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이스' 리뷰: 웃기지만 진짜 무서운 영화인 이유 ★★★☆
18.08.27 16:30
[더 보이스, 2015]
감독:마르얀 사트라피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안나 켄드릭, 젬마 아터튼, 재키 위버
줄거리
말하는 냥이 & 댕댕이 콤비와 함께 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순도 100% 청년 ‘제리’는 사내 파티를 준비하면서 이상형 ‘피오나’와 가까워진다. 설레는 첫 데이트, 의도치 않은 사고로 ‘피오나’가 죽고 이를 알리 없는 직장 동료 ‘리사’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까지 시작되는데··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 특유의 입담과 잔혹한 코미디에 익숙해진 관객이라면 그의 과거 출연작 <더 보이스>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2015년 영화지만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의 기세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으로 선택한 차기작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로 <더 보이스>는 영상, 설정,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특유의 세련미를 지닌 영화였다.
잔혹 코미디를 표방한 작품답게 일부 장면에서는 기대치를 넘어선 (?) 잔혹 묘사를 선보인다. 물론 그 묘사 방식은 상업 영화가 지니고 있는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선 수준이다. 그로 인한 관객의 반감을 덜 하게 만들기 위해 아기자기한 유머와 코미디적 장치를 적절하게 배치시킨다. 전자서 언급한 입담 유머는 기본이며, 애완동물들이 말을 하고, 컬트적 유머가 등장하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등장시켜 영화의 기반인 코미디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이 영화는 마냥 웃으며 즐길 수 없는 작품이다. 잔혹함을 떠나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기조를 이해하면 섬뜩한 메시지와 세계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주인공 제리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최대한 그의 감정과 생각에 관객을 이해시키려 한다. 그러다 말하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등장하면서 부터 어느 순간 이상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여자에게 차인 슬픈 심경까지 이해할 수 있으나, 그의 시선에서만 동물과 대화하는 장면이 그려지고, 살인과 살생을 강요하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그의 모습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이 깨닫게 되는 진실은 이 영화가 바로 살인마, 싸이코 패스인 주인공의 머릿속 세계를 그린 작품이란 점이다.
고양이와 개의 대화는 그의 자아분열인 동시에 문제의 범죄를 정당화 하려는 그의 내적 갈등이었던 셈이며, 잘 정돈된 집 내부 구조와 유독 강조되는 진한 색채는 싸이코 패스의 세계관을 섬세하게 묘사한 대목이었다. 단순하게 웃기다고 생각한 장면과 컬트스럽게 묘사된 절단된 피해자들의 머리와 대화하는 장면들을 돌이켜 보면 살인범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정당화시킨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그 누구도 보고 싶지 않은 살인범의 뇌구조를 탐험한 연구용 영화에 관객을 동참시킨 섬뜩한 영화였던 셈이다.
주인공의 과거 상처까지 세밀하게 담아내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채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웃기면서도 무섭고 슬프게 묘사한다. 그의 이야기에 공감했건 안했건 이 영화는 일반인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연쇄살인마의 세계를 그 어느 때보다 친근하게(?) 그린 작품이란 점에서 흥미롭게 기억될 것이다.
<더 보이스>는 8월 2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