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무 창피해요" 천하의 박보영을 민망하게 만든 19금 대사
18.09.05 20:08
<너의 결혼식>의 흥행을 주도한 일등공신이자 또 다른 국민 첫사랑으로 떠오르게 된 박보영과 영화에 대한 뒷이야기와 개인적인 소견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과 그녀를 민망하게 만든 19금 대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킬힐 신은 게 조금 버거워 보인다.
(웃음) 옛날에 키 작다는 이야기가 싫어서 계속 신고 다녔는데 이제는 힘들다했다. 나 작은거 이제 다 아시니까 편하게 신으려고 한다.
-남자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영화라 승희가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직접 보고 나니 어떤가?
내가 보기에는 잘 나온 것 같다. 승희의 숨겨진 성격과 이면을 이해하고 보셨다면, 다행이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시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승희를 지키기보다는 반항심이 있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나에게 이런 면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촬영장도 영화 현장처럼 경쾌했나?
아마도 남성 관객분들 입장에서는 웃을 수 있는 개그 포인트가 많았을 것이다. 사실 나는 여자 형제밖에 없었고 학교도 여중, 여고만 나온 데다가 학창시절에 남자친구도 사귀어 본 적도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남자들끼리 있으면 원래 저런가?' 라는 생각만 했다.
-첫사랑 연대기적 작품이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해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예전 배역들을 연기했을 때는 성숙해진 기분을 느꼈는데,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는 다소 어려져 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뒤의 나이든 나 자신을 연기했을 때가 더 편했고, 교복 입은 학생 연기는 이제 나이 든 모습이 비춰질 것 같아서 어려웠다. (웃음) 이제는 어려 보이는 게 큰 고충이었다. 관객들도 내가 고교생이 아니란 걸 다 아실 텐데 어떻게 보여야 할지 고민이 컸다. (웃음)
-김영광이 극 중 분식집에서 뽀뽀하려는 대목이 대중들이 로망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다. 그때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
대중들이 그러한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면 그것을 행해야 하는 게 맞는데, 극 중의 나는 사연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나도 연기하면서 이게 잘하는 건가 고민도 했다. 사실 아직도 연기라는 게 많이 어렵다. 그동안 너무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선보이다 보니 연기할 때 마다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항상 밝아 보여야 하는 모습이 때로는 큰 고충이다.
-예전 V앱 실시간 방송 도중 잘못을 한 네티즌을 타이른 적이 있었다. 그 사례가 박보영이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모습이 아닐까?
그때 표현을 다소 유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진짜 말이 안 되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화가 난다. 그때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최대한 거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그 사람과 일대일 상황이었다면, 더 세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웃음)
-그동안 작업한 로맨스와의 차이는?
이번 영화처럼 현실적인 사랑을 다룬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 한 작품들은 너무 판타지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이번처럼 평범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연기하면서도 '두 사람은 왜 싸울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였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그래서 참 재미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내가 우연이에게 왜 헤어지는지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우연 본인은 아무렇지 않듯이 실언이었다고 말하며 잊으라고 말하지만, 나로서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큰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 상황은 우연이 푸념으로 한 말로 볼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기는 어려웠을까?
그래도 우연은 절대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웃음) 남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여자들 입장에서는 잔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보면 남성 관객들도 승희를 잘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러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나 또한 승희가 우연을 향한 마음을 바로 접은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V앱 방송을 하다가 시련이 많은 분의 편지를 받았는데, 자기에게 남겨진 건 이제 자존감 밖에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보영씨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질 거라 생각해요' 라고 쓰여져 있었다. 사실 내가 생각한 이 세상은 만약 즐겁고 순수한 세상은 아닌데, 그렇다고 그 분 앞에서 '내 세상은 이렇지 않아요' 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처럼 본심이 다르더라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연에게도 있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남성 파트너와 주로 연기했는데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여성 파트너가 있으신가?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김해숙 선배님을 너무 좋아해서 꼭 같이할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엄마 역할보다는 다른 역할로 만나고 싶다.
-조금 엉뚱한 질문이다. 극 중 고교시절에 승희를 놓고 두 명의 남자가 경쟁을 했다. 나쁜남자로 등장하지만 승희를 차지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택기(우연)와 친구 같은 남자 우연이 그들이다. 박보영의 고등학교 시절 마인드 였다면 누구를 받아들이겠는가?
당연히 우연이다. (웃음) 승희 또한 우연을 친구 이상으로 마음에 두고 있었을 거라 본다. 그런데 영광 오빠와도 한 이야기였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택기가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었던 것 같다. (웃음) 어쨌거나 나를 좋아해서 나름의 자기 식대로 표현한 거였으니 말이다.
-영광 배우와 함께하면서 설랬던 게 있다면?
극 중 승희가 우연에게 느꼈던 모든 순간이 설레었다. 사람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말로 배경과 공기를 무시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봤을 때의 그 순간이 참 행복했다. 춘천의 있던 종탑 배경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교복 연기는 몇 살까지 가능할 거 같나?
이제 정말 끝이다. (웃음) 잠깐 나오는 건 가능하지만 오랫동안 입고 나오는 건 이제 나도 힘들 것 같다. (웃음)
-극 중 거침없는 대사를 막 던지던데, 심지어 19금 대사도 많았다. 그런 대사를 던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해야 잘 나올 거라 생각해서 문제의 대사를 던질 때 연습을 많이 했는데, 막상 사람들 있을 때 하게 되니 너무 창피한 거였다. (웃음) 진짜 너무 창피했다. <오 나의 귀신님> 할때도 약간 거칠게 연기한 적이 있어서 그때의 경험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빠구리'라는 단어를 던졌을 때가 너무 민망했는데…사실 나도 그 단어의 의미가 너무 궁금해서 지식인 검색까지 했었다. (크게 웃음)
-극 중 3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대사처럼 사랑에 빠지는 경험을 해본 적인 있나?
나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그런 3초 법칙은 이해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주 깊게 지켜보는 타입이다. 그 사람의 정신건강과 개성, 성향을 보는 타입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배울 게 있는 사람에게 더 끌리는 편이다. 나이는 상관없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다.
-<경성학교><피 끓는 청춘><힘쎈여자 도봉순> 때도 그렇고, 은근히 강한 캐릭터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편인가?
맞다. 개인적으로 <힘쎈여자 도봉순> 촬영 때가 정말 신났다. 마음껏 때려 부수고 사람도 던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웃음) 진심으로 강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극 중 우는 장면이 정말 한없이 우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우연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슬퍼서 운 게 아닌 것 같은데, 그 당시 어떤 생각을 하며 감정 이입했나?
내가 참 한이 많은 캐릭터다. (웃음) 승희에게는 좀 복잡한 상황이었다. 우연이가 나에게 상처를 준 행동은 극 중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나에게 준 상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우연이는 절대로 그런 존재가 아닌데, 우연이를 통해서 그때의 아픔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때 승희의 감정은 우연의 나쁜 말과 아빠에 대한 원망이 함께 담겨 있었다.
-박보영이 생각하는 첫사랑의 정의는?
물음표다. 아직 첫사랑을 못 해봐서 잘 모르겠다. (웃음) 빨리 첫사랑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아픈 이별도 해보고 싶다. (웃음)
-모든 배우에게 고정으로 드리는 질문이다. 만약 나에게 영화 제작,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가?
요즘은 여자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들이 등장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개봉한 <오션스 8> 같은 영화를 기획해 보고 싶다.
-요즘도 몰래 극장에 들어가서 관객들 반응을 살펴보는 편인가?
그렇다. 몰래 가서 관객들 반응을 다 듣는다. (웃음) 그때는 정말 소머즈가 되는 기분이다. 관객들의 신랄한 비평을 들어야 나 자신도 발전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관객은 나의 스승이니까.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필름케이/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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