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목격자'의 무서운 살인마 곽시양…실제로 순한양이었다
18.09.03 17:17
<목격자>의 무서운 살인마 태호를 연기했던 곽시양. 영화와 달리 너무나 친절하고 순진한 모습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착한 본성을 지닌 그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순한 양 같았던 그와 영화 속 살인마 연기의 비하인드와 연기자로서의 고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나한테는 큰 기회이자 도전이었다고 본다. 그동안 스위트 하면서도 짝사랑 같은 이미지의 연기를 했는데, 나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하고 싶다고 의견을 드렸다. 그래서인지 나한테는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왜 본인이 살인범에 캐스팅 되었다고 보는가?
영화 촬영하는 내내 감독님에게 물어봤는데, 하시는 말씀이 "시양이 너의 얼굴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라고 하시는 거였다. 좌측을 봤을 때 스위트 하다면, 우측은 그와는 전혀 다른 면이 있다고 한다. (좌우 얼굴을 번갈아 보여주며) 우선은 체구 적으로 키가 커서 살인마로서의 위압감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셨다고 한다.
-원래 연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항상 나에게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 근데 내가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연기에 대한 흥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게임하는걸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문득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모두에게 말했다. 당연히 친구들하고 주변인들 모두 비웃었는데, 결국 지금 연예인이 되어버렸다. (웃음) 그런데 막상 연예인을 할 건데 무엇을 할지 몰랐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군대를 갖다. 제대 할때 쯤에 드라마 <시크릿 가든><최고의 사랑>을 보고 연기자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군 제대 후 지금의 회사를 만났고 결국 지금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드라마와 영화 중 어떤 게 더 좋은가?
개인적으로 영화 쪽이 더 편한 것 같다. 긴 호흡으로 쭉 끌고 감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브라운관도 좋은 편이다. 치열함 속에서 나만의 한 장면을 완성했을 때의 쾌감이 있다. 내가 사실 집돌이다. 침대에서도 잘 안 일어날 정도인데, 영화 끝나고 나서 오래 쉰 편이어서 약간 무기력한 편이다. 그래도 이렇게 인터뷰하고 예능도 나가고 하니 요즘은 참 행복하다.
-후반부 액션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못지않을 정도로 처절했다. 진흙 인간이 되었을 정도였는데 고충은?
그때 촬영은 입만 벙긋해도 입김이 나올 정도로 정말 추웠다. 살수차가 와서 비까지 내리게 만들어서 정말 추웠다. 그런데 액션 연기를 하면 정말 따뜻해지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액션을 해야 했다. 땅이 깎이고 돌멩이들이 올라와서 내가 성민 선배님을 발로 차고 밟는 부분에서는 우리 둘 다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고생했지만 오히려 멋진 장면들이 연달아 완성되어서 더 행복했다.
-살인범에 대한 전사가 없다. 본인만이 설정한 전사가 있었다면?
연쇄 살인마는 처음부터 연쇄 살인마가 아니라고 한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학대를 받았다든지 어렸을 때 동물을 학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태호라는 역할이 사이코패스이다 보니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 이야기 하면서 전남규라는 실제 연쇄살인마를 모티브로 하기로 했다. 그 인물이 무자비한 면이 있었고 체력 단련도 하고 치밀한 점이 있었고, 죽여야 할 인물의 주변을 배회하기까지 했었다고 한다. 영화 후반에 보면 그 사람이 죽인 시체들이 많이 등장한다. 태호라는 역할은 그동안 많은 살인을 해왔고 그러다 보니 자신도 자만한 느낌도 있었을 것이고 아파트 주변을 활보했을 것이다. 상훈의 주변을 돌아다닌 것도 그만의 놀이라고 본다.
-대개 살인범과 같은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연기적 감정을 위해 상대 배우들과 거리감을 두기도 한다. 혹시 그런 시도를 했었나?
전혀. (웃음) 오히려 선배님들이 너무 잘 챙겨 주셨다. 이성민 선배님의 경우 리더십이 너무 좋으시다. 사람들을 따르게 할 정도로 리더십과 성격이 좋으신 분이셔서 선배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선배가 되면 후배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이성민 선배님께 받은 영향을 후배들에게도 전파해 주도록 노력해야겠다 다짐했다.
-본인이 봤을 때 본인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자면?
절대 못 보겠다. (웃음) 개인적으로 내 연기를 보면 마음에 드는 부분과 불만족인 것들이 섞여 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엔딩의 격투신이 아쉽게 다가온다.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고,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내 자신에게 냉정한 것 같다.
-영화 찍고 나서 안전, 보안에 대한 관념이 생기지 않았나.
나는 평소에 개인정보에 무딘 편이다. 오히려 올 테면 오라는 식이다. (웃음) 사실 나 같은 경우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나한테만 그런 건 상관없는데 내 가족과 부모님에게 가면 화가 난다. 그분들도 본심은 아니라고 본다. 나는 댓글을 읽는 편이다. (웃음)
-잔인무도 한 태호가 무리 지은 평범한 시민들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아마도 태호의 심리로 봤을 때 살인자 스스로가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순간이라고 본다. 그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할 것이다. 원래부터 계획을 세워두고 살인을 한 사람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지고 당황하고 나서는 갑작스러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수진을 죽이려 할 때 목격자가 여러 번 생겨 또 죽이려 했는데 갑자기 여러 목격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 모습이 태호를 위축시키게 만든것이다.
-독립영화 <야간비행>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를 회고하자면?
나에게 있어서 <야간비행>은 배우로서의 첫 걸음마를 때게 해준 고마운 영화였다. 이송희일 감독님께서 군대 있을 때 봤던 광고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관심을 가지셨다고 한다. 군대 제대하고 나서 연기자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줄아 닿아서 촬영에 합류하게 되었다. 퀴어 영화지만, 그럼에도 나는 '퀴어 영화인게 뭐가 중요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건 다 똑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이후부터 나만의 고충이 생겼고, 스트레스까지 겹치게 되었다. 데뷔하고 1년 정도 생겼을때는 30% 정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차근차근히 한 단계씩 밟아 나가니 '나'라는 배우가 열심히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 일 하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의 이 일을 계속하고 기자님과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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