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캡틴 조선' 김명민, 한국 영화계의 캡틴이 되다!
18.09.16 21:59
<물괴>는 CG로 완성된 괴수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괴수에 맞서 싸우는 배우들이 실감있는 액션 연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어색하지 않은 조율이 필요하다. 김명민은 이번 영화에서 사극에 경험이 적은 어린 후배들을 이끌며 조선판 크리쳐물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 김명민에게 있어서 <물괴>가 소중한 작품으로 남겨진 것은 그러한 배우들의 노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명민은 인터뷰 내내 <물괴>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이번 영화가 관객에게 재미있는 작품으로 남겨지기를 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에 제작보고회 때 <물괴>를 막 자랑했는데, 실제로 보니 어땠나?
내가? (웃음) 나는 원래부터 재미있게 봤다. 우려는 우리 물괴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라는 생각이었다. 작년 7월까지 촬영중이어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진짜 물괴를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무섭고 혐오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오히려 내가 그 형상을 알았다면 더 무섭게 연기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생각보다 물괴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우리 배우들이 꿀리는 느낌이 들었다. 보면 아주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나는 액션을 잘했기 때문에 괜찮았다. 솔직히 내 영화에 후한 편은 아니지만 나는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오락 영화로서는 괜찮게 대입시킨 편 아닌가? 다행히도 실제 역사와 크리쳐의 톤을 잘 가져간 것 같다. 무엇보다 시사회 때 사람들이 화장실을 안 갔으니 다행 아닌가? (웃음)
-시나리오 자체는 진지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웃음 코드가 들어가면서 튄다는 생각은 없었나?
있다. 하지만 그 두 가지를 만족할 수는 없었다. 만약 진지했다면 너무 지루해하지 않을까? 추석 때 가족들에게 추천하면 지루해서 욕먹을 것이다. (웃음)
-<물괴> 찍을 때의 환경은?
내가 있었으니 모두에게 최적화된 촬영 현장이었다. (웃음)
-혜리 씨는 영화와 사극 자체가 처음이고 배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호흡은 어땠나?
사극을 어려워하는 배우들이 많다. 대사 톤이 어려운 편인데, 요즘은 퓨전 사극이 많아서 대사를 현대극처럼 하긴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는 순간적인 몰입도라는 게 있기에 때로는 대사톤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서 가져가야 한다. 배우들 모두 잘했으며, 혜리는 예상외로 잘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배를 탔으니 모두가 잘 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줘야 하 는게 선배인 나의몫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줬나?
우리 네 명이 공포심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리얼하게 공포를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다. 혜리가 가수 출신이다 보니 복식 호흡을 잘하고 감정을 바로 캐치하고 이해하는 게 너무 빨랐다. 귀신같이 잘 받아들여서 참 재능있는 배우라는 게 느껴졌다.
-캡틴 조선! 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조선 시대 배경 작품에서 영웅적인 캐릭터로 많이 등장했다. 배우님에게 조선 시대 사극이란?
아무래도 조선 시대가 역사적인 사건이 많은 시대라고 봐야겠다. 드라마틱한 구성이 많아서 많이들 발췌한 것 같다. 특히 우리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연산시대가 등장한다. 중종 실록에 나온 사료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니 참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조선시대 때문에 작품 출연을 한건 아니다. 소재 자체가 흥미로웠고 <조선명탐정>과 겹쳐도 이건 특출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시나리오는 <조선명탐정> 처럼 두 사람이 알콩달콩하게 노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이 부분이 <조선명탐정> 영화와 너무 닮아서 빼기로 했다. 최대한 근엄하게 하고 웃기는 부분은 인권이에게 맡겼다. 그 점에서 보면 우리 영화는 역할이 잘 분담되어 있다.
-사람들과의 일당백 액션과 물괴와의 액션 연기 중 어떤 게 가장 어려웠나?
물괴와 하는 액션은 솔직히 민망한 편이다. 보이지 않는 형체와 싸우는데, 나 혼자서 다 해야 했다. 원래는 블루스크린에 쫄쫄이 입은 캐릭터가 물괴를 연기했는데, 조준방에서는 오히려 혼자 연기를 해야 해서 민망한 게 많았다. (웃음) 나혼자 온몸으로 오버액션을 해야하니 (직접 동작들을 보여주며) 오히려 사람들과 일당백으로 싸울 때가 참 편했다.
-민망함을 느낀 게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모니터를 안 보고 했다. 모니터를 보는 순간 욕망이 생겨서 계속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웃음) 내가 연기한 거를 현장에서 보는 것 자체를 민망하게 느낀다. 감독님이 오케이 하면 바로 가는 것이다. 차라리 동굴 신 같은 블루 스크린 연기 같은 경우는 다 같이 민망함을 나눠줄 수 있는데 그때는 그게 안 되니까. (웃음)
-그동안 촬영한 작품 중 사극이 많았다. 이번 작품은 어떤 점에서 의미가 있었나?
사극이지만 크리쳐 물이라는 점이 특별했고,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나 혼자만의 욕망을 채우는 거라기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가는 작품이기에 열심히 하려고 했다. 나 외에도 크리쳐물을 만들기 위해 2, 3년 전부터 계속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분들과 함께 갈수 있다 생각해서 뿌듯했고, 숟가락만 얻는 느낌으로 가려고 했다. 나이 작품이 잘되어서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노고가 잘 담겼으면 좋겠다. <괴물> 이후로 크리쳐 무비가 잘 되지 못했던 것은 그 이후로 잘 된 게 없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관객들이 크리쳐 무비 참 좋아한다. 나도 중학교때 댕땡이 치고 <에일리언>을 본 세대다. (웃음) 그래서 이런 한국형 크리쳐를 만들어 나가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숭고함이 느껴졌다. 나는 우리 모두가 함께한 프로젝트라 생각한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영화를 주로하고 있다. 체력관리는?
원래부터 몸 쓰는걸 좋아한다. 물론 운동과 액션은 다르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액션은 약간은 동작이 실제 액션과 다르게 크고 웅장하고 허세기가 있어야 한다. 창도 돌려서 찌르는 모습이 영화다움인 것이다. 솔직히 예전에 부상을 당한 곳도 있어서 살아있는 기상예보로 불리기도 했다. (웃음) 그런데 그때 과거의 부상이 도움이 되었다. 그런 대가를 치러야 얻게 되는 게 있다. 나도 그런 과정이 있어서 연단을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민망함은 연단이 안 된다.
-신인배우들에게 던져지는 기본적인 질문이 유명인이 되고 싶냐? 연기자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 만약 신인 시절 때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당연히 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거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작품 제안이 많지 않았지만, 이상한 작품 제안이 와도 하지 않았다. 쥐뿔도 없던 시절에도 나는 명예를 따라가고 싶었다. 가정도 괜찮은 집안에서 살아갔고, 내가 쓸 만큼 벌자라는 게 내 삶의 원칙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했지만, 왜 이렇게 내가 유명해 져야 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으로 인해서 내 가족이 피해를 입으니까. 하지만 이게 내 삶인 것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레스토랑을 갔는데 거기서 그때 뮤지컬을 했던 배우들이 밥을 먹고 있는 거였다. 그걸 보면서 '내가 꿈꾸는 배우란 이런 거구나' 라는걸 생각했다. 각자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CG가 주인공인 영화 시대가 대세가 되어간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올 시대다. 이런 시각효과 시대에 배우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은?
그러게 말이다. 농담으로 '우리 모두 CG에게 밀리는 거 아니냐?' 라는 말도 했다.(웃음) 그게 더 우리보다 감독님 말을 잘 들으니까. (웃음) 그래도 인간의 휴머니즘은 인간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 CG 영화들이 많아질수록 인간 고유의 감성을 가지는 드라마들을 사람들이 원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이후의 사람들은 더 순수한 휴머니즘을 다룬 작품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차기작이 메간 폭스와 함께 하는 <장사리 9.15>이다. 메간 폭스와의 만남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그러네 폭스씨랑 함께 해야지. (웃음) 폭스씨 덕분에 나도 이슈가 되었다. 글쎄,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지만 그분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해서 할리우드 배우들이 많이 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지. (웃음) <V.I.P>때의 피터 스톰 같은 배우도 우리 영화에도 오고 싶었는데, 기회가 많이 없어서 못 왔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오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많이 올 거라 생각한다.
-배우가 생각하는 자세란?
솔직히 현장에서 보면 딱 보이기 마련이다. 이 친구가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배우는 현장에 애정을 품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배우가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래야 나라는 배우가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할 거 대충하는 출퇴근 느낌이 아닌 내가 현장에서 어떤 도움이 될지 살펴봐야 한다. 주연 배우는 살펴봐야 할 게 많다. 나는 원래 촬영장까지 1시간 일찍 가서 스태프들하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표정이 안 좋은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그 스태프가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주연 배우가 해줘야 할 몫이라고 본다. 혜리는 그런 걸 잘 배웠다. 스태프들을 잘 챙기는 걸 보면서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일에 대한 실패를 반복하다 보니 저절로 그런 성격이 연단되는 것 같다. 미리 설레발 떨지 않고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 있어도 시크하게 받아들이는 그 모습. 그러한 중용의 모습이 나에게 어느 정도 쌓여져 있는 것 같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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