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해일표 멜로는 다시 볼 수 없나요?" 그의 대답은?
18.09.16 20:31
<상류사회>의 주연을 맡은 박해일과 영화 속 비하인드와 일상 이야기 그리고 한때 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만의 멜로 영화 등장 가능성을 물어봤다. 과연 그의 답변은?
다음은 일문일답.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자신을 돌아봤다고 했는데, 왜 그런 기분을 느끼셨나?
장태준이 가진 이야기 안에서의 감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주어진 환경이 흥미로웠다. 교수, 시민 운동가였다가 정치 운동을 하는 시점이 환경의 변화에 대한 관점이다. 그게 참 휘몰아치는 감정 노동과도 같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속도감이 좋았다. 나 혼자가 아니라 오수연이라는 캐릭터와 호흡을 맞춰서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목표에 맞게 움직이는 캐릭터가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긴 호흡을 하면서 만드는 캐릭터가 특별했다.
-동료적인 부부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셨나?
그러고 보니 우리 영화는 부부의 애정신이 없다. (웃음) 반대로 보자면 각자의 전문적인 위치에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증명한다. 애정보다는 동료애가 더 강한 부부라고 해야 할까? 부부가 감정을 주고받지만 친구처럼 대하는 모습 때문에 수애씨도 부담이 없었던것 같다. 전형적인 부부 같지 않다는데에 우리 둘다 동의했고, 직장동료처럼 서로를 대했다.
-장태준이 국회 의원직과 장래에 대해 고민할 때 오수연이 부추긴다. 태준은 오수연의 성취욕으로 인해 욕망에 눈을 뜬 캐릭터라고 보시나?
같은 이야기로 말 잘 듣는 남편이라고 본다. (웃음) 오수연이 "자기는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해." 라고 하는데, 부부는 닮아간다는 말처럼 태준은 수연의 말을 잘 듣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아내의 말이 태준에게는 큰 동기가 되었고, 이것이 결국 후반부를 향한 복선이 된다.
-전반부에 등장한 분신 시도 진압 장면을 직접 했다고 들었는데, 어렵지 않았나?
그 분신 노인 사건이 첫 촬영 장면이었다. 그래서 부담이 좀 컸다. 불이라는 소재가 있다는 점에서 애민할수 밖에 없는데, 항상 변수에 대비하며 집중했다. 국회의사당 앞 대로변에서 통제를 해서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았다. 불을 실제로 붙여서 긴 코트로 촬영하는 장면이었는데 부상 없이 잘하게 되었다.
-수애씨가 건낸 대본을 보고 영화를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다면?
수애 씨가 나에게 정보를 줬고, 제작사를 통해서 시나리오를 받았다. 그게 참 반가웠다. 한 배우가 작품 제안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제안을 해서 너무 궁금했다. 시상식장에서 인사만 나눈 사이라 만나보고 싶었고, 궁금하기도 했다.
-파트너로서의 수애는?
배우들은 과정을 중요시한다. 호흡과 조화를 중요시하는데 수애씨가 '드래수애, 단아 수애'라는 대중적 캐릭터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미가 있는 연기자다. 부담을 주는 성격도 아니어서 배려심도 좋아서 부담 없이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스태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많이 할 정도로 털털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참 좋았다.
-음모에 빠지거나 그 진실을 깊숙이 파헤치는 집요한 캐릭터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그런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시는 편인가?
설정 자체를 두고 선택을 하지 않는데, 그런 질문을 필모를 받으면서 받게 된다. 그런데 정말 나도 자연인으로서 그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분명 염두에 두고 있는건 아닌데, 호김심 가는 게 있고, 충돌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무의식적일 때가 있다.
-일상에서도 호기심 가는 게 있으신 편인가?
남들이 관심 안 갖는 사소한 거에 집중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영화 같은 성격은 아니다. 평소에는 정말 재미없게 살고 있다. (웃음)
-TV를 잘 안 본다고 했는데, 쉬는 시간때 무엇을 하시나?
산책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 동네 근처에 작은 산에 산책을 많이 한다. 등산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경사진 곳은 잘 안 간다. 산책은 한 바퀴 돌고 볼일을 보는 데 무리가 없어서 유일한 나의 운동이기도 하다. 정말 재미없지 않은가? (웃음)
-이 영화에서의 노출 혹은 진짜 상류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하나의 관례처럼 느껴졌다. 마치 서로의 속살을 보여줘야 종족으로서 인정해 준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 영화에서 노출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
아마 그런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내 생각에는 그 인물들이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유혹의 장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수연과 장태준을 봤을 때, 그 욕망이 절정에 다달아 컨트롤이 되지 못하는 모습으로 봤다. 인물들에게 이야기 방식에서 위험한 단계로 가는 지점으로 생각했고 그 부분에 집중하며 연기를 했다.
-장태준의 외도는 가볍게 보고, 와이프의 영상이 활용되는 설정이 일부 관객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받아서 이야기하자면 오수연의 과감성을 보여준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수연은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정면 돌파하려고 하지 않나. 산부인과에서 서로의 과오를 묻어주는 대목이 그런 의미다. 그러한 그녀의 눈물겨운 희생 덕분에 장태준은 자기의 정치를 포기하고 가정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이러한 서로 상호 보완적인 설정들이 결과적으로 이 부부가 가게 되는 결심이라고 본다.
-그전 장태준의 성향을 봤을 때 쿨하게 '쌤쌤'하자고 용서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이 부부가 동료라고 생각한 것이다. 굉장히 쿨한 관계로 설정한 것은 이런 관계에서도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장태준이 노트북을 통해 보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감정의 변화가 다양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아마도 그들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연기하면서 까다로웟던 부분은?
인물의 굴곡이 있다. 초반에 학자였다가 자기의 뚜렷한 목표를 세워가면서 정치계에 들어가게 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주면 그 인물의 여러 가지 면이 있을거라 봤다. 그것이 잘못 보여지면 어색하게 보일수 있기에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적인 변화가 보여지길 원했다. 그래서 그 부분에 집중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백광현과 참치를 썰고 요트에서 갈등이 터지게 되는 대목이 장태준이 쌓아온 감정의 폭발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만취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배우님의 영화 속 만취 연기를 보면 단순히 취한 게 아닌 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난다. 만취 연기를 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갖고 하시나?
(웃음) 그런 씬에서 인물에 취해 있어서 더욱 내재되어 있는 감정들이 밖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치 술 먹고 다 가라앉지 않는 기분이라고 할까? 쌓였던 울분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해야겠다. 인물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솔직한 감정이 나오는 부분을 내가 참 좋아한다. 세상 사람들 다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이번에도 그런 것 같다. 물론 일상에서는 절대 그런 추태를 부리지 않는다. (웃음)
-김강우 배우와 뺨과 주먹을 오갈 때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두 분이 함께 있을때는 톰과 제리 같은 만담 캐릭터 같았다.
강우씨와 함께해서 반가웠는데, 비열한 사업가 캐릭터로 설정되었다. 그런데 그의 진짜 정체는 조폭이었다. 그 조폭이 코를 비트는 모습이 참 매력 있게 다가왔고, 나에게는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설정인데도 강우씨가 재미있게 표현해 줬다. 여담이지만 오수연이 장태준에게 정치계 입문을 하니 코 성형을 해보라는 제안을 한다. 그래서 만약 했으면 상대가 더 돌아버렸을 것이다. (웃음) 그 장면을 촬영했을 때가 정말 추운 날 이었는데, 코까지 비트니까 정말 아프더라. (웃음)
-한때 멜로, 로맨틱한 남자 캐릭터로 많이 유명했다. 박해일표 멜로는 보기 힘들까?
힘든 이유는 없다. 주변에서도 계속 권유를 하고 있다. 그런데 멜로라는 장르도 색깔과 톤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떤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고 누구와 함께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40대에 보여줄수 있는 로맨스를 보여주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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