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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리뷰: 현빈, 손예진의 로맨스…가 아닌 정통 스릴러 ★★★

18.09.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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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2018]
감독:이종석
출연:손예진, 현빈, 김상호, 장영남, 장광, 이주영

줄거리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던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은 긴급 투입된 현장에서 인질과 인질범 모두 사망하는 사건을 겪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로부터 10일 후,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가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그녀를 협상 대상으로 지목한다.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없이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민태구’와 그를 멈추기 위해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협상가 ‘하채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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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전문배우인 두 배우의 출연이란 점에서 자칫하면 '썸'을 타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영화 초반 인질범과 협상가로 만난 두 사람은 난데없는 '썸' 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 스릴러를 기대했던 관객의 마음을 '철렁'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인질범과 협상가의 전형적인 첫 대면으로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간 보기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협상>은 일반 관객과 스릴러 마니아 모두를 만족시킬 작품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중간적 위치에서의 '썸' 타기에는 성공했다.  

<협상>은 조금 특이한 방식과 구조를 지니고 있다. 태국 정글에서 인질들과 함께 숨어있는 인질범과 서울의 협상가가 이원 생중계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식이다. 캠이라는 한정된 화면을 통해 상대방의 상황과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가가 시간을 벌면 경찰과 국정원이 파견한 특수부대가 위치를 파악해 인질들을 구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민태구는 이들이 생각한 것보다 머리가 좋은 지능범으로 벼랑 끝 전술과 같은 돌발적 상황을 통해 경찰과 국정원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하정우가 출연한 <더 테러 라이브>와 비슷한 형식으로 돌발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상대를 막기 위한 협상가의 활약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특이한 설정과 인질 스릴러물의 전형성을 갖춘 만큼 <협상>은 이 장르의 기본 속성에 충실한 편이다. 초반 등장한 '썸'적인 관계 형성은 대립을 위한 전초 격으로 친밀감과 신뢰를 보였던 두 사람이 서서히 대립의 강도를 높이게 됨으로서 예상치 못한 긴장된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른다.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은 채 명확한 이유도 없이 특정 인물을 인질로 삼고 있는 인질범의 심리를 간파하기 위해 특수장비와 심리전을 통해 단서를 잡아가는 협상가의 모습이 흥미를 불러오게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되고, 이로 인해 협상가와 인질범의 관계는 대립에서 협력의 관계로 이어진다. 

이처럼 인질극과 또 다른 사건에 대한 추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언제나 그렇듯 영화가 본질을 벗어나면 괴리감이 형성되기 마련. 민태구의 "협상가가 왜 이리 가슴이 뜨거워?"라는 대사처럼 협상가 하채윤은 종종 협상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보이고는 한다. 그녀가 협상을 시작할 때 마다 지속적으로 타이밍을 끊는 캐릭터들의 등장부터, 지나치리만큼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본질에서 벗아난듯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만 불러올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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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괜찮았던 스릴러가 후반부에 들어서는 추리와 거리가 먼 전형적인 신파 형태의 모습을 띄게 되기에 이른다. 지나치리만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중압감 탓인지 마지막 결말은 미진한 편이며 다소 작위적인 느낌만 전해줄 따름이다.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장르적 형태와 장점을 무시하고 진행된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협상>은 손예진, 현빈이라는 두 스타 배우와 조연진의 안정된 연기로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이어나가며 무난한 흐름과 부담 없는 볼거리적 요소를 만들어낸다. 특히 능청스러운 모습과 잔혹함을 오가는 인질범을 연기한 현빈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제약된 공간속에서 속마음을 간파하기 위한 심리전과 속임수, 그로인한 여러 반전이 기본적인 장점을 지켜낸다. 이러한 냉철한 전개와 확실한 선악의 구별이 마지막까지 이어졌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만 전해준다. 

<협상>은 9월 1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JK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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