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인터뷰) 황정민이 만난 첩보원 흑금성은? "너무 귀여운 사람"

18.08.20 15:55


2.JPG

"또 황정민이야?" 이제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도 상당하다. 그만큼 화제의 한국 영화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고, 주요 인물을 연기했다. 반복되는 그의 등장이 누군가에게는 지겨워할 법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출연이 영화를 안심하고 보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의 수식어와 같은 '믿고 보는 배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듯이 말이다. <공작>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그와 영화 개봉 전 작품 속 비하인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굉장히 좋았다. 촬영은 작년에 끝났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잘 구현되어서 재미있었다. 칸 영화제서 봤을 때는 정신도 없었고, 시차 적응도 안 되고 자막도 너무 많아서 산만하게 느껴졌다. 국내 언론 시사회 때 본 게 맨정신으로 영화를 봤을 때였다. (웃음) 칸에서도 그렇고 일반인 시사회 관객분들이 재미있다고 봐주셨다니 다행이다. 


-흑금성이라는 인물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느껴졌나?

정말 궁금했다. 굉장히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국가를 위해서 한 우물만 판 분이었기 때문이다. 연기하면서도 대단한 분이라 느껴져서 직접 뵙고 싶었다. 실제로 김정일을 만났을 때의 기분과 자기가 맡은 책무를 맡으면서 한 우물을 팠던 사람이 자기가 잘못된 우물을 팠음을 알았을 때의 자괴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독방서 생활하셨을 때의 감정도 궁금했다. 


-실제로 만난 흑금성은 어떤 분이었나?

너무 귀여운 분이셨다. (웃음) 본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하니, <미션 임파서블> 같은 작품으로 생각하시는 거였다. (웃음) 말씀하시는 것도 재미있고 정감있게 하셨지만, 독방 생활에 대한 경험탓인지 과거 정권에 대한 울분이 남겨져 있으신 듯했다. 무엇보다 정말로 속마음과 감정을 알 수 없는 분이셔서 첩보원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영화를 위해 따로 참고한 첩보 영화나 준비 자료가 있었다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같은 영화가 주로 참고되었다. 그 외 역사적 자료와 기록물도 참고했다. 사실 나도 영화 속 사건의 실체였던 '총풍 사건'을 잘 몰랐다. 대본을 보면서 '정말 이런 일이 있었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이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위한 진정한 이득이기 때문이다. 


3.JPG

-자신이 속한 조직인 안기부가 "너를 버릴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느껴졌나?

그래서 이 인물이 대단하다고 본다. 첩보워들은 기본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걸 염두에 두고 이 일을 한다. 그래서 오는 긴장감과 대단함이 참 멋있었다. 실제로 말로만 듣던 '만년필 독침 무기'를 접했을 때 느끼는 긴장감이 다가왔었다. 덕분에 연기 하면서 내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연기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제일 고민했던 건 흑금성과 일상의 박석영을 번갈아 연기했을 때였다. 1인 2역 같은 인물처럼 연기하면 쉬운 캐릭터로 치부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런 감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각 인물의 개성을 부각해 어떻게든 두 사람으로 보이려 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투리와 말투 또한 그런 대목이었다. 


-<신세계>에 이어 롤렉스가 이번 영화에서도 매우 밀접한 아이템으로 활용된다. 이제는 롤렉스가 황정민의 기본 아이템이 된 것 같다. 

(웃음) 맞다. 이번에도 <신세계>에 이어서도 롤렉스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이거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롤렉스가 매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 이야기가 정치적 영화로 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두 남자의 우정이자 남과 북의 화합을 이야기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정말 잘 촬영했다. 아무래도 효리 씨가 등장해서 그런 것 같다. (웃음)


-첩보원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잠시나마 경험했다. 김정일을 대면한 장면, 처음으로 북 고위층과 접촉한 장면, 몰래 도청을 하는 장면등 아찔한 순간이 자주 등장한다. 첩보원을 연기하면서 가장 짜릿했거나 흥미로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짜릿했다라…실제로 김정일을 연기한 장면에서 속된말로 쫄았다. 실제 나라면 정말 차렷하고 서 있을 수 있을까? 김정일이 있던 별궁은 군인들이 300명이 동원되었는데, 실제로는 2천 명이 넘는 장소였다고 한다. 촬영할 때 '만약에...' 라는 상상력을 동원해서 연기했는데, 그때마다 너무 긴장되었다. 이 장면을 위해 일정상 3일밖에 시간이 없었고, 최대한 많은 장면을 뽑아야만 했다. 혼자서 연기 연습할 때는 잘했는데, 막상 촬영하니 계속 NG를 냈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현장의 모든 배우들도 실수를 반복했다. 공간과 상황이 주는 위압감 때문에 우리 모두 긴장했다. 그런데 지훈이만 긴장하지 않고 너무 잘하더라. (웃음) 우리가 막 겁을 줬는데, 김정일 앞에 당당하게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웃음) 


4.JPG

-정치적 해석이 많아서 부담스럽지 않나?

전혀. 그것은 동시간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느낄수 있는 사상이기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한다면 영화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고 보니 북한내에서 온 걸 촬영하다가 정치적 문구를 보고는 동네 부들이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아무리 영화지만 그 부분은 민감해 하는 분들이 계신거였다. 그런 경우들이 많았고, 이게 개봉할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이성민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좋았는데, 함께 하면서 전율 느낀 적은?

너무 많았다. 좋은 배우와 함께 한다는 것은 큰 행복이자 행운이다. 성민 형님의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마지막 장면이 좋은 에너지를 받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사실 처음 만난 고려관 장면을 찍었을 당시만 해도 힘들었다. 보통 배우들이 서로 힘들다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불편한데, 이번 작품은 서로 호흡이 틀어지거나 정확한 계산이 없으면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신을 촬영하고 나서 형님도 힘들다면서 서로 감정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 후부터 성민이 형과 감정을 주고받으며 촬영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우리의 구강 액션을 진짜 행동하는 액션처럼 구현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게 참말은 쉽다. (웃음) 그래서 모든 배우가 함께 감정을 공유하면서 긴장감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윤종빈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한 소감은?

재미있었다. 말도 재미있게 하고, 집요하게 연출을 하는 사람이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그런 고집이 있는 연출자와 작업하는 게 힘들게 느껴지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 때문에 만족스럽게 작업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덕분에 나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첩보물이라면 현란한 액션과 능수능란함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대사 위주로 관객들을 압고하는 영화라 설명해 줘서 연기하는 나도 몹시 궁금했다. 그 때문에 처음에 의심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독에 대한 신뢰가 절로 생겼다. 내 개인적으로 이런 첩보물을 한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영화를 보면서 '정말 구강 액션이구나' 라는걸 절로 느끼게 된다.

그러니 감독이 연출을 잘한 것이다. 이 느낌과 공감을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를 눈에 클로즈업한다고 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일을 하고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까지 정말 긴장감 있게 뽑은 것이다. (웃음) 매번 촬영할 때 마다 모르겠다 했는데, 결국에는 잘 만들었더라. 문제의 평양 장면만해도 진짜 현장에 있는 것 처럼 잘 뽑아내지 않았나? 그 정도로 집요하고 애민한 사람이니, 스태프들을 얼마나 갈궜을까? (웃음) 


5.JPG

-캐릭터들 모두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이기에 시종일관 긴장하면서 봤다. 함께 연기하면서 그와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던 동료 배우는? 

없었다. (웃음) 배우들은 순진해서 너무 속이 다 보인다. 만약 속이 안 보이는 사람이면 정말 배우 일을 못하게 된다. 오히려 내가 너무 속을 드러내서 탈이었다. (웃음) 내 얼굴만 봐도 그렇지 않나? 얼굴이 항상 빨개서 엄마가 "너 맨날 술 먹고 다니냐?" 라고 핀잔을 주고 있다. (웃음) 


-추억의 바바리코트와 90년대 장비들을 맞이한 장면들이 많아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맞다. 바바리코트가 한창 유행한 시기가 내가 20대 초반이었으니까. (웃음) 사실 바바리코트와 관련된 재미있는 비하인드가 있다. 소품팀이 내 체형에 맞는 코트를 구하기 힘들어했는데, 마침 윤종빈 감독이 아버님이 입으셨던 바바리코트라며 가지고 온 거였다. 그래서 입어봤는데, 내 핏과 너무 잘 맞는 거였다. 영화 속 내가 입은 바바리 코트는 윤종빈 감독 아버님의 바바리 코트였던 것이다. (웃음) 뜻깊은 코트여서 잘 입고 열심히 촬영했으며, 더운 7월에도 입으면서 연기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첩보물의 첩보원들은 <007>과 달리 외롭고 비정한 최후를 맞이한다. 실제 인물인 흑금성 또한 결국에는 국가에 버려지고 배신당하게 된다. 그런 슬픈 인물을 연기했기에 더욱 남달랐을 것 같다.  

나는 이 인물의 신념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일과 개인의 신념에 관해서였다. 그 때문인지,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배우에 대한 신념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연기자로서의 초심일 것이다. 근래 들어 내가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고 지겨워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항상 고민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짜증을 느꼈지만, 지금은 그러한 지적에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나에 대한 관객들의 좋은 쓴소리라 생각하며, 그에 못지않게 나를 믿고 봐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어떤 배우가 될지는 동시대 사람들이 정의해주기 나름이다. 어르신들이 고전 영화배우를 추억하듯이 나 또한 그런 배우로 남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