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징 선정 영화 사상 최고의 '싸이코' 캐릭터들
13.07.05 16:27
영화를 보며 가장 섬뜩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그것은 일상에서는 볼수없는 광기에 사로잡힌 '싸이코' 캐릭터들을 마주할때가 아닐까? 영화속 '싸이코'들의 등장은 관객에게 '충격'효과를 안기는 동시에 '일상에서도 저런 사람을 만날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을 안겨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 영화가 창조한 '싸이코' 캐릭터는 시대적인 사회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또다른 양면성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혼신의 연기를 해야했다. 이들의 연기는 영화사상 최고의 연기력으로 인정받았으며 지금도 숱하게 화자가 되고있다. 오늘 여름 특집으로 준비한 '영화 사상 최고의 싸이코' 캐릭터들은 바로 그러한 기준에서 선정된 캐릭터들 이다. 이들이 영화에서 보여준 '섬뜩함'의 강도와 인간의 내면에 깊이 숨겨진 악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10위.[사냥꾼의 밤]의 해리
강도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 벤은 감방 동료 해리(로버트 미첨)로 부터 자신이 흠친 1만 달러와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벤이 사형당하고 해리는 출소하자마자 전도사 행세를 하면서 벤의 아내와 두 아이가 살고있는 마을에 나타난다. 해리는 2차세계 대전과 냉전으로 불안한 정세에 '전도사'라는 캐릭터로 위장해 마을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과부가 된 벤의 아내와 결혼까지 하며 그녀를 죽이고 아이들을 목숨마저 위협하며 1만 달러를 차지하려 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철두철미한 살인범 이면서 양 손가락에 'LOVE'와'HATE' 문신을 새기며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표현하는 '싸이코'다. 특히 빌의 두 아이를 찾기위해 찬송가를 부르며 보트의 노를 저으며 나아가는 해리의 표정과 연기는 '섬뜩' 그 자체이며 시종일관 내내 무표정함과 냉혈함의 모습으로 감정의 변화를 연기한 로버트 미첨의 연기는 압권이다.
9위.[다크나이트]의 조커
최신영화를 기준으로 최강의 '싸이코' 캐릭터를 찾아내라면 그건바로 '조커'가 아닐까? 크리스토퍼 놀란은 만화속에서나 등장할법한 이 악당을 실제 존재하는 악당에 가깝게 연출했고 히스레저는 자신의 내면속 광기를 총동원하며 이 위험한 모험을 진행했다. (결국 그 모험이 그의 죽음이라는 참담한 결말로 끝났지만…)
조커는 자신에게 저항하려는 사람에게 자신의 찢어진 입에 관한 사연에 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 사연의 내용은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노인이 저항할때는 자기 아버지 사연을 이야기하고 여인이 저항하려 할때는 자신의 아내 이야기를 꺼내면 썸뜩한 이야기를 하며 겁을준다. 광기와 잔혹함의 사이에서 인간의 극단의 정점에 서있는 심리를 보여준 이 악당은 자신의 이러한 성향을 오히려 즐겁게 생각하며 모두가 자기처럼 미쳐가기를 희망한다. 광대의 분장으로 세상을 비웃는 이 악당은 21세기 영화사에 남은 최고의 싸이코패스 악당 캐릭터였다.
8위.[미저리]의 애니 윌키스
이번에 등장한 주인공은 당신또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수 있는 이야기다. 당신이 좋아하는 영화,드라마와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특히 그게 '소설'속의 주인공 이라면 어떻겠나?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바꾸기 위해 무슨짓이들 할수 있지만 그것은 단순 항의에 끝날 것이다.
하지만 [미져리]의 여주인공 '애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의 주인공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된 원작 소설가인 '폴'에게 광기를 선사한다. 특히 교통사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된 '폴'이 다리를 회복하자 망치를 들고와 다시 내리쳐 다치게 하는 행위와 더불어 마취주사를 놓아 기절시킨뒤 조사하러온 경찰에 눈에 띄지않게 숨기는 등 온갖 엽기적인 행위로 '폴'을 위협한다. 소름돋는 과거와 불행한 삶속에 광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목적은 오로지 소설속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위해서였다.
7위.[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영화사에 길이남을 영화속 연쇄살인마들중 '한니발 렉터'는 그 어느 캐릭터보다 가장 우아하고 품위있는 '싸이코'다. 하지만 그를 정말 싸이코로 봐야 옳은건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악'이자 인간의 내면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분석하는 '학자'였다. 연쇄살인마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으며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의 트라우마 까지 치료해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화의 후반부와 몇편의 시리즈를 통해 그의 짐승같은 광기를 선보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품위있다.
6위.[샤이닝]의 잭 토랜스
그는 '싸이코'는 아니었다. 단지 약간의 불안한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있었을뿐 어느 부부나 가족이 겪고 있는 위기상황과 비슷했다. 그런 그가 소설을 쓰기 위해 가족과 함께 깊은 산속의 별장으로 오게되고 그 호텔에 아내와 자기 처자식들 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호텔 직원 그레디의 원혼과 죽은 혼령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복잡하고 미로같은 호텔의 내부와 죽은 혼령들의 괴롭힘 속에 '잭'은 미쳐가고 급기야 그레디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아내와 아들을 죽이려 달려든다.
살인마로 돌변해 눈밭에 쌓인 미로를 해집고 도끼로 방문을 부수는 잭 니컬슨의 연기는 영화사에 길이남을 광기스런 장면이었다. 하지만 가장 섬뜩했던 장면은 소설이라고 쓴 타자기에 그가 작성했던 문제의 소설 내용이다. 한 줄로 요약되는 싸이코 연기라고 해야할까?
5위.[안티 크라이스트]의 그녀
그와 그녀는 죽은 아들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살고있다. 그 후유증에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숲속으로 여행을 가지만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에덴'에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와 보수적인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반에 여성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 하는 이 영화는 매우 난해하고 어렵다. 그만큼 우리의 여주인공의 광기스러운 행동과 분노, 그녀가 저지르는 행위들은 공포를 뛰어넘는다. 전통적인 기독교가 지정한 죄에 죄책감에 빠져든 그녀는 숲속에서 벌어지는 이상현상으로 미쳐가고 자신의 남편인 '그'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심지어 그녀 자신에게 상해를 입히기까지 한다. 섹스,폭력 그리고 자해 등 인간이 표현할수 있는 극단의 상황을 보여주며 인간 스스로가 '죄'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방황하고 미쳐가는 극단의 과정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4위.[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은 영화의 촬영때와 촬영후 자신을 계속 폭행한 이병헌을 볼때마다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내내 극단적인 살인과 폭력 심지어 성폭행을 일상의 생활처럼 즐기던 장경철(최민식)을 볼때마다 치를 떨고 두려움을 느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등장과 묻지마 살인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이 시점에서 최민식은 그야말로 이들의 일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목숨을 살려달라는 임산부의 요구를 무시하고 잔혹하게 살인을 행하고 시신을 토막내 강가에 버리거나 개에게 던져 주기까지한다. 영화 내내 질긴 목숨을 유지하며 살아남으면서 자신의 욕망과 본능을 채우기 위해 일반인들을 죽이고 괴롭히는 그는 그래야만 살수있는 악마였다.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없는 냉혈한 싸이코 패스 장경철을 연기한 최민식은 위험천만한 극단의 순간을 경험했다. 세계 영화사에 이런 '싸이코패스 범죄자'를 완벽하게 연기할 배우가 누가 있으랴?
3위.[싸이코]의 노먼 베이츠
'싸이코' 캐릭터를 논할때 빠질수 없는 캐릭터인 '노먼 베이츠'. 지금의 '싸이코'의 시초이면서 본 바탕을 둔 캐릭터 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1960년에 사로잡힌 실제 연쇄살인범을 모델로 만들어진 이 캐릭터에 원작 작가와 히치콕은 그에게 '마더 컴플렉스'라는 정신병을 더해 그의 다중적인 인격이 살인과 광기를 불러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낸 탓에 정신을 지배당한 그는 선하고 순수한 인간인 베이츠와 잔인하고 냉혹한 어머니의 인격을 상황에 따라 조절하며 자신을 숨겨왔다. 결국 그는 다중인격으로 법의 심판을 받지 않지만 마지막에 남긴 의미심장한 미소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40년이 지난 작품인데도 여전히 저 모습은 섬뜩하다.
2위.[오디션]의 야마사키 아사미
청순하고 순수하며 너무나도 여성스런 아사미에 홀아비가 된 아오야마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후 밝혀지는 그녀의 미스테리한 과거와 자신을 속였다며 아오야마에게 보복을 가하는 야마사키 아사미의 광기는 '소름' 그 자체다. 감독인 미이케 다케시는 영화의 시작부터 중반까지 아주 잔잔한 분위기의 드라마를 만들다가 후반부 부터 소름돋는 광기적 장면을 연출하며 관객들을 큰 충격에 빠뜨린다.
구토유발을 일으키는 잔혹한 사지절단에 꿈과 현실을 오고가는 그로테스크한 영상을 통해 아사미가 선사하는 공포를 절정에 다다르게 만든다. 어렸을때 당한 학대와 성적유린을 자신의 분노로 표출하는 인간의 심리적 트라우마와 비정상적인 사랑방식을 감칠맛 나는 고어물로 만든 이 영화에 마취와 절단을 반복하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아사미의 캐릭터는 이후의 무수한 고어영화들의 캐릭터에 큰 영향을 미쳤다.
1위.[블루 벨벳]의 프랭크 부스
데이빗 린치의 괴작 [블루 벨벳]은 영화사적으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 작품이다. 대체 어떻게 해서 프랭크 같은 캐릭터와 그를 묘사하는 방식을 생각해낸 것일까? 아들과 남편을 악인 프랭크(데니스 호퍼)에게 클럽 여가수 도로시는 어쩔수 없이 그의 겁탈을 받아주려 한다. 성적 흥분과 욕망에 사로잡힌 프랭크는 헬륨 마스크를 쓴 채로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고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다음과 같은 대사를 던진다.
"마미, 아기는 섹스하고 싶어해!"
그와 동시에 그는 도로시를 겁탈하고 유린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산소통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악인이 온갖 왜설스런 말과 행동을 통해 욕망을 채우고 타인을 괴롭히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영화는 프랭크 부스라는 캐릭터의 존재만으로도 어둡고 역겹고 섬뜩할 따름이다. 그는 살인마도 아니요 정신병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병원에 감금될 만한 정도도 아니다. 단지 그는 현대사회에 잔재된 악의 본능과 현실에 잔재된 잔인함을 상징한다.
특히 문제의 이 강간장면의 경우 주인공인 제프리가 옷장에 숨어 방치한듯 목격만 하고 있는 설정이 문제가 되면서 영화사적으로도 가장 해괴하면서도 논란이 되었던 장면이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는 충격적이고 비상식적인 장면을 목격하며 내면적으로 쾌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관음증적인 장면도 함께 언급한다. '싸이코'란 시선으로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만 볼뿐 아무것도 할수없는 무기력한 우리 자신을 비웃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