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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스토리'가 김희애의 배우 인생중 가장 힘겨운 도전이었던 이유

18.07.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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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의 주인공 문정숙을 연기하며 배우 인생 최고의 도전을 경험한 김희애와 이번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와 연기관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캐릭터가 부담되지 않았나?

부담되었지만,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비치는 법정물이라는 게 더 크게 와닿았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  


-그래도 그동안 해온 역할 중 어려운 역할 아니었나?

맞다. 시나리오를 주시기에 덥석 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내 연기 커리어에 큰 위기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웃음) 나한테는 도전이었기에 이번 작품은 큰 산을 넘은것과 같았다.


-캐릭터가 새로웠다.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나?

배우의 가장 큰 특권이라면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다. 이번 영화의 캐릭터 또한 멋있는 캐릭터다. 언제 그런 여사장 캐릭터를 맞이해 보겠나?


-문정숙 캐릭터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법정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번역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때 기분은 어땠나?

그 신에서 재판장이 감정을 주체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어떻게 그 뜨거운 감정을 잊을 수 있겠나? 나 역시도 이 신을 통역에만 집중해야 할지 재판장 말 대로 있는 대로 감정을 두어야 할지 고민했다. 실제로 여러 버전으로 촬영되었다. 하나는 감정 없이 묵묵하게 통역하는 장면이었고, 다른 하나가 지금 영화 속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통역하는 장면이었다. 결국 후자가 더 강렬하게 느껴져서 이 장면을 밀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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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부 재판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나?

몰랐다. 나만 몰라서 아무한테도 묻지 못했다. (웃음) 그런데 인터넷에도 이 재판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왜 이런 역사에 대해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나 반성했다.


-김해숙 배우는 이번 작품을 찍고 우울증이 왔다는데 후유증은 없었나?

촬영하고 석 달 전부터 일본어와 부산 사투리의 스트레스가 심했다. 사투리에도 각자의 격조가 있듯이 그것을 일일이 다 그리려고 했다. 그런데 어떨 때는 억양이 달라졌다. (웃음) 마지막 재판장 장면을 찍을 때는 너무나도 압박감이 심했고, 끝났을 때는 압박감에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쏟아졌다. 여러 가지 큰 압박이 느껴졌던 것 같다. 


-김선영 배우가 시종일관 옆에서 웃겨주는 감초 역할로 등장한다. 실제로는 어땠나? 

실제로도 좋았고 재미있었다. 선영 배우가 웃기는 장면 하나하나에 많은 연구를 하고 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내가 애드립 같은걸 해오면 어떤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좋은 배우였다. 


-감독님은 김희애를 캐스팅하면서 기존의 김희애를 다르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했다. 해보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나?

이번 영화는 내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감독님도 내 안에 있던 선입견을 누르고 이 역할을 주셨고, 그걸 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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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에서 이번 영화가 터닝포인트라 생각하나? 

그동안의 작품에서 여배우라는 외형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써야 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한 사람으로서, 할머니들의 조력자인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이 당당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도 일상의 나처럼 보이지 않으려 했다. 체중을 5kg 늘렸고, 계속 안경을 쓰고 다녀서, 선배들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웃음)


-대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그동안 어떤 촬영장을 가든 내가 나이가 많은 선배였는데, 이번 작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님들이 계셔서 의지가 되었다. 다 똑같이 부담을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처절하고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하나의 가족 같았다. 


-문정숙 단정을 맡은 캐릭터가 왜 이렇게 할머니들을 보좌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시나?

인내로 할머니들을 돌봤다라기 보다는 내가 믿고자 한 신념을 밀고나가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나중에 딸도 엄마를 이해하고 수요집회를 참여하는 것을 보면 알수 있지 않나? 


-시사회가 시작되었을 때의 감정은 어땠나?

사실 계속 내 연기를 분석하고 보느라 큰 여운이 남지 않았다. 아마 한 번 더 보게 되면 그땐 더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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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실제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꼽자면? 

다 나였다는 교과서 같은 말 밖에 할 게 없다. (웃음) 배우는 외향적이고 끼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되게 끼도 없고 내성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게 배우다. 그래서 배우란 왔다 갔다 하는 다양한 존재라고 해야겠다. 


-<사라진 밤>에서 보여준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연하의 남자 배우들과 무난하게 연인관계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비결이라? 그냥 대본에 충실했을 뿐이며, 상대 배우들의 실력이 매우 대단했다. 유아인 씨도 소름 끼치게 잘했고, 일생에 그런 역할을 잘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특히 피아노 치는 부분이 너무 완벽했는데 그 이후로 모든 게 잘 맞았다. 김강우 씨와는 연인관계라기 보다는 불안한 커플의 정석을 보여줬다. 일단 기본적인 시나리오가 탄탄하다면 배우가 해내기 쉽지가 않다. 


-<사라진 밤>에서 보여준 악녀연기가 의외로 강렬했다. 다시 제안이 온다면 할 의향이 있는가?

그런 역할이라면 여배우라도 좋아할 캐릭터다. 당연히 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리만족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통쾌하다고 할까? (웃음) 알고 보면 그 여자도 불쌍한 여자다. 그 점에서 보면 동정심이 갈 캐릭터다. 


-최근 국내외 영화에 여성 주인공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보면서 과거와 달라졌다 느껴진 것은?

작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은 맞다. 그리고 영원한 게 없으니까 이런 트랜디한 것들이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여성상, 인간상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고, 큰 성숙함을 나가고 있기에 당연히 내 시나리오상의 인물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이제 시대가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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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배우님을 알게 된 작품이 1990년대 초반 드라마 <아들과 딸> 때였다. 그때 함께 한 배우들이 (한석규, 최수종, 채시라, 오연수) 이제 영화계와 드라마의 큰 주역이 되었는데, 어떤 기분이 드시나? 

든든하고 꾸준하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다들 오랫동안 함께 잘해 줬으면 한다.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었나?

당연히 있다. 그때가 20대였고, 지금과 다른 상황이었다. 말도 안 되는 고생을 많이 해서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점에서 보면 지금 배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운명적인 것 같다. 요즘 어린 배우들이 프로패셔널 한걸 보면 참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나도 저 때 저랬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이 나이 때까지 하는 걸 보면 오래 해서 더 좋은 걸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졌다. 


-혹시 자녀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준 자신의 출연작이 있으신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들은 내 작품을 안 본다. (웃음) 엄마가 연기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웃음) 근데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가족들이 응원한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모른 척 해주는 게 더 고맙다. (웃음) 하지만 허스토리는 꼭 보여주고 싶다. 아마 조용히 극장 가서 봐주겠지. (웃음)


-왜 <허스토리>를 먼저 보여줬으면 하는가?

우선 좋은 영화고 부끄러운 것도 없으니까. (웃음) 그래서 이런 영화를 출연하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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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작품은?

지금 백수고 이제 나한테 맡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웃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가?

이 영화를 무거운 주제의 영화로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가 아닌 인간 그대로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도 좋은 기운을 느낄 것이다. 선영씨와의 유쾌한 부분도 있으니 좋은 기운을 받고 나가는 영화라 생각한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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