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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억으로 100억 효과를 낸 이 남자의 정체는?

19.01.03 17:07


(인터뷰)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2 : 새로운 낙원> 한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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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멘터리의 새장을 연 동시에, 2008년 <한반도의 공룡>을 내놓으면서 10년 넘게 <점박이> 시리즈를 개척한 한상호 감독.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대한민국 SF, 공룡 영화 콘텐츠 구축에 큰 영향을 끼친 그와 이번 신작에 관한 비하인드와 예술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PD를 넘어서 <아바타>와 같은 대작 연출을 꿈꾸는 영화 연출가로서의 새 길을 걷는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결과물을 본 소감은?

어제 최종 시사를 했었다. 고생한 스태프들을 위한 VIP 시사회였는데, 스태프들이 너무 좋아했다. 자기가 만든 영화가 좋아서 자랑스러워한 모습들이 보기에 참 좋았다. 스태프 본인들이 뿌듯해하는걸 보니 감독으로서 만족한다. 


-국어국문학과를 나오시고 PD에서 영화 연출로 들어온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계신다. 그 성장과정이 궁금하다. 

(웃음) 이야기를 하자면 좀 긴데, 들을 각오는 돼있나? (웃음) 나는 원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드라마를 좋아했으며 기본적인 글쓰기를 좋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국 PD를 할 생각은 없었고 영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먹고 살기에는 방송국 일이 좋다고 해서 EBS에 PD로 입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조연출 생활을 해온 탓에 고생이 많았다. 조건도 안 좋고 하루 2시간 밖에 잘 수 없어서 몸이 피곤했다. 그래서 짧은 스팟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부서로 이동했다. 그러던 참에 EBS가 교육부에서 독립하면서 새롭게 변한 EBS를 강조하는 광고를 제안했다. 당시 스팟 영상을 만드는 제작비는 50만 원에 불과했는데, 부장님이 신경을 써주셔서 300만 원의 제작비로 작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반 광고와 같은 품질이 나오려면 3억이 필요했다. 그 제작비로는 택도 없었다. (웃음) 그래서 아이디어를 짜냈는데,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고 동물을 메인으로 등장시키기로 한것이다. 하얀 야생마가 해변을 뛰어오는 원시적인 이미지를 활용했고, 드라마 작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어렵게 영상을 완성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서 임원분들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그때의 일이 지금의 나를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임원분들이 나에게 대작 다큐멘터리 제작을 주문하게 되었고, 그때 완성한 <문자><마이크로의 세계>를 스토리텔링과 특수 촬영이 더해진 방식으로 완성하니 시청률과 콘텐츠 수출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두 프로젝트의 성과로 인해 평소 관심을 가졌던 <한반도의 공룡>에 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고, 호의적인 시청 반응과 함께 전시회, 책, 애니메이션 같은 부가 사업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내면서 지금의 영화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공룡 이름에 점박이라는 이름이 나온 유례에 대해 알고 싶다.

주제 자체가 '한반도의 공룡' 이었기에 아시아 지역에 있는 공룡을 해야 했다. 당연히 대중들에게는 티렉스가 유명하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백악기의 육식 공룡으로는 타르보 사우르스가 유명하다 해서, 이 공룡을 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서양인들이 상상한 공룡이 아닌 우리만의 공룡을 보여주고 싶다는 희망이 컸었다. 그리고 왜 하필 초식이 아닌 육식 공룡을 했냐고 물은다면, 자연 다큐멘터리중 제일 많이 보고 인기 사는 캐릭터가 바로 사자, 호랑이 같은 육식 동물들이다. (웃음) 누가 사슴을 보고 싶겠나? (웃음) 그래서 최상의 포식자가 가장 드라마틱할 거라 생각해서 타르보 사우루스로 정하기로 했다. 이왕이면 대중들에게 좀 더 강렬하게 식별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얼굴과 피부에 특정적인 흔적이 남아있는 이름을 하게 되었고, 딱봐도 구분할 수 있는 얼굴에 점이 있는 형태로 하자고 해서 '점박이' 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토속적이지만 친근하지 않은가? (웃음) 자세히 보면 이 친구 점도 한반도 모양이다. (웃음) 이제 점박이라는 이름은 어느 정도 보편화가 된 이름이어서 바꿀 수가 없다. 작년에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이 몽골에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는데, 그 기사의 기자님이 타르보를 점박이라고 언급해서 뿌듯했다. (웃음)


-초기작인 2008년 EBS <한반도의 공룡> 때부터 이야기해 보자. 비슷한 소재로 BBC의 공룡 다큐멘터리가 있었는데, 그거는 정말 '동물의 세계' 수준의 관찰형 다큐였다. 그런데 <한반도의 공룡>은 시작부터 점박이의 성장 스토리를 담고 있어 눈길을 모았다. 이 성장 스토리는 어떻게 구상했나?

국문과 출신으로서 문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어서 서사적으로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BBC가 그 다큐를 만들었을 당시 제작비가 180억이었다. 그당시 2008년 우리가 최초로 만들었을 때 5억 6천만 원 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그런 기술적인 격차를 매꾸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봤고, 사람들이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참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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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의 공룡> 기술 실력은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

상당한 수준이다. 오랜 시간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 시켜왔으며, 할리우드와 같은 비슷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면 우리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보셨듯이 흔잡을 만한 구석은 않다고 자신한다.


-일부에서는 <쥬라기 월드>와 같은 좀 더 리얼한 공룡들의 공격성이 강조된 고어 버전을 원하는 의견이 있었는데, 그런 버전도 기획할 생각은 있으신가?

나는 <점박이>를 아동 물이 아닌 가족 영화로 타겟을 맞췄다. 지금 우리 영화 시장에는 그러한 가족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족물은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로 우뚝 서 있다. 그에 비해 한국 영화는 너무 장르에 편중되어 있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보편적인 영화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새로운 낙원>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유머 코드와 감성을 지닌 작품이다. 


-성우가 들어간 버전을 넣으면서 느낀 고충과 비하인드가 있다면?

이번에는 대사가 들어간 극 영화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디테일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굉장히 수준 높은 연기를 주문했었다. 이왕이면 유명세로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스타들이 아닌 실사 영화에 메소드 연기를 할수 있는 배우들이 출연하길 원했다. 배우들의 연기 몰입력을 통해 우리가 영화를 보듯이 말이다. 애니에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배우들이 박희순, 라미란 이었고, 김성균은 정말 빨리 캐스팅 되었다. 애니 작업 중에 갖아 먼저 녹음을 했고,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애니메이터들도 편하게 작업할수 있었다. 덕분에 박희순, 라미란 배우도 잘해줄다. 둥가라 불린 익룡 캐릭터는 아역배우로 하려고 했었는데, 시나리오를 만들고 결과물을 보니 얼굴이 너무 노숙하더라. (웃음) 그래서 이 배역을 좀 더 노회한 중년 배우로 하면 된다고 해서 자기가 잘 아는 선배님인 김응수 배우를 추천했다. 그런데 캐릭터가 너무 잘 살더라. 그래서 둥가가 아주 감초가 되었다. 할리우드도 스칼렛 요한슨을 <정글북>에 잘 활용하는걸 보면 목소리 연기 자체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 성균 씨도 언시때 와서 본인이 보고 감동까지 하더라. 몇년을 오랫동안해서 본인도 좋았던것 같다. 아역 배우들도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까지 해서 액팅 연기까지 시켰다. 최종 더빙까지 했는데 변성기가 와서...(웃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애들이 열심히 해 줬기에 이 정도의 퀄리티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한반도의 공룡> 시리즈 에 영향을 준 영화나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나는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고전 서사물을 좋아한다. 막상 스토리 공부를 해보니까 <스타워즈>가 성공한 것은 조셉 캠벨의 신화를 바탕으로 조지 루카스가 잘 차용했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구나 라는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가능한 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새로운 낙원>에도 잘 묻어나길 바랬었다. 오디세이의 모험 형식에 오르페우스의 모험과 성장을 스토리텔링에 차용했다. 개인적으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참 좋아한다. 정서적으로 <구니스> 같은 모험물이 내 취향이었으며, 이번 영화가 <구니스>의 형태를 잘 참고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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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

구체적으로 갖고 있지 않지만,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산업적인 축으로 인정받아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점박이 시리즈가 10년을 넘었으니, 앞으로도 이 캐릭터 산업으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디즈니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렸듯이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 전체에 큰 영향을 차지했으면 한다. 그래서 여기에 촬영한 인원이 700명이라고 하면 몇천 명 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예술적 창작을 쏟아내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했으면 한다. 우리 시대 영화계가 그런 꿈을 꿀 때가 되지 않았나 본다.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이게 BBC에서 자사가 완성한 공룡 다큐 캐릭터들을 실사화로 완성해서 공룡 순회공연을 다니는 장면이다. 이 쇼로 무려 5천 억원 이상을 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점박이도 이번 비슷한 사업을 한다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상호 감독이 보여준 BBC 공룡 투어 영상


-엉뚱한 질문이다. 만약 감독님에게 <쥬라기 월드> 연출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그리고 싶으신가? 

공룡 콘텐츠는 많은 것 같지만 어느 레벨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쥬라기 월드> 1편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티렉스와 벨로시랩터가 인도미누스 렉스와 격돌할 때 마지막에 바닷속 거대한 모사사우루스가 인도미누스 렉스를 채가면서 끝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쥬라기 월드> 보다 먼저 나온 <한반도의 공룡> 1편 극장판에서 점박이와 애꾸눈이 싸우는 마지막 대목에서도 모사사우루스가 애꾸눈을 채가면서 끝나게 된다. 그래서 든 생각이었는데, <쥬라기 월드> 쪽에서도 우리의 콘텐츠에 관심을 두면서 예의주시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만약 내가 <쥬라기 월드>를 만든다면 아주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웃음) 


-<한반도의 공룡> 시리즈 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얼마 전 '공룡전사빈'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판타지와 SF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한반도의 공룡> 이상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아바타> 같은 영화를 해보고 싶은 게 내 꿈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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