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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리뷰: 이 막장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 ★★★☆

18.08.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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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돼!,2017]
감독:우에다 신이치로
출연:하마츠 타카유키, 아키야마 유즈키, 나가야 카즈아키, 슈하마 하루미, 마오

줄거리
음산한 기운의 창고 안,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격해진 감독과 배우들은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등장한 ‘진짜’ 좀비 떼들이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기 시작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이 궁금한 당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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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 바로 답변하자면, 바로 기발한 구성 때문이다. 좀비물이 하나의 장르가 된 만큼 그냥 흔한 구성의 좀비물은 주목받기 어려워졌다. 결국 더 잔인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기발하게 그리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영화는 후자의 길을 택했지만, 뭔가 처음 보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신선한 여운을 전해준다. 

영화는 시작부터 독립 영화의 규모를 지닌 제작진이 좀비 영화를 촬영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광적인 창작관에 집착한 영화감독과 그의 주문에 지쳐버린 배우들과 스태프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운데, 난데없이 좀비들이 제작진을 공격하게 되고, 그로 인해 하나둘씩 좀비들이 되어간다. 생존을 위한 처절하고 잔인한 폭력이 진행되고, 감독은 이 상황마저 영화로 촬영하려 한다. 아수라장에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데 시작한 지 30분 만에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엔딩을 보여주며 끝나게 된다. 

갑작스러운 끝맺음이 당황스럽지만, 돌이켜보면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원씬 원컷으로 진행되는 구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영화속 화면이 극 중 제작진이 촬영하는 영상인지, 완성된 영화의 진짜 제작진이 촬영하는 영상인지 불분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스크린 화면에 공개될 카메라를 향해 명령을 내리는 감독, 갑자기 넘어져 엉뚱한 구도를 잡은 카메라,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하면서도 과장된 움직임을 선보이는 좀비들 그리고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의문의 하체남과 관련한 미스터리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만약 이게 의도댄 거라면, 갑작스러운 이 끝맺음도 뭔가 의도한 것이었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영화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엔딩 크레딧 이후는 끝이 아닌 새로운 전개였던 셈이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이 영화를 컬트한 좀비 영화라 느꼈던 관객에게는 뒤통수를 맞은듯한 여운을 전해주는 구성이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이 부분이 어떤 장면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 줄 수 없지만, 영화의 남은 러닝 타임 60분 전체를 할애할 만큼 큰 비중을 지닌 장면인 동시에, 방금전 의문을 느낀 장면들에 대한 전말이 담긴 내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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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촬영장에서 벌어진 소동의 이유와 왜 그런 이상한 장면이 촬영된 것인지…전말이 드러나게 된 대목은 한편의 웃지 못할 코미디로 시종일관 웃음을 불러오게 만드는 유머의 향연이다. 영화 촬영장의 현실, 선정성을 지향하는 시스템, 창작의 고통과 현실의 괴리감, 창작 작업에 있어 생겨나는 충돌과 그로 인한 인간성이 모두 이 영화에 담겨져 있으며, 좀비물은 그 모든 것의 풍자이자 표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전말이 가져다 준 여운이 좋았던 것은 바로 이 대목에 가족 드라마의 정서까지 절묘하게 엮어내며 한편의 인상적인 드라마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결국 한 영화에 두, 세 개의 장르가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뤄낸 것이다. 영화의 비밀들을 알게 된 순간, 다시금 처음 등장한 좀비 영화를 떠올리거나, 그로 인해 다시한번 영화를 보고 싶다는 여운을 전해주게 된다. 

기발한 구성, 절묘한 편집과 연출이 빛났다는 점에서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신선한 작품을 원한 관객에게 강렬한 여운과 재미를 남겨주기 충분한 작품이다.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는 일부 장면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점과 짧은 시간 안에 세세한 사연과 설명을 압축해서 담으려 한 대목이 아쉬움을 가져다주지만, 아이디어와 정겨운 여운을 남겼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절찬리 상영중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영화사 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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