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0대를 눈앞에 둔 조인성의 남다른 각오
18.09.24 21:22
<더 킹> 이후부터 배우의 책임감이 더 단단해지기 시작한 조인성은 이번 <안시성>을 통해서는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 돌아왔다. 여전히 데뷔 시절 청년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내면에는 리더로서의 책임감과 40의 나이를 바라보는 성인으로서의 기대감이 차 있었다. 그점에서 봤을때 <안시성>은 그를 한 단계 성숙시키게 한 작품이 틀림없었다. 그런 그의 성찰적인 모습이 담겨있기에 이번 영화에서 난제로 언급된 양만춘 연기가 매우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인성과 양만춘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로 봤나?
사실 나도 편견에서 부 터 시작했다. 내가 양만춘과 어울릴만한 인물인가? 장군이라고 하면 <명량>에서의 최민식, <불멸의 이순신> 같은 김명민 선배 같은 분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두 번이나 거절했는데, 끈질기게 제안을 하셔서 '이분들 나한테 왜 이러시나?' 생각했다. (웃음) 그것도 220억 원이라 해서 더더욱 '왜 이러시나?'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작진 쪽에서 제안하시던 게 '새로운 사극을 만들고 싶다'라는 거였다. 보통 사극 장르가 전통적인 색채가 강한데 '왜 젊게 만들지 못할까' 라는 물음표가 있었던 것 같다. <트로이>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봐도 장수들은 젊게 묘사되는데, 아직 한국 사극 영화에는 그런 면을 보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고대사가 주는 엄숙함이 있다보니 나 역시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그래서 조인성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투영시키면 충분히 새롭고 젊은 사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으셨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당시 시대의 일반적인 장군과 성주의 나이가 내 정도 나이의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결국 내 나이대의 캐스팅이 사실에 가까운 캐스팅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한번 새롭게 해보자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어울리느냐? 어울리지 않느냐?를 따지면 할 게 없었다. <비열한 거리> 때만 해도 이렇게 생긴 깡패가 어디 있나? 라고 해서...(웃음) 그렇다고 재벌 2세만 맨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 자신 부터의 편견을 벗어나려고 했었다. 안주하는 것 보다는 도전이 더 낫지 않은가?
-사료가 부족해서 어렵지 않았나?
오히려 그런 사료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키 몇, 얼굴 생김새, 정확히 남아 있지 않아서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오히려 그 점이 캐릭터 구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배우 이기에 시나리오에 충실했고 그 안에서 고뇌를 두고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액션신을 보면 양만춘은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레골라스를 섞어 둔 것 같은 만능 전사였다. 액션신을 연기 연습하면서 비하인드가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마지막 활을 발사하는 장면이 정말 힘들었는지 궁금하다.
실제 제작진이 활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전에 전쟁에서 썼던 활과 무게감이 많이 틀렸다. 나머지는 연기였다. 연습은 항상 하다 보니 진짜로 사람을 때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노력을 했다. 극중 양만춘은 긴 칼과 단검 두개와 화살을 갖고 있는데, 연개소문 같은 경우는 5개의 검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거기서 빌려와서 연개소문처럼 많은 무기를 장착하게끔 했다.
-극 중 양만춘의 대사가 사극 톤 대사가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면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다. (웃음) 그래서 분명한 컨셉이 필요했다. 영화에서 보면 진지한 분위기가 많다. 감독님이 안시성 성주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준비를 많이 하셨다. 되도록 배우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셨고, 그러한 분위기 형성 덕분에 안시성에 대한 다양한 밑그림과 어울림이 이뤄졌다. 영화만의 대사 톤이 바로 그런 분위기 형성 중 하나였다.
-양만춘은 어떤 인물이라고 보는가?
상고사, 고구려사에 관한 사료는 백지상태가 많다. 그래서 기록이 많지 않다. 그래서 가설에 의존해야 했으며, 고구려를 더더욱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냉철하게 판단 하실 것 같다. 내가 보는 역사에 관한 포인트는 연개소문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양만춘을 치러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는지 결국은 양만춘이 안시성을 지배하도록 내뒀다고 한다. 그 점에서 봤을 때 양만춘은 야망을 내려놓고, 이 성을 잘 지켜 성민들을 보호하려 한 사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와 함께 있는 파소, 추수지 같은 사람들만 봐도 매우 호전적인 고구려인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잘 다스리는 모습만 봐도 그에게는 무언가 대단한 힘이 있었을 거라 본다. 그게 바로 카리스마일 테지만, 양만푼은 그들을 전부 아우를수 있는 지도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본다. 나는 그의 힘은 공감이자 형님 리더십의 적용이라 봤다. 그래서 내 일상속 사람들과의 관계를 적용하려 했다. 태구, 주혁, 성우형과 같은 지인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양만춘을 해석하려 했다.
-그래서 영화 속 양만춘이 실제 조인성과 많이 닮은 것 같다. 고생한 적은 없었나?
내 지인이 영화를 보고 말해준 소감인데, 토산이 무너지고 뛰어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짠했다고 했다. (웃음) 개인적인 조인성, 캐릭터가 쌓이는 짠함이 섞여서 증폭이 된 것 같다.
-분장 후 가장 실제 고구려 시대 사람 같있던 배역은?
성우형이 진짜 고구려 사람 같았다. (웃음) 가발이지만 긴 머리를 날리는 모습이 참 청순했다. (크게 웃음)
-이 작품은 조인성의 전환점이 될까?
그거는 평가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이라고 본다. 우선 나는 대표작 중 일부라 생각한다. 아직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너무 의도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큰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도 좋은 반응이 나왔을 때만 해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되었다. 기자님들이 보는 평가, 관객들의 평가가 남아있다. 지금의 개인적 소감을 말하자면 "이제 살았다"는 식이다. 덕분에 다음 작품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웃음) 게다가 이 작품이 영화사 NEW의 10주년 작품이고, 대표님까지 와주셔서 봐주셨으니 당연히 성공해야 한다. (웃음)
-2시간 내내 조인성에 설득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길 원하나?
검색창에 양만춘이라는 이름이 많이 검색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고구려 역사에 많은 분이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 그러면서 연개소문도 검색하고 우리 고대사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배우로서 줄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할 때 끌리는 부분이 있는가?
딱히 그런 건 없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시나리오가 좋을 때가 있고 기획이 좋을때가 있다. 신인 감독과 할때는 각본을 주로 보고, 유명한 감독, 작가님과 할 때는 신뢰를 보고한다.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제작사도 좋았고, 감독님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고구려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덕분에 고구려 소재의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한다.
-연설 장면을 보고는 이제 극을 이끄는 메인 주인공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목의 비하인드가 있다면?
우리 영화가 예고편 만들기가 참 어려웠다. 캐릭터가 쌓이고 쌓이는 장면이 많아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전쟁신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고편 보여주기가 참 어려웠다. CG도 극장 전용 모바일 전용이 따로 있다고 들었다. 연설 장면 찍기 전에 사실은 편집에서 빠진 부분인데 한 번 더 연설을 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나라에서 항복 권유를 하자 양만춘이 그들의 권유에 대응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분은 편집이 되었다. 그 다음 연설을 하는데 딱히 준비한건 없었다. 좀 오글 거리는 대사인건 느끼긴 했지만, 결국에는 과감하게 연기했다. 마지막에 성우형이 "싸우자!"라고 선동을 했더니 정말 멋있게 느껴졌다. (웃음)
-관객분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디가 CG인지 궁금해할 것 같다.
블루 스크린 연기가 쉽지가 않았다. 20만 대군을 본 적도 없으니... 어떤 배우들은 공성 무기도 들고 장비를 착용하고 가는데, 그린 의상을 입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웃기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연설 장면이나, 액션 연기를 선보일 때 마다 20만 대군을 상대한 연기 같냐고 감독님께 물어보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가 스케일적인 면에서 <반지의 제왕>과 비교되어서 자부심이 든다. 후반 작업팀이 고생을 엄청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이번 추 석대전에 임하는 각오는?
이번 영화를 통해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웃음) 우리 영화를 위해 싸우겠다. (크게 웃음)
-출연진이 많다. 촬영이 끝났을 때 이후 출연진의 낙은 무엇이었나?
우리 촬영팀 모두가 콘도 건물을 하나 빌리고 함께 촬영 작업을 했다. 사실 나는 그 전부터 촬영하는 지역에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즐겼다. 근처에 친한 어부 친구도 있어서 함께 만나서 놀고 했다. 그 친구가 원조 오징어, 쥐포를 갖고 와서 참 맛있었다. 그러다 이빨이 빠져서 병원까지 갔었다. (웃음) 주혁이가 젊어서 그런지 해외도 많이 나갔는데, 그럴 때 마다 좋은 양주를 사와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같이 술도 마시면서 회포를 풀었다. 은채와 설현이는 우리와 부딪치는 일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여자 배우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대신 전체 회식 때 함께 했다.
-남주혁과의 호흡은 어땠나? 본인의 젊은 시절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나?
기특한 배우다. 부담도 컷을 텐데, 주혁이 나이가 25인데, 그 당시 나는 한참 발연기를 했을때였고, 그때는 무조건 얼굴에 힘을 주고 연기하던 때였다. 주혁이는 그때 나이에 맞게 연개소문을 상대하고 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배우 조인성으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대 아닌가?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예전에는 반짝반짝한 작품만 하고 그랬지만, 배우들이 좀 더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이제 막 시작된 거 같다. 정해인, 박서준 같은 젊은 친구들이 발견되는 것 보면 배우들이 풍성하게 발견되는 시기이지 않은가? 도경수, 임시완 같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배우들의 나이대에 맞춰 개발되는 시기가 된 것 같다. 나도 이제 나이 40에 어울리는 역할을 찾아가면 더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양만춘은 매우 확고한 신념과 지조를 지닌 인물. 배우 조인성의 신념은?
우선은 사기 치지 말고...(웃음) 남 해치지 않기만 해도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라고 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모든걸 할 수 잇는 권리가 있다고 본다.
-40대가 곧 시작된다. 40대의 조인성은 30대에 어떻게 달라질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내 모습을 객관화 시킬 수 없으니 그럼에도 계속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나도 내가 40 되었을때의 모습이 궁금하다. 대신에 상대와 공감해 줄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위화감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제는 영화를 계속 하다 보니까 꼭 타이트롤이 확실한 역할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인가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나를 알릴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7>에서 좋은 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고 우성이 형, 황정민 선배, 정재 형 같은 배우들도 조그만 역할에도 빛나주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 작품도 도전적으로 할 것인가?
이제는 안정적으로 하고 싶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