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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해를 뒤흔들었던 최고의 흥행작은?

11.12.30 11:31






2011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이제 오늘까지 포함해도, 2일. 몇시간 남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어요. 다들 올해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뜻깊게 보내셨나요? 매년 연초에는 저는 다이어리를 구입해서 새해 계획을 쓰는데, 늘 그랬듯이 그 해 상반기까지는 꾸준히 쓰다가 어느 순간엔가 다시 집구석에 쳐박힌 다이어리를 여러개 발견하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번에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구입할 것 같기는 한데, 과연 잘하는 것일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가끔 표를 다이어리에 끼워넣거나 붙이기도 하는데, 올해 봤던 영화들을 쭉 정리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영화들이 눈에 띄는 거 있죠. 저는 흥행작들은 그래도 놓치지 않고 꼭 보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선택이 탁월했다고나 할까요? 그러면, 올해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최고의 흥행작은 어떤 영화들일까요?





1위. 최종병기활


무려 7백4십만명의 관객수를 끌어모은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의 주연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만든 스토리로, 청나라와의 전쟁을 다룬 액션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흥행하게 된 것은 어떤 요소가 있었기 때문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 가족愛

포로로 잡혀가버린 동생(문채원)을 지키기 위해 오빠(박해일)는 혼자서 그 먼길을 찾아 옵니다. 오로지 동생만을 위해서 앞만 보며 달려오는 박해일을 보면서 우리는 뭔가 애틋한 마음과 짠한,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변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도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과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기에 이런 가족간의 사랑이 담겨있는 내용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불의에 맞서는 용기 , 그리고 액션

문채원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칼과 활을 드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런 그녀의 용기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죽게 될까,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 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들지요. 그런 점들이 아마 영화 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했고, 그런 긴장감 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청나라 적으로 등장하는 류승룡이 가진 카리스마가 정말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왠지 감정이입을 해, 빨리 저 적이 쓰러지기를 바라게 되지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쓰러질 인물이 아닙니다. 끝까지 쫓는 그의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영화를 보는 내내 더욱 더 마음을 조리게 만듭니다.



* 로맨스

늘 그랬듯 어느 영화든 로맨스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문채원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남자 역시도 박해일을 따라 그녀를 구하기 위해 먼길을 오게 됩니다. 많은 악조건과 적들이 있었지만, 그의 불타는 사랑으로, 마치 백마탄 왕자님을 보는 듯이 영화를 보는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도 합니다.



최종병기 활이 많은 관객을 모았던 결정적인 이유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액션과 여자들이 좋아하는 로맨스를 고루 갖춘 영화이기에 다양한 연령층에서 많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흥행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2위. 써니



80년대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 써니.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저도 모르게 신나게 웃고 있었던 걸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만큼 사람들이 '써니', '써니'라며 노래를 불렀던 이유를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 것 같더군요. 써니는 7백 3십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습니다. 최종병기 활과 비교했을 때 관객 수가 별로 차이나지 않을 정도로, 박빙의 승부였다고 볼 수 있죠. 써니는 아마 많은 아주머니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그때 그 시절

어리지만, 어른을 따라하려고 했었던 그 시절. 못 먹는 소주를 친구 따라 들이켜보기도 하고, 진한 화장으로 고등학생임을 숨기기도 하는. 그때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떠오르게 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 애써 본적이 있을 테니까요. 주인공 소녀가 쓰게 마시는 그 소주가 내 마음까지 달게 혹은 쓰게 만들어 버리는 코믹하지만 또 그리운 장면들의 연출이 많았습니다.



* 엇갈린 첫사랑

순수했던 시절에 좋아했던 첫사랑의 이야기는 지금 나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남자의 능력, 돈을 따졌던 것이 아니라 그저 오로지 순수하게 그 한 사람이 좋아서 몰래 훔쳐보고 눈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지는. 그때의 감수성을 자극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슴이 뛰고 정신이 혼미해질만큼 설레는 그 때의 감정을 공감하기에 가장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사건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그때 그렇게 다 같이 있으면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던 그녀들이 왜 뿔뿔히 흩어질 수 밖에 없었을까?"하는 의문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예상했던 이유들과는 달리, 영화가 절정으로 가면서 사건이 터지고야 맙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아마 적지 않은 비명을 질렀겠지요. 아니면 눈살을 지푸렸거나. 뿔뿔히 흩어졌던 이유가 단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혹은 돈을 벌기 위해서, 결혼 때문이 아닌, 한 사건 이후로라는 충격적인 이유를 알게 됩니다.



* 현재 그리고 미래

하지만, 늘 그랬듯이 그 결정적인 절정 이후에 해피앤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억의 회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현재와 미래까지 연결되는 따뜻한 결말이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사진속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깊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견디고, 보내온 그녀들의 즐거운 댄스타임이 올 해 본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뽑고 싶을 정도입니다.





3위. 완득이



"얌마! 도완득!"이 생각나게 하는 이 영화. 하도 영화의 대사중에 "얌마, 도완득"이 많아서일지도 모릅니다. 완득이는 5밴만 관객들을 끌어모아, 세번째로 흥행선에 서게 됩니다. 완득이 영화에 가지고 있는 코믹적인 요소와 그리고 감독이 말하고 싶은  여러가지 것들이 이 영화 한편으로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사회적 배경을 공감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들은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그들의 인권을 많이 지켜주는 곳이 드뭅니다. 영화 안에서 그런 부분을 신날하게 비판하면서, 재미를 극대화시킵니다. 저는 이런 사회 풍자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의미가 담긴 영화들이 참 좋습니다.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한번 미쳐 간과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하는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 완득이의 꿈

꼴통 완득이도 자신의 꿈을 찾게 됩니다. 그저 싸움만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완득이가, 드디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됩니다. 그런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체구는 크지만 아직 마음이 어린 소년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짠하게 만들기도 하지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버리고 돈을 위해 살고 있나요? 그런 부분을 완득이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 다문화 가정

우리나라에 다문화 가정이 얼마나 많이 증가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얼굴 모양, 색이 다르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만은, 모성애만큼은 같은 다문화 가정의 숨은 스토리도 담고 있습니다. 당시 완득이의 엄마로 출연했던 이 외국인 배우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녀가 이제까지 완득이를 만나지 못했던 이유와, 그리고 그런 그녀를 미워하지 않고 다시 만나주는 완득이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들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이렇듯, 완득이는 평범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다양한 사회적인 요소와 의미를 잘 전달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 안에서 많은 공감을 형성하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흥행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결국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면서, 왠지 모르게 위로 받았던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4위. 도가니



치열한 전쟁 속 한복판에 놓여진 것 같은 기분을 만든 도가니. 이 영화 한편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았으며, 동시에 얼마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나요? 그리고 이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그런 사회적 이슈에는 무색하게도 4백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아마 워낙 이 영화는 영화 자체만으로 많은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아도 연이어 올라오는 뉴스를 보면서 충분히 이 영화의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만큼은 꼭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숨겨왔던 진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났던, 전혀 몰랐던 일들이 '강인호'라는 선생님의 부임으로 많은 사건이 알려지게 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빈번하게,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던 장애아이들을 향한 폭행과 성폭행들이 알려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내용들이 정말 차마 입에는 담을 수 없을만큼 끔찍합니다.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지은 죄를 우리는 이제서야 알게 되는 것이지요. 



* 분노 그리고 눈물

가슴이 아픈 것은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었던 아이들이기에 더욱 무차별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라도, 단 한명이라도 제지해 주었더라면,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면 이들의 상처는 많이 크지 않았을텐데요. 하지만 상처를 보듬어 주고 무릎 꿇고 사과를 해도 모자란 그들은 자신의 죄를 끝까지 부인합니다. 그런 범죄자들의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마음 속 저 밑에 끓어 오르는 분노를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눈물로 대신 해 표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 진실을 은폐하려는 집단

진실을 돈으로 매수하고, 그리고 그 진실을 외면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또 한번 법의 무색함과 잔인함에 치를 떨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피해자를 위한 법보다는 가해자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관대합니다. 영화에서는 그 점을 바로 고치고 싶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처를 치유하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도 벌을 받는 시간도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런 부분에 적지않은 흥분과 분노로 이 영화를 본 이후에 많은 뉴스를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찾아봤던 기억이 아직도 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세상 밖으로 나왔어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더욱 더 안타깝습니다. 실제 배경인 인화학교에서 최근에는 또 장애아이들에게 안마를 하도록 강요했다는 보도가 나왓었지요. 그 보도로 또 저는 다시한번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더 이상의 진실을 숨기려고 하는, 그리고 그 죄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이상, 지금까지 올해를 뒤 흔들었던 흥행작품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면, 저는 올해에 최고의 작품은 도가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고발적인 내용을 통해, 우리가 미쳐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던. 돌이켜 봤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2012년에는 더 좋은 영화들이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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