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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작' 윤종빈 감독 "나라 위해 순국한 첩보원들은 13~15명"

18.09.0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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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과 영화에 숨겨진 비하인드와 첩보전 같았던 흑금성과의 만남, 그리고 나름의 연기 고충(?)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을 깊이있게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그동안 한 영화 중 편집 작업이 이렇게 길었던 작품은 처음이다. 아마도 10개월 가까이 작업한 것 같다. 내 능력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보는데, 그래서인지 후회는 없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고 관객분들이 재미있어하셔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스타일이나 편집을 보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많이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존 르카레의 첩보 스릴러 소설을 좋아한다. 진짜 첩보원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서 너무 좋았다. <공작>은 르카레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르카레의 이야기가 냉전 시대 국가 간의 대결이었다면, <공작>은 같은 민족의 대결이란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국정원의 경우 실제 군출신분들이 주도하는 곳이다 보니, 본격적인 국정원 영화를 만든다면 꽤 진지한 분위기의 영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차갑게 시작해서 뜨겁게 끝나는 한국적인 첩보물로 완성하고 싶었다. 


-실제로 만나본 흑금성은 어떤 인물이었나? 

처음 내가 영화를 하려고 했을 때 감옥에 계셔서, 가족분 들을 통해 소통을 해야만 했다. 1년반 정도 있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황정민 선배 말대로 정말 생각을 읽기가 어려운 분이셨다. 소위 말하는 포스가 있다는 사람처럼 일반적인 분이 아니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처럼 실제 약속을 정해서 만나려 하면 장소를 계속 바꾸시는 거였다. 막상 전화를 하면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해서 장소를 알려 주시겠다는 식이었고, 당일날 약속 시간이 되면 매 시간 마다 장소를 바꾸시는 거였다. (웃음) 아무래도 첩보원 생활이 몸에 베이신 분이셨다. 영화는 가족분들하고 너무 재미있게 봐주셨다고 한다. 


-너무나도 사실 같은 평양 촬영 장면이 화제다. 어떻게 완성되었나?

평양은 전 세계 유일하게 대한민국 취재팀만 촬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해외에서 촬영한 소스 영상을 구한 다음 연변의 일부 영상을 합성해 완성했다. 고증 과정이 생각보가 까다로웠고, 실제 탈북하신 북한군 출신 장교님의 조언으로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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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주지훈의 캐릭터가 그동안의 북한 소재 영화 속 캐릭터와 어딘가 모르게 조금 독특해 보였다. 엘리트 코스를 받은 인물 같은데도, 가끔 수령을 비웃는 버릇 없는 모습을 보인다고나 할까?

우리나라로 따지면 북한의 금수저 캐릭터와 같다고 본다. 어릴 때부터 군인으로 키워지다 보니 그런 모습일 지니고 있었다. 실제 보위부 쪽 장교님이 전해주신 바에 따르면 그런 친구들이 군 수뇌부에 많이 있다고 한다.


-배우들이 분위기와 공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원칙을 배우들에게 이야기 할 때, 1시간 동안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대화 신이 액션 장면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하니 당연히 당황할 만 했다. (웃음) 제약이 많다 보니 긴장감이 생겼고 그래서 배우들이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 그에 반해 주지훈 캐릭터는 그런 성격이 없으니 자유로운 거였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황정민, 이성민 선배는 김정일의 눈도 안 보고 연기하는데, 주지훈이 너무 당당하게 김정일의 눈을 보고 연기하니까 모두 놀라는 거였다. (웃음) 나중에야 형들이 긴장하면서 연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됨녀서 부터, 지훈이 본인도 이때부터 긴장하기 시작했다. (웃음)


-영화가 될까 말까 불확실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

처음 제작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민주 사회이고, 표현도 보장된 사회인데,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서도 우려한 게 많아서 되도록 조용히 촬영하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 안해도, 기자분들이 알아서 다 쓰시더라. (웃음) 그리고 촬영 도중에 천지개벽한 사건(최순실 사건)이 발생해서... (웃음) 우리나라 참 다이나믹한 세상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첩보원들이 별이 됐다는 대목이 인상 깊게 언급된다. 우리가 몰랐던 나라를 위해 희생한 첩보원들은 어느 정도 되나? 흑금성 사건 외의  또다른 인상 깊은 비하인드는 없었나?

실제로는 열 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대략 13~15명의 첩보원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셨다고 한다. 사실은 이 흑금성 이야기도 세상에 공개해서는 안 된 이야기라고 한다. 그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잘 모르겠다. 흑금성 사건은 유일무이하게 공개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본인이 직접 그렇게 말씀 주시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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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적인 주석궁과 달리 강아지와 함께 등장하는 김정일의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직접 의도한 현장 컨셉과 김정일에 대한 묘사는 어떤 거였나?

흑금성이 김정일을 만나게 된 부분이 전환점이라고 봤다. 그래서 되도록 김정일의 모습이 진짜처럼 보이길 원했다. 대본을 펼쳐놓고 봤을 때 어떻게든 김정일을 드러내자고 했더니 스태프들도 당황했었다. 나중에 해외 특수분장팀(<블랙스완>, <나는 전설이다>의 분장팀)과 함께 김정일과 신체적으로 비슷한 국내 배우들을 추리기 시작했고, 그러다 기주봉 선생님이 비슷한 체형과 외모를 지닌 분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다. 처음에 뉴욕까지 건너가서 특수효과 분장 마스크를 세 달 동안 뜨게 되었다. 10시간 동안이나 분장을 해야 해서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주석궁과 강아지 설정은 북한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찾다가 알게 되었다. 한 탈북 시인이 쓰신 회고록 중에 '친애하는 지도자'에게 라는 자료가 있었다. 이분이 실제 김정일을 처음 만나서 묘사한 대목이 있는데, 차를 타고 배까지 타고 갔더니 김정일 별장에 오게 되었고, 수많은 군인들이 경호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압감을 느꼈다고 한다. 나중에 김정일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강아지가 먼저 다가와서 자기 발을 핥고 있었다고 한다. (웃음) 그 모습이 참 아이러니 하고 극적이어서 꼭 사용해야겠다 생각했다. 


-황정민, 이성민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구성한 것은?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었던 이유가 첩보물의 본질을 건드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파이는 군인이고 군인에게 중요한 건 피아식별이다. 적으로 만난 사람을 적이 아닌 인간으로서 인정하게 되는 것이 스파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신념은 다르지만 다른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지만, 그러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식이 그들의 세상이다. 리명운이 자신의 인민을 아끼는 마음을 우리가 알 수 있듯이, 그가 흑금성을 봤을 때도 적이지만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 것도 그러한 인간적인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본인의 영화에 여러 번 카메오 출연도 했고, 얼마 전 장률 감독님 영화 <춘몽>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이번 작품에는 왜 카메오 욕심이 없으셨나? 

아…(길게 한숨 쉬며) 진짜 이제, <춘몽> 이후로 더는 배우를 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웃음) <춘몽>은 생각만 하면 너무 울고 싶다. (크게 웃음)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가 이렇게 힘든 직업인지 몰랐다. 다른 감독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다 보니 정말 힘들었고, 내가 민폐를 끼칠까 두려웠다. 사실 원래는 촬영하고 나서 대본도 고치려고 했는데, 그것도 못 하겠더라. 그래서 술만 먹었다. 그래서 정우 형한테도 전화해서 왜 배우들이 연기하고 술 먹는지 알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웃음) 


-그 후로 연출에 영향을 준 게 있었나?

없다. 난 원래 촬영 전 배우들에게 내 의견을 말해주는 편이다. 오히려 <춘몽> 이후로 배우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같이 힘들어하고...(크게 웃음) 그때마다 해보면 된다고 하면서 힘을 복돋아 주고 있다. (웃음) 


-그동안 남성 캐릭터들 위주의 영화들을 많이 했다. 혹시나 한 번쯤은 여성 캐릭터들을 메인으로 할 계획은 없으신가?

그러려먼 장르가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내가 남자 만큼 여성을 잘 알지 못한다. 결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것  도 있고…(웃음)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런 이해관계도 있고…아직은 더 탐구하고 해봐야 할 것 같다. (크게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영화사 월광/사나이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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