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승우가 시나리오를 읽지않고 참여한 작품이 있다?
18.09.30 21:25
<명당>의 주연배우 조승우와 작품속 비하인드와 연기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극 중 박재상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인물인데 우려되지 않았나?
이미 알고 그렇게 시작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인물들의 대립이 극도로 치닫게 된다. 만약 내 캐릭터마저 그런 상황에 말려들었다면 극이 산만해지게 되고, 나는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재상은 이 대립의 중심에 놓인 인물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곱씹어 보자면 내 캐릭터가 꽤 입체적인 것 같다. 박재상만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소신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 소신이 그를 13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갈게 했다. 하지만 벗과 같은 흥선이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어두운 모습을 보게 되고,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감정적 요동이 매우 컸을 것이다. 결국 그러한 일련의 과정이 박재상을 제2의 삶을 살도록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풍수가 과학 인가 싶을 정도로 의문과 호기심이 들었다. 직접 풍수를 접하면서 느낀 소감은?
감독님이 주신 전문 서적을 갖고 했는데 해보면서, '이건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여기에 시대적 배경이 되는 정보, 자료들까지 함께 연구해야 했다. 박희곤 감독님이 자료를 많이 주시는 분이다. 우리 영화가 허구지만 역사적 인물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차이점을 알아야 했다. 그 당시 상지관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알아봤다. 풍수에 맞춰 왕실의 조경도 가꾸며, 왕의 무덤까지 연구했다고 하는데 그게 참 흥미로웠다.
-<퍼펙트 게임>때 함께한 박희곤 감독과 지속해서 작업하는 이유가 있는가?
감독님의 또 다른 작품 <인사동 스캔들>을 보면서 놀란 적이 있었다. <타짜> <도둑들>과 같은 맥락의 작품이지만, 소재는 물론이며 전개 과정이 너무 빠르고 속도감이 있어서 참 흥미로웠다. 그 정도로 감독님은 개성과 장점이 분명한 연출자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고, 사회인 야구도 같이할 정도로 친한 사이다. 처음 감독님이 다른 영화의 대본을 줬을 때는 재미없어서 안 한다고 했는데, (웃음) <명당>의 대본은 이분의 성향과 너무 달라서 조금 흥미가 왔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필모를 보면 사극의 비중이 꽤 큰 편이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느끼시는 편인가?
일단 나는 사극 자체가 재미있다. 영화계의 흐름이 드라마도 마찬가지지만 소재가 너무 제한적이다. 형식도 제약을 받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소재가 과거로 갈수록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역사적 배경도 늘어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알고 가는 과정이 참좋다. 그 점에서 <명당>은 땅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역사를 언급한다는 점과 흥선대원군의 과거를 전면적으로 다른 부분이 흥미로웠다. 과장된 부분도 없어서 클래식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지금은 조용하고 멋없는 작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곱씹어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매력적으로 다가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조승우의 캐릭터는 자기 소신이 강한 것 같다. 그 캐릭터를 하는 이유는?
나는 메시지와 깊은 뜻을 지닌 작품을 하고 싶다. 재미있고, 화려하기보다는 정적이고 밋밋할지라도 메시지가 확실하면 좋다. <명당>을 선택한 것에는 조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기준에 부합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내가 왜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 배우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기를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꿨듯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기만 해도 배우란 직업이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와 관련된 다소 썰렁한 질문일 수도 있다. 원래 땅에 관심이 있으신가?
(웃음) 없다. 나중에 집 짓고 가정이 생기면 그곳에 과일나무와 채소를 길러 먹고 염소, 동물들도 키우고 싶은 소박한 생각은 있다. 사실 내가 집돌이에 집사다. (웃음)
-드라마 <라이프>에서 대립의 대상이었던 유재명과 <명당>에서 친구로 만났다는 점이 관객에게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동료인 유재명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서로 대화하는 게 그전에 많았다면 작품을 거듭하면 대화가 줄어드는 걸 느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사이라고 할까? 이제는 합이 척척 맡는다. 유재명 형님과는 나중에 연극도 한 편 해보고 싶고, 계속 같이하고 싶다. 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가끔 물어보기도 한다. 연기할 때 애매한 장면이 있으면 도저히 감이 안 생겨서 "형 내가 이렇게 연기했는데 괜찮아 보여?" 라고 물어보면 형이 "내 생각은 이래서 네가 이런 감정을 가졌으면 해"라고 말해준다. 그 부분에서 조금 놀랐다. 본인이 나온 장면이 아닌데도 상대 캐릭터까지 다 알고 있어서 "이 형 대체 뭐야?"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이 형이 연출가 출신이라 자기만 보지 않고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다 보는 거였다. 그 점에서 보면 재명이 형은 박학다식한 좋은 동료다.
-식상할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고 느낀다. 모든 장르를 다 꼭꼭 씹어 먹는데, 어떻게 연기 소화를 하나?
우선 과찬에 감사하다. 모든 답은 대본에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 모든 게 다 들어있고, 파고파고 또 파는 매력이 있다고 본다. 참고될만한 자료를 받게 되면 그것을 보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연출진과 함께 공유하고 이런 기본적 과정을 거치면서 열심히 찍는다. 너무 단순한가? (웃음) 땜빵이었던 뮤지컬 <닥터 지바고>때는 28일 동안 혼자 노래하고 연습도 했는데, 그때도 너무 힘들어서 연출진의 도움으로 겨우 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꼼꼼히 보고 출연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안 보고 출연한 적은 있었나?
딱 한 번 있다. 최호 감독님의 <고고 70> 이다. 어느 날 감독님이 "70년대 음악 영화를 할거야." 라고 하는데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었다. 당시 내가 뮤지컬 <헤드윅>을 하고 있을때여서, 록음악에 매력을 느꼈을 때였는데, 그 록밴드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었고, 가슴까지 뛰었다. 그렇게 시나리오 한줄도 안본 상황에서 이 작품을 하기로 했다. 그때당시 문샤이너스라는 밴드를 섭외해서 우리집에 와서 리딩도 하고 연습도 했다. 마치 내 새끼 처럼 만들었던 작품이라고 할까? 그래도 이제는 웬만하면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하는 편이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다하는 연기자는 드물다. 어떻게 균형감을 유지하는 편인가?
각 분야당 차이점이 있다. 드라마의 경우는 16, 20부작을 통해 배우가 계속 연기를 한다. 일주일에 영화 한 편씩 개봉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60분짜리 두 편이 1, 2편 나오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장점은 내가 캐릭터를 만들고, 대본도 오랫동안 분석할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즐거운 작업으로 다가온다. 반면 영화는 충분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만, 100페이지짜리 시나리오 한 권으로 기본 세, 넉달 정도를 촬영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영화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로케이션 이라는 과정을 걷히게 되는데, 그게 장소 이동을 많이해서 조금 혼란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명당> 촬영 당시 어딘가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안동인데, 막상 문을 열면 그곳이 문경이 되는 식이다. (웃음) 별채 쪽 툇마루는 민속촌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내 세트다. 그러다 보니 연기의 흐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막 달리는 경주마가 계속 멈춰야 하는 과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 점이 아직까지도 내가 영화에 적응을 못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연기 외 행복을 느끼는 게 있다면?
술을 잘하지 못하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동물들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내 강아지가 이제 13살의 삽살개다. 그런데 이 녀석이 며칠 전 배가 아파서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애가 나이가 많아서 합병증이 없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잘 회복하고 있고 더 어려지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로맨스나 멜로를 해볼 의향은?
아직 내가 원하는 작품이 없다. 그래서 뭔가 사랑이라는 것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뤄지는 멜로물에 관심이 있다. 그동안 들어온 작품들이 1차원적인 작품이 많다. 형식이 새롭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새롭다면 해보고 싶다.
-조승우에게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신념이자 욕망이 있다면?
인생은 항상 선택에 의해서 이뤄진다. 선택해서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는 게 내 신념이다. 그리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선택에 있어서 책임을 지는 것도 내 신념이다.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배우 조승우의 초심은?
초심이라는 걸 갖기 전에 원래 꿈이 뮤지컬 배우였는데 갑자기 영화로 데뷔를 했다. 그래서 내가 초심이 없다. (웃음) 그 영화 촬영이 너무 힘들어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나마 감명 깊게 본 <맨 오브 라만차>를 보면서 언젠가 저 작품을 하겠다는 꿈을 실현한 것이 내 목표였다. 그것이 불과 10년도 안 될 때 이뤄져 너무나 행복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주)주피터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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