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민낯! 현실감 넘치는 연애를 그린 영화들
13.07.01 13:00
로맨틱 코메디 장르의 영화는 달콤합니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사랑에 빠지고 아름답게 연애를 하다가 제3자에 의한 위기를 맞죠. 하지만 이 위기조차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배경이나 주연배우만 다를 뿐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는 이러한 플롯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께 하나 여쭈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하고 계신 연애도 로맨틱 코메디의 정석 [귀여운 연인]처럼 마냥 낭만적이고 행복하신가요?
글쎄요. 여러가지 답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답은 '아니다'일 것입니다. 연애는 물론 달콤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소태보다 쓰기도 하죠. 또 때로는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먹은 양 뱉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연애의 민낯'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영화들을 소개 해 드릴까 합니다. 아래 소개 해 드릴 3편의 영화는 모두 우리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흔해 빠진' 연애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해 보았기에 더 공감가고 마음에 남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1. 우린 가족일까, 사랑일까? [6년째 연애중]
감독: 박현진
출연: 윤계상, 김하늘 외
개봉: 2008.02.05
명대사
재영: 아, 왜이렇게 입으로 숨을 쉬어. 코로 숨쉬어!
다진: 이젠 내가 숨 쉬는 것까지 싫니?
다진: 이젠 내가 숨 쉬는 것까지 싫니?
영화 [6년째 연애중]은 제목 그대로 6년째 연애하고 있는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스물 아홉, 동갑내기 홈쇼핑 PD 재영(윤계상 분)과 베스트셀러 편집자 다진(김하늘 분)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쿨한 6년차 연애질을 하는 커플입니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 베란다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고 굳이 모텔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생리대 신부름까지 바로 OK! 남부러울것 없어보이는 그들의 속 사정은 사실 그렇게 아름답지 못합니다.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가 너무 편해져서, 공기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그들. 아무렇지 않게 "우리는 사랑하는 친구 사이"라고 관계를 규정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상처받습니다. 권태로워진 그들에게는 새로운 사랑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아픔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진성(신성록 분)에게 다진은 저도 모르게 이끌립니다. 흔들리는 것은 재영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당돌하게 다가오는 홈쇼핑 모델 지은(차현정 분)에게 뜻모를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지인 중 10년째 연애를 했던 커플이 있습니다. 대학, 군대, 취업 등 20대의 큼지막한 사건들에 늘 함께있었던 그들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함께 보낸 그들도 결국엔 이별을 맞았습니다. "너무 오래 연애하면 안되는건가봐. 뭐부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당시 제 지인은 말했었습니다.
다진과 재영 역시 이별을 결정하고 난 후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공기'같아서 옆에 있을 때는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없으니 살 수가 없다는 것을 이별 후 느끼게 됩니다. 영화 [6년째 연애중]은 알콩달콩한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하는 현실의 연애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죠. '다시 만나도 또 소중함을 잊고 똑같이 반복하다가 헤어질까 두렵다'는 다진의 이야기가 어쩌면 해피앤딩이 아닐수도 있기에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2. 찌질한 남자, 쿨한 여자를 만나다 [러브픽션]
감독: 전계수
출연: 하정우, 공효진 외
개봉: 2012.02.29
명대사
희진: 자기는 사랑을 참 편하게 하는 것 같아.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한 그래프를 보신 적이 있나요? 남자의 사랑은 '롤러코스터'입니다. 만남의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는 순간까지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상승하죠. 그러나 절정을 찍고 난 후 부터는 다시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하락합니다. 반면 여자의 사랑은 '양은 냄비'입니다. 처음에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서서히 끓어오르죠. 어느 순간 여자의 사랑 그래프는 남자의 그것보다 훨씬 높이 가 있습니다. 사랑을 수치화 할 수 없다지만, 그보다 그녀가 더 많이 좋아한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영화 [러브픽션]은 사랑이 시작될 때 부터 끝날 때까지, 남자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완벽한 사랑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31살 될 때 까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본 이 남자의 직업은 놀랍게도 '소설가'입니다. 하지만 연애의 감정에 대해 알 턱이 없는 남자의 소설은 늘 허무맹랑합니다. 흥행가능성 제로의 이야기들을 쓰기위해 그는 매일 고군분투합니다.
그랬던 이 남자에게 드디어 사랑하고 싶은 완벽한 여인, 희진(공효진 분)이 나타납니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모두 동원합니다. 사진을 찍는 여자를 위해 기꺼이 누드 모델이 되기도 하고 '겨드랑이의 털까지 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엄청난 비위도 보여줍니다. 쿨하고 정적인 여자는 결국 남자의 귀엽고 뜨거운 수작에 넘어가고 말죠. 두 사람의 사랑을 절정을 맞습니다.
그러나 연애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월(하정우 분)은 자신의 원래 캐릭터인 찌질하고 소심하고 이기적인 남자로 돌아갑니다. 선물 시가의 총액부터 잠자리, 싸움, 눈물의 횟수까지 일일히 계산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나와 다른 그녀의 식성이 짜증나고 다른남자들과 어울리는 그녀의 취미생활에 화가납니다. 게다가 연인 사이에 가장 금기시된다는 '과거'를 캐묻기 시작합니다. 쿨한 희진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전 남자친구들과 그녀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혼자 열받아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찌질한 남자 주월에게 희진도 지쳐갑니다.
사랑의 시작, 전개, 절정과 위기, 결말을 모두 보여주는 영화 [러브픽션]. 액자식 구성으로 인해 산만하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만 '사랑이 변색되는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냈다는 것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사랑을 하며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 영화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3.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연애의 온도]
감독: 노덕
출연: 이민기, 김민희 외
개봉: 2013.03.21
명대사
동희: 너 도대체 왜그래? 왜 그렇게 다 니 맘대로야?
영: 내가? 내가 내 맘대로라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맞춰주고 있는데 뭐가 내 맘대로라는거야! 말 한마디 하더라도 실수할까봐, 내가 뭐 잘못해서 옛날처럼 될까봐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뭐가 내 맘대로라는거야?
영: 내가? 내가 내 맘대로라고?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 맞춰주고 있는데 뭐가 내 맘대로라는거야! 말 한마디 하더라도 실수할까봐, 내가 뭐 잘못해서 옛날처럼 될까봐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뭐가 내 맘대로라는거야?
가장 최근작인 [연애의 온도]입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온 제 친구는 그 날, 명목상 '남자친구'이었던 연인과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에게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이거 남자친구랑 볼 영화는 아니다."
연애의 온도는 3년차 비밀 연애를 이어가던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두 사람의 '사랑'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동희(이민기 분)과 영(김민희 분)의 '이별'하는 것이 첫장면입니다. 다음 순서는 이별 후 모두가 한번쯤은 하는 '찌질한 짓'들 입니다. 서로의 물건을 부숴 착불로 보내고 커플 요금을 해지하기 전 인터넷 쇼핑으로 80만원의 요금 폭탄을 던지고 미친듯이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SNS 탐색에 들어갑니다. 그뿐인가요. 의자의 바퀴를 빼 놓아 손님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고 천원짜리 몇장을 슬쩍 빼서 시재가 맞지 않게 조작합니다.
그러나 서로에게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둘. 사랑때문에 뜨거운 남자 동희는 영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러나 영은 "헤어졌다 만난 커플은 다시 잘 될수 없다"며 두려워하죠. 하지만 동희의 진심에 다시한번 사랑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이별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에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 속에만 담아두는 이 관계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괜찮아질거예요.", "잘 되겠죠. 절대 헤어지지 않을거예요"라고 인터뷰에서 말하는 두 사람. 그러나 그들의 갈등은 결국 비오는날 놀이동산에서 폭발하고 맙니다.
[연애의 온도]는 결코 친절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연애의 민낯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그렇기에 이 영화는 더 현실감있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억지로 눈물을 짜려는 장면은 하나도 없음에도 지나간 시간 '나의 연애'가 떠올라 눈시울이 촉촉해 질 겁니다.
[연애의 온도]는 최근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날까 고민하고 계시다면 이 영화 추천합니다. 가장 솔직한 우리네 연애 이야기를 보실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