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VS소설] 빅 픽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여행
13.06.26 17:02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처]는 변호사 벤에서 사진가 게리로 살아가게 된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소설 빅 픽쳐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변호사 '벤'은 아름다운 아내와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사실 벤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꿈은 때때로 그를 괴롭게 했고 남편을 벌레보듯 쳐다보는 아내 '베스'도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베스가 이웃집 남자인 사진사 게리와 불륜에 빠진 것을 알게 된 벤. 그는 게리와 말타툼 끝에 그를 살해합니다. 요트사고로 위장하여 게리의 시신을 태운 벤은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미국의 끝 몬타나주로 도망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은 평생을 사진사 게리로 살아가기로 하죠.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벤의 비밀은 생각보다 빨리 들통날 위기에 처합니다.
무려 153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빅 픽처]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많은 원작팬들이 환호했습니다. 특히 원작 소설의 결말을 제외한 모든 것을 스크린으로 옮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기대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데요. 영화 [빅 픽처] 개봉 기념으로 무비라이징이 준비했습니다. 영화VS소설 2탄, [빅픽처] 비교를 지금 시작합니다.
1. 주인공 멘토의 변화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주인공 멘토의 성별입니다. '앤 다마조'라는 캐릭터는 원작 소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여배우 까뜨린느 드뇌브가 열연하는 '앤 다마조'는 파리의 성공한 여성 로펌 대표지요. 그녀는 주인공 '폴 엑스벤'을 완벽하게 신뢰하며 로펌 자체를 폴에게 양도합니다. 폴의 멘토로서 업무적으로, 인간적으로 돕는 인물이지요.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 벤의 멘토는 유태인 중년 남성인 '잭 메일'입니다. 사진사가 꿈이였던 원작 소설의 주인공 '벤'처럼 잭 역시 화가의 꿈을 접고 변호사의 길을 걷죠. 현실과 타협하며 변호사로써 성공하는 그는 유태인이라는 설정에 걸맞게 사려깊지만 냉정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특히 일에 관해서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철한 면모를 보입니다.
2. 뉴욕과 파리의 거리
소설의 배경은 뉴욕입니다. 뉴욕 특유의 화려하지만 음울한 분위기가 소설속에는 잘 녹아있지요. 원작에서 벤은 아내의 불륜을 와인과 연관된 와인샵에서 알아내는데요. 이 때 배경이 되는 와인샵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와인을 판매했던 '뉴크로이든 파인 와인앤 리큐어'라는 샵입니다. 아내는 고가구 쇼핑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근처에 위치한 와인샵에 들러 가구를 구입하는 설정입니다.
반면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의 파리입니다. 낭만의 도시 파리답게 스크린 속 화면도 많이 다르게 처리되었죠. 대표적인 장면은 폴이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는 장면입니다. 원작 소설과 똑같이 '와인샵'에서 촬영되었으나 장소는 바스티유광장 근처에 위치한 제라드 와인샵이라고 하네요. 고가구 쇼핑을 하고 와인을 사는 원작의 설정처럼 바스티유 광장도 고가구 쇼핑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주인공 폴이 유명 패션 사진작가 리처드 아베돈의 사진집 '에비던스'를 구입하는 장면 역시 장소가 파리일 뿐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하네요. 원작에서 주인공 가족이 쇼핑을 즐기는 '그리니치가'는 명품과 브랜드 쇼핑거리입니다. 영화에서는 파리의 현대적 명품 아울렛 '발되로프 쇼핑몰'로 바뀌었는데요. 이 곳에서 주인공 폴은 아내의 불륜남 '그렉'과 은근한 신경전을 벌입니다. 한 여자를 둔 두 남자의 갈등과 허세 가득한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3. 몬태나 그리고 몬테네그로
원작에서 뉴욕의 성공한 삶을 살던 주인공 벤은 우발적 살인 후 몬태나주로 도망칩니다. 뉴욕이 미국 동부에 있는것과 반대로 몬태나주는 서부 끝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평원과 산으로 둘러쌓인 시골로 숨어드는 것이죠. 로키산맥과 티턴산맥이 위치한 몬태나 주의 사람들은 산간지방 특유의 목재 제제업을 하며 험준한 삶을 살아갑니다. 벤이 몬태나로 도망친 후 전체적인 배경은 톱밥가루가 내려앉은 그늘진 서부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폴은 긴 내전으로 피폐해진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로 도망칩니다. 긴 내전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한 국가와 척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 언뜻 보기엔 다르지만 그 이면은 소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영화의 배경도 해안지방의 바닷가 마을로 바뀌었습니다. 영화와 소설 모두 주인공의 이주를 통해서 대도시의 매끈한 일상 속 주인공이 거칠고 척박한 지방 소도시의 삶을 관찰하는 주변인이 되어서야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장치로서 활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