품에서의 내 역할은 배우들이 알아서 웃기고 놀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사실 코미디는 내 재능 밖이다. (웃음) 오늘 아침에 동생과 통화하고 나오는데, 동생이 하는말이 "언니 기사 보니까 배우들이 되게 잘했나봐. 언니는 웃기지 않잖아"라고 말하더라. (웃음) 내가 그 정도다.
-전작 <미씽:사라진 여자>가 엄마들의 애환이었다면, <탐정:리턴즈>는 아빠들의 애환이 잘 담겼다.
<미씽:사라진 여자>가 내가 당면한 문제였다면, <탐정:리턴즈>는 내가 바라보는 입장을 반영한 영화다. 그만큼 인물들의 시선을 유심히 담아내려 했다. 극 중 성동일 선배가 탐정을 하려는 일은 아빠 입장에서는 도전이지만, 아내 입장에서 봤을때 화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극 중 배경인 보육원의 이름을 보면서 현실 속 '형제 복지원 사건'이 자연히 떠올랐다. 의도였나?
의도한 건 아니였는데, 그렇게 봐줬다면 다행이다. (웃음) 사실 형제 복지원 사건에 관심이 많았는데, 실제로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사건 중 하나로 통합하자고 생각해 복지원 사건의 대표 격인 '형제' 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악역 같은 경우도, 스릴러 영화에서 언제나 악당들이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너무 싫어서, 이왕이면 신념을 지닌 악역으로 그려야 더 멋있을 거라 생각해 내 의지대로 강렬하게 묘사했다.
-남자들의 세대별 애환과 동시에 갈등이 사건 접근 방식에 담겨있다. 둘은 이제 서로를 인정했지만, 여전히 티격태격 중이다.
대만이라는 캐릭터의 장점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수는 대만과 다른 훈련된 형사다. 그렇기에 둘이 아무리 서로를 인정했다 해도 여전히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상상력과 감으로 추리를 하는 대만은 여전히 말이 많고, 냉철한 노태수는 이러한 대만의 추리를 받아쳐 낸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함께해야 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남성들의 영화지만 이번 영화서 약간의 여성적인 시각이 담겨진 디테일한 장면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보니 정말 여성 캐릭터가 없었다. 그래서 <독전> 이해영 감독님이 김성령, 이주연 캐릭터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듯이 나도 남성 캐릭터 한명을 여성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 역할을 손담비 씨가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잘 활용하지 못해 아쉬운 것 같다. 좀 더 사건에 할애해야 하다 보니 그 부분을 다루지 못했다. 사실 표현하고 싶은 요소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원래 이야기했던 <탐정> 시리즈만의 근원적인 요소를 놓칠 거라 생각했다. 이 영화는 재미있는 팝콘 무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엄마 집을 방문하다가 엄마가 "저번 영화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 영화는 생각 없이 보면 안되니?" 라고 말씀하셔서, 이번 영화는 생각 없이 보게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웃음) 우리 엄마가 장클로드 반담과 스티븐 시걸의 팬이다. (웃음) 그만큼 이번 <탐정:리턴즈>는 엄마가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메가폰을 쥔 작품이었다.
-이번 영화는 결혼 예정인 신랑이 사라진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작 <미씽:사라진 여자> 때도 그렇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나 등장할 법한 '도시 괴담' 설정을 잘 활용하는 연출자 같다.
<미씽:사라진 여자> 인터뷰 때도 한 이야기지만 나는 범인의 정체보다는 그 범인이 어떤 인간이고 생각을 지닌 사람인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탐정:더 비기닝>이 범인이 누구였냐에 대해 접근했던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범죄가 왜 일어났고, 그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범인이 쉽게 밝혀지게 되지만,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이번 영화는 머리를 쓰지 않는 쉬운 영화가 되었으면 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 카메오분'의 출연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원래부터 카메오로 언급된 분이셨다. 그분이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파일러셨고, 현재 탐정법을 발의한 국희의원이 되셨기에 우리 영화의 카메오로 출연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정계에 계신 분이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승낙해 주셨다. 사실 원래는 조인성 씨를 쓰고 싶었지만, <안시성> 촬영 때문에…(웃음)
-<미씽:사라진 여자> 이후로 한국영화에서의 여성 캐릭터에 대한 활용이 다양해진 것 같다. 많은 배우, 감독들이 인터뷰 때마다 <미씽>을 자주 언급할 정도다.
그런것 같다. 생각해 보면 첫 번째, 두 번째 작품이 다 여성들이 메인인 영화였다. <미씽:사라진 여자> 같은 경우는 사회적 현상도 있었고, 여배우에 대한 활용도 문제가 있었으니, 이 영화에 대한 언급이 잘되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시기적인 상황을 잘 탔던 것 같다. 내 차기작이 <탐정:리턴즈>가 되었을 때 엄지원 배우가 서운해하긴 했다. (웃음) 여성 영화를 찍으면 내 브랜드를 높일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대중적인 반응을 좀 더 끌어내고 싶었다. 오히려 이번 <탐정:리턴즈>는 <미씽:사라진 여자>보다 투자받기 쉬워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을 없었다. 그렇기에 다음에 꼭 <탐정> 시리즈의 여성 버전 외전이 나왔으면 좋겠다. (웃음)
-근래 들어 사회, 문화, 정치 현상을 봤을 때 가장 관심을 갖고 계신 분야는?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악인의 이면을 궁금해한다. 그래서 요즘은 사이비 종교 부분에 관심을 두고있다. 사이비의 이면보다는 사람들을 세뇌하는 그 이면이 궁금하다고 해야 할까? 이영학 사건 같은 경우 이영학이라는 인간의 이면보다는 그에게 세뇌당한 딸의 에피소드가 더 궁금했다. 나중에 차기작을 만들게 된다면 그런 부분에 접근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크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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