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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리뷰: 남는건 노출뿐…상류층 옷만 벗기면 끝? ★★☆

18.08.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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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2018]
감독:변혁
출연:박해일, 수애, 윤제문, 라미란, 이진욱, 김규선

줄거리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동시에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촉망받는 정치 신인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한편 그의 아내이자 미래미술관의 부관장 ‘수연’(수애)은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한다. 그러나 ‘수연’의 미술품 거래와 ‘태준’의 선거 출마 뒤에 미래그룹과 민국당의 어두운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완벽한 상류사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위기에 처한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는 ‘태준’과 ‘수연’ 부부는 민국당과 미래그룹에게 새로운 거래를 제안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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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는 개봉 전부터 제기된 '논란 요소' 보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완성도에 있다. 영화의 제목부터 이 작품이 대한민국 상류층의 현실과 이면을 풍자할 작품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이는 곧 이 영화에 대한 기대 포인트가 이미 간파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그러한 풍자적 요소들이 기대한 것보다 매우 돋보이거나 신선해야 하는데, 오랫동안 연출 작업을 내려놓은 변혁 감독이 그 부분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물론 과거 <호모 비디오쿠스>라는 전설적인 단편 영화와 <인터뷰>와 같은 참신한 소재의 작품을 연출한 경험이 있었지만, 현재 주류 영화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현장을 떠난 점이 불안하게 느껴졌다.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심하게 망가진 작품은 아니었지만, 풍자 영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전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눈에 띄게 다가왔으며, 장르적 관점에서 봤을 때, 기본적인 이야기가 너무나 예측 가능해 영화적 흥미를 전해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풍자는 성공했지만, 작품적으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욕망에 빠진 두 부부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덮석물고, 그 안에 가려진 음모와 타락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인데, 영화가 너무 정직하게 이 흐름을 따랐다는 게 문제였다. 개봉 전부터 작품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진 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장점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재기 넘치는 전개와 선하지 않은 캐릭터라는 독특한 개성임을 생각해 본다면 <상류사회>는 이와 같은 흥미 요소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선과 악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은 욕망 적인 부부로 정의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자신들의 욕망과 성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대목과 이로 인해 쉽게 음모에 휘말리는 과정이 너무 쉽게 흘러갔다. 선과 악도 아닌 인물 들을 그저 그런 불쌍한 인물들로 전락시킨 셈이다. 욕망에 휘말린 이들을 피해자의 관점으로 다루면서 부 터 <상류사회>가 말하고자 한 상류층과 욕망의 이면은 분명하게 정의될 수 있었지만, 그에 따른 이야기적인 흥미와 긴장감은 미미하게 그려지며 캐릭터들에 대한 매력마저 반감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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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영화의 장점으로 생각해 줄 수 있는 풍자적 장치인 '섹스'와 같은 성(性)적 욕망을 인상 깊게 활용했다는 점이다. 노골적이다 싶은 베드신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양날의 검'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이는 이 영화의 주제를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두 부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표에 다가서게 되자, 둘은 그러한 욕망 분출을 불륜과 같은 부정한 사랑을 통해 채우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베드신은 욕망과 상류층의 진입을 눈앞에 둔 이들의 통과의식이자, 추악한 욕망을 성취하는 이 땅의 상류층의 노골적인 속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러다 결국 이것이 이 부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위기로 발전하게 되면서 다시금 계급적 경계선을 구분 짓는 씁쓸한 장치로 활용된다. 섹스를 예술이라 생각한 채 아무 데서나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은채 관계를 맺는 한용석 회장(윤제문)의 적나라한 베드신과 대비해 본다면 <상류사회>의 섹스는 애달픈 상징과도 같다. 이와 같은 성(性)을 활용한 풍자는 강렬했지만, 전자서 언급했듯 지나치게 길다 싶은 묘사와 이부분을 정서적으로 끌고 가려 한 탓에 이 영화가 상류층에 관한 이야기인지 부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지 모호하게 정의되기에 이른다. 

그 외 상류층에 대한 풍자와 유머 적 방식을 통한 접근은 임상수 감독의 <하녀> <돈의 맛>에서 보던 익숙한 방식이란 점에서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나는 것은 강렬한 베드신(?) 일뿐…상류층을 벗겨 속살을 보이는 데 까지 성공했으나, 그것만으로는 특색이 부족한 아쉬운 결과물이다. 박해일, 수애, 윤제문 등 베테랑 출연진의 희생적인 연기를 생각해 봤을 때 작품이 이를 받쳐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상류사회>는 8월 2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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