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원 "공공재로 남을생각 없다"
18.07.29 21:54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랑>을 촬영한 강동원. 그 자신도 원작의 팬이라 자처한 만큼 <인랑>에 쏟은 노력과 심혈은 그 어느 때 보다 컸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결과물이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중이지만, 그 자신은 현재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곧 있을 해외 진출작에 대해 집중하고 있었다. 어쨌든 <인랑>은 강동원 본인에게 있어 의미 있었던 도전이자 또 하나의 연기적 발전을 위해 거쳐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많이 빠졌다고 이야기한다. 어제 우성 선배와 술 먹다 보니 저절로 얼굴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웃음)
-결과물을 본 소감은?
나 또한 원작 팬이며, 영화 만든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봤다. 원래 각본에는 유신 시대, 4.19 설정도 있었고, 일제 시대, 한국전쟁 전후도 담겨있었는데 그러다 결국 근 미래로 오게 되었다. 그래도 내 캐릭터는 과거로 가나 미래로 가나 바뀐 건 없었기에 원작을 기반으로 해 캐릭터를 완성했다.
-근데 영화의 그러한 메시지보다는 멜로적 설정에 대한 논란이 많다.
사실 그거 말고도 찍은 게 참 많다. 멜로가 영화의 주소재가 아니기에 다른 설정들이 많았는데, 그러기에 덜어낸 게 많다. 아무래도 원작이 모호하고, 원작에 비해 멜로적 요소가 주목받다 보니 그 점이 더 돋보였나 보다.
-전작인 <골든슬럼버>도 그렇고 이번 영화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라고 들었다.
맞다. 언젠가 올해는 들어가겠지 하고 기다렸었다. <인랑>의 출연 제안은 2012년에 받았고, 김지운 감독님께서 군 제대하고 바로 찍자고 약속까지 하셨는데, 제대하다 보니 바로 <밀정> 촬영을 하고 계시더라. (웃음) 원작의 강화복을 너무 입고 싶어서 촬영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원작 캐릭터가 너무 말이 없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다. 원작 주인공 후세로부터 받은 영향이 있다면?
맞다. 거의 말이 없는 캐릭터였고 웃지도 않고 화도 내지도 않는 감정 없는 캐릭터다. 그래도 나는 내 캐릭터가 원작에 가깝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설정 면에서 많이 바뀌었는데, 원작 주인공이라도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 캐릭터에 관한 설정은 감독님과 논의도 안 하고 나 혼자 결정한 부분이었다. (웃음) 감독님이 주문을 많이 안 해주셨고, OK도 안 하시길래 이게 맞는 거라 생각했다.
-삭제된 장면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들었다.
맞다.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장진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이윤희에 대한 고뇌 등 아마 삭제된 장면을 전부 추가하면 <신과함께> 같은 시리즈로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웃음)
-그렇게 입고 싶은 강화복을 입어본 소감은?
만들어주신 분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주셨다. 40kg이 넘을 정도로 정말 무거웠다. 그럼에도 우성 선배와 거의 몸을 날리면서 액션을 했다. 촬영 시기가 겨울이어서 얼굴이 얼고 너무나 시렸다. 무거운 강화복이었지만, 의상이 너무나 단단해서 다치지는 않았다. 역대 내가 촬영한 작품 중 가장 힘든 촬영 TOP 2에 들었다. 1위는 <전우치>다. (웃음)
-<1987>에 이어서도 이번 영화에도 광장 시위가 전면으로 등장한다. 강동원과 시위가 실제로도 인연인 적이 있나?
사실 젊었을 때 시위에 휩쓸린 적이 있었다. (웃음) 대학시절 친구들과 낮술 먹고 있다가 등록금 삭감 시위 한다 해서 갑자기 따라가게 되었다. 등록금 삭감한다니 당연히 동조해야지. (웃음) 그때 우리 시위대가 총장실 점거까지 해서 말이 많았다. (웃음) 나중에 연기 데뷔하고 학교 홍보 모델이 되어서 그때 그 총장님께 인사까지 드렸는데, 그게 참 아이러니했다. (웃음)
-<인랑>은 주인공의 짐승성과 인간성 사이에서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갈등을 메인으로 담은 작품이다. 임중경을 연기할 때 가장 심리적으로 가장 흔들렸을 때는 언제였나?
아무래도 이윤희가 떠나자고 했을 때, 그때 만약 전화가 안 왔다면 정말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윤희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와 그녀와의 첫 만남부터 그런 감정을 느꼈다.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보이지 않게 끌렸을거라 생각한다. 과거는 과거지만 소녀들을 죽였을때의 트라우마와 상처는 임중경에게 있어 심리적인 큰 충격을 가져다줬을 것이다. 사실 그 장면이 좀 아쉬웠다. 임중경이 소녀들의 시체를 보면서 무너지는 장면을 깊이 있게 담았는데, 그 장면이 삭제되어서 너무나 아쉬웠다. 그만큼 임중경의 트라우마가 보였어야 했다.
-남산 카체이싱 장면이 스턴트 스태프 없이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장면이라고 들었다. 너무 생생했던 만큼 위험천만한 순간이 많았을것 같던데, 비하인드가 있다면?
위험했지만 재미있었다. 마치 범퍼카를 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웃음) 실제 영화 속 보다 무열씨의 차가 나와 효주 씨가 탄 차를 쌔게 박았다. (웃음) 너무 쌔게다가와서 내 뒤에 있는 차까지 박아버려서 진짜 교통사고가 난줄 알았다. 아찔한 순간이었는데, 무열 씨 본인이 너무 미안해하더라. (웃음)
-강동원의 키스신이 오랜만에 등장한다. 정통멜로물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장르를 따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좋은 작품이라면 할 수 있다. 누구는 <늑대의 유혹> 같은 작품을 한 번 더 하라는데, 이제 이 나이에 그런 거 하면 욕먹는다. (웃음) 너무 비슷한 캐릭터를 하는 걸 꺼리는 편이어서 선택을 잘 안 했던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꽤 도전적이다.
맞다. 희한한 작품들 새로운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 흥행과 상관없이 관객분들이 알아주시면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목표로 한 것도 좋아하지만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야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1987> 처럼 의미있는 작품이라면, 사명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배우가 투자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투자해 주신 분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할 따름이다.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쓰나미> 촬영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구체화는 작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감독님이 바뀌신 상태(<익스펜더블> 시리즈의 사이몬 웨스트에서 <노트북>의 닉 카사베츠로 바뀜) 라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촬영은 아마 9월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나로서는 소중한 경험이라 생각되기에 그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얼마 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만나 차기작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그건 그냥 만나서 술 마시고 밥만 먹었을 뿐이다.
-애초에 해외 진출이라는 큰 목표를 지니고 있었나?
데뷔했을 때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국가대표로 뛰는 것보다는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는 외국에 사는 친한 형과 앞으로 장기적인 해외 진출과 이를 통한 국내 영화계의 연계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실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데뷔한 지 19년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시스템에 대해 적응하려고 한다.
-그럼 만약 기획, 제작할 기회가 있다면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은가?
여러 가지로 해보고 싶은데 우선적으로 SF영화를 해보고 싶다. 무엇보다 우주로 나가고 싶다. (웃음) 그리고 공포 영화 진짜 무서운 걸 해보고 싶다. 진짜 슬픈 멜로물도 기획해 해보고 싶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게 올스탑이다. 취미로 시놉시스도 쓰고 있었는데, 미국 진출이 확정되면서 이런 거에는 집중하기 어렵더라. 영어 공부만 하니 남는게 없다. (웃음) 영어로 대화가 아닌 감정 표현을 해야하니 그들 문화를 이해하기가 참 쉽지가 않더라. 조만간 촬영 들어가는데, 언어로 내가 얼마나 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오디션도 보고 연기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겼지만, 해외 관객분들이 날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제 남은 시간 열심히 할 것이다.
-'연인은 있었도 없고, 없어도 없다'라는 가치관은 결혼할 때 까지 유지할 생각인가?
예전부터 계속 한 말이다. 어르신들이 하도 집요하게 물어보셔서 생각해둔 말이었다. (웃음) 사실 어제 술자리에서 김지운 감독님께 "감독님은 혹시 결혼을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라고 물어봤었다. 그러더니 웃으시면서 "할뻔했다"라며 사연을 말씀해 주시더라. 그렇다고 요즘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 공공재로 남을 생각은 없다. (웃음) 개인적으로 그 말이 참 무섭다. 내가 국가의 녹을 먹은 사람도 아닌데, 어째서…(웃음) 이왕이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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