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특집! 여고괴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13.06.21 10:58
공포영화의 계절인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올 여름 극장가에는 [무서운 이야기2] [더 웹툰: 예고살인] [꼭두각시] 등 공포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사실 한국 공포영화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은 [여고괴담] 시리즈입니다.
여고를 나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참 사연 많고 이야기 많은 공간이 바로 '여고'입니다. 가령 제가 나온 학교는 일제시대 때 감옥이 있었던 자리라고 합니다. 그 때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12시가 넘으면 복도를 떠돌아 다닌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또한 학교 아름드리 나무에서 목을 매 자살한 선배가 있었는데, 이 선배의 귀신을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돌았습니다. [여고괴담]은 이러한 '여고'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사연들과 공포를 집약시킨 영화들입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여름특집, [여고괴담]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여고괴담] 이미연, 김규리, 최강희, 박진희
학교에서 지오(김규리 분)과 재이(최강희 분)의 담임인 여교사 박기숙이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죽음 후 학교에는 9년전 자살했던 진주의 영혼이 교사를 죽인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돕니다. 한편 모교에 문학선생님으로 부임한 은영(이미연 분)은 자신의 담임이기도 했던 박기숙이 죽기 전날 밤, 전화기에 남겼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진주가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어" 사실 진주는 은영의 동창이었습니다. 하지만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담임이었던 박기숙과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자살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학교에는 점점 의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공포의 대상'을 보는 사람들도 많아지는데...... 과연 은영과 학생들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여고괴담 시리즈의 시작으로 지금은 톱스타가 된 스타들의 데뷔 초를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큰 흥행에 성공하자 뒤이어 시리즈 5편까지 제작됩니다. 한국 공포영화 시장이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여고괴담]을 넘는 공포영화는 없었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입니다.
2. [여고괴담 2] 김규리(김민선), 박예진, 이영진, 공효진
한창 성과 사랑에 민감한 사춘기 여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하루 15시간씩 함께 다니다보면 친구 이상의 감정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여고괴담 2는 여고생들의 은밀한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신체검사가 있던날 민아(김민선 분)은 우연히 노트 한권을 줍습니다. 이 노트는 커플로 소문난 효신(박예진 분)과 시은(이영진 분)의 교환일기였습니다. 효신은 특히 조숙한 언행과 국어선생님과의 심상치 않은 소문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었죠. 민아는 두 사람의 애절한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게 됩니다. 한편 만난지 1년이 되는 '공동생일'을 맞은 효신과 시은은 한달 전 다툼 이후 계속된 침묵을 깨고 둘만의 장소였던 옥상에서 재회합니다. 오후가 되어 신체검사로 어수선하던 학교는 갑작스런 효신의 투신으로 발칵 뒤집히는데요. 과연 이 여고생들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입니다. 특히 단순히 공포 뿐만 아니라 사춘기 여학생들의 예민한 감정과 고민, 갈등 등을 잘 녹여내서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3. [여고괴담 3: 여우계단] 송지효, 박한별, 조안
전편들과는 달리 기숙사와 예술고등학교를 소재로 한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학교 기숙사로 오르는 숲길에는 28개의 층계로 된 계단이 있습니다. 여우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서 여우계단이라고 불리는 이 계단은 사실 끔찍한 저주의 계단입니다.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무용과 1등 소희(박한별 분)은 진성(송지효 분)과 단짝 친구입니다. 그녀는 여우계단을 오르며 "항상 진성과 함께 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죠. 반면 만년 2등밖에 할 수 없는 진성. 그녀는 열심히 준비했던 서울 발레콩쿨의 기회마저 소희에게 빼앗기게 되자 결국 여우계단에 오릅니다. 내가 발레 콩쿨에 나아가게 해 달라고 빌면서 말이죠. 감춰왔던 갈등이 폭발하고 두 여학생은 격한 몸싸움을 벌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희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다시는 발레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어느날 밤, 진성을 찾아온 소희. 그녀는 '항상 함께 있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다'는 고백을 합니다. 친구의 진심을 듣고 한 없이 미안해진 진성.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녀는 소희가 그저께 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아무리 친하다 해도 여자들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이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감수성 풍부한 여고생들이라면 서로에 대한 질투는 극에 달하기 마련이죠. 친구와 1등을 하고 싶었던 욕망 앞에서 진성은 욕망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진성의 선택에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겁니다. 우리 모두는 가슴 속깊이 아무도 모르는 '욕심'이라는 방 하나를 품고 살기에.
4. [여고괴담 4: 목소리]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눈에 보이는 공포보다 더 두려운 것은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공포입니다. 보인다면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입니다.
여고괴담 4: 목소리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목소리를 소재로 한 공포입니다. 영언(김옥빈 분)과 선민(서지혜 분)은 단짝 친구입니다. 늘 음악실에 남아 홀로 연습하는 영언. 홀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노래 사이에 낯선 목소리가 끼어듭니다. 잿빛 교정을 감싸는 아름다운 화음의 노래소리. 그리고 그 날 밤, 영언은 살해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춘 친구가 걱정되는 선민. 그런데 선민의 귀에 영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목소리는 목이 찢겨진 영언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더 기괴하고 소름돋게 변합니다. 사랑했던 친구가 너무나 무섭지만 친구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는 선민. 그녀는 귀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아(차예련 분)과 함께 영언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공포영화를 사랑하시는 팬 분들께는 가장 실망스러운 [여고괴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는 죽고 죽이는 공포가 없습니다. 폭압적인 학교 시스템이나 왕따이야기도 없죠. 단지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서로에게 무심할 뿐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령이 되어버린 여고생은 유일하게 함께 하고 싶었던 친구의 손을 놓치 못합니다. 눈에 보이는 공포보다 여고생들의 세심한 심리 묘사에 관심을 가지신다면 더 몰입해서 보실 수 있을겁니다.
5. [여고괴담 5: 동반자살] 오연서, 장경아, 손은서
조금 다른 접근을 시도했던 [여고괴담 4: 목소리]과 달리 다시 '여고괴담'스러운 이야기로 돌아온 다섯번째 시리즈입니다. 늦은 밤 학교 성당. 영원한 우정을 피로 맹새한 친구들이 죽을 때에도 함께 하자며 동반자살을 약속합니다. 그런데 그날 밤, 동반자살을 약속한 친구 중 한명인 언주(장경아 분)이 투신자살합니다. 이 후 공포에 떨고 있던 다른 친구들도 차례대로 공포와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되는데요. 죽음도 깨지 못한 우정서약은 끔찍한 공포가 되어 학교를 피로 물들여갑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도까지는 좋았는데 그 설정이나 스토리 면에서는 많이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전작들에는 분명한 '이야기'가 있었죠. 가령 1편에서는 왕따, 2편에서는 은밀한 사랑을 다뤘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여고생들의 죽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었습니다. '동반자살'이라는 소재는 참신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쁜 신인 여배우들을 띄워주기 위해 교복을 입히고 대강 공포이야기를 만든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평점도 형편없었는데요. [여고괴담 5]의 실패로 후속편의 등장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 같습니다. 2009년을 끝으로 더이상 소식 없는 여고괴담 시리즈. 과연 [여고괴담 6]가 제작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