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앤딩 씬] '스타트렉: 더 비기닝' 스팍, 스팍에게 말하다
13.06.30 16:40
대학교 3학년 때, 저는 참 지독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와 부모님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됐는데 대학생이 되는 순간 이 모든 간섭이 사라졌으니까요. 저학년때야 신나게 놀았다지만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취업 부담이 닥친 3학년쯤 되자 서서히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학점은 바닥이었고 그 흔한 자격증 하나 없었으며 토익성적도 부끄러운 수준이었으니까요. 더 심각한 것은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즈음 늘 "딱 10년만 뒤로 가서 내가 뭐하고 사는지 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달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늘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합니다. 저 길을 걸었을 때,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때문에 가끔 생각합니다. '미래를 알 수만 있다면'. 그런데 이 놀라운 일이 스팍에게 일어납니다.2258년, 스팍은 '어떤 자'로 인해 눈앞에서 어머니와 고향 행성 '벌칸'을 잃습니다. 그럼에도 '감정 표출이 없다'는 벌칸인의 특성을 지키려 분노와 슬픔을 꾸역꾸역 억제합니다.
파이크 함장을 구하러 적진에 뛰어든 스팍. 그런데 적의 포로로 잡혀있는 우주선이 적어도 100년은 앞선 것 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우주선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환영합니다, 스팍'대사님'"이라고 말합니다. 대체 이 우주선은 무엇이고 어떻게 자신을 아는 걸까요. 게다가 이미 사라져버린 벌칸 행성인데 '대사'라는 직책은 또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진실'을 감추고 있는듯한 커크의 저 말도 안되는 표정은 도저히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스팍의 비밀은 모든 갈등이 해결된 후 밝혀집니다. 너무나 똑같이 생긴 두 남자가 함선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한 남자는 아직 앳된 모습이고 다른 남자는 이미 백발이 성성한 노인입니다. 노인이 먼저 입을 엽니다. "Mr. SPOCK" 젊은 스팍은 이 상황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는 바로 미래의 자기 자신이었으니까요.
우주함대를 떠나 행성 재건을 돕겠다는 젊은이 말에 노인은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이번만은 이성이 아닌 마음 가는데로 하게나, 스팍." 어쩌면 노인이 된 스팍이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가장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 어머니'는 늘 스팍의 아킬레스건이었죠. 그래서 그는 벌칸인보다 더 벌칸인처럼 굴었고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린 스팍은 그러한 자신의 청년시절이 후회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른 삶을 살게 될 젊은 자신에게 '마음가는대로 하라'는 조언을 했던 것이죠. 이 장면에서 영화는 결국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어짜피 그 미래 뒤에는 또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심지어 123년 앞에서 온 '스팍' 자신조차 또 다시 이곳, 현재에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하지 않습니까.
두 스팍의 만남은 결국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라는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삶을 산다는 명목하에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포기한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삶이 어디 있을까요. 123년을 거슬러 자신의 과거를 조우하게 된 노인이 젊은시절의 자기 자신에게 해 준 가장 큰 충고는 바로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라'였습니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네버앤딩씬을 마치며, 여러분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