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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리뷰: 고릴라와 소녀가 나누는 뜨거운 우정!

13.07.09 08:36

[미스터 고]를 보며 제가 떠올렸던 이야기는 쉘 실버스타인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였습니다. 소년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는 소년이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었습니다. 열매들을 잃고, 가지를 잃고, 나중에는 몸통까지 잃어버리면서 말이죠.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된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밑동까지 의자로 내 주면서도 나무는 행복해합니다. 그것이 나무가 소년을 사랑하는 방식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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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고]의 링링이 조련사 웨이웨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나무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고릴라 링링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표정과 몸을 사용합니다. 화가 날 때에는 이를 드러내며 울부짖고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무작정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칩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넘칠 때에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두드립니다. 링링이 말을 듣는 대상은 오로지 소녀 조련사 웨이웨이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웨이웨이가 고릴라의 말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고릴라는 힘만 셀 뿐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실 웨이웨이의 말을 알아듣는 쪽은 링링입니다. 웨이웨에가 눈도 못뜨는 갓난아기 였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소녀의 가장 좋은 친구였고, 동반자이며 부모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링링의 사랑은 헌신적입니다. 무릎이 으스러져서 일어날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웨이웨이를 보며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터지자 팔로 물을 막아 웨이웨이가 비를 맞지 않도록 하죠. 이 뿐인가요? 소방헬기가 마취총을 발사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웨이웨이에게 줄 바나나는 품속에 꼭 품고 있습니다. 그 마음도 모르고 '링링과 말하고 싶지 않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웨이웨이. 그 방문앞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장면은 마치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을 연상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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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돈만 밝히는 에이전트 '성충수'는 일반 대중 대부분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고릴라와 인간의 교감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그는 제 3자의 시선에서 웨이웨이와 링링을 바라봅니다. 성충수가 보여주는 깨알같은 개그코드 역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묘미들 중 하나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피도 눈물도 없는 에이전트로 그려졌던 성충수가 링링과 웨이웨이에게 동화되는 과정이 너무 압축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입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갑자기 왜?'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배우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의 페르소나 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훌륭하게 맡은 역할을 소화 해 냅니다.
 
영화 [미스터 고]에는 악역이 없습니다. 사채업자들이 등장해서 웨이웨이를 못살게 굴지만 현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입니다. KBO이사진들과 두산베어스의 구단주 역시 악역이라고 하기에는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그들은 단지 이기적인 욕망으로 가득찬 사람들일 뿐이지요. 젠틀하고 잘생긴데다 젊기까지 한 야구선수 출신의 소속팀 구단주는 링링의 이름 대신 늘 '그 고릴라'라고 부릅니다. 그에게 링링과 웨이웨이는 가족이 아닙니다. 소속팀을 승리로 이끌어주고 관중석을 매진시켜줄 존재일 뿐이죠. 이들을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남보다는 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우리네 모습을 감독은 구단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과 대비되어 바라는 것 없이 웨이웨이만을 위하는 고릴라 링링의 마음은 더 순수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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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고]는 국내 최초 100% 리얼 3D영화로 개봉전부터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작보고회 때 김용화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었죠. 그 때 감독은 '한국 영화의 수준이 이만큼 올라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 드리겠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미스터 고]의 시각적인 효과는 3D영화의 가장 이상적인 사례라고 불리는 [라이프 오브 파이]에 뒤지지 않을만큼 훌륭했습니다. 흔히 3D영화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자막만 3D로 처리하고 배우들은 평면과 다를 바 없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눈의 피로감만 높일 뿐이죠. 그러나 이 영화는 마치 눈 앞에서 고릴라가 야구를 하고 웨이웨이가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야구공이 날아올 때에는 움찔 움찔 하면서 눈을 감기도 했습니다. 3D효과는 '야구'라는 역동적인 스포츠와 고릴라의 거대한 움직임을 잡아내기에 제격이었다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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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 해 보겠습니다. 영화 [미스터 고]는 착한 영화입니다. 크게 웃음을 주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또 눈물을 짜내려고 신파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야구하는 고릴라와 소녀 사이의 뜨거운 우정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를 보시는 여러분들 모두가 '링링'같은 친구를 갖고싶다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영화에서 '링링'은 사람보다 훨씬 나은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친구, 여러분은 가지고 계신가요?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것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이런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여름, 진짜 우정을 보고 싶으시다면 [미스터 고], 강력 추천합니다.
 
 
P.S 1 이것이 바로 감독의 힘일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게스트들이 대거 출연합니다. 이미 예고편으로 공개되었던 추신수, 류현진 선수는 새발의 피 수준이었어요. 특히 일본 최고의 배우라고 불리는 '어떤 배우'의 연기변신이 대박입니다.
 
P.S 2 링링이 입단한 구단은 실제 프로야구 팀인 '두산 베어스'입니다. 곰을 마스코트로 하는 구단과 우직한 고릴라의 이미지가 너무나 잘 매치됩니다. 실제 구단의 이름을 쓰고 싶었던 감독이 여러 구단에 제안을 했고 두산베어스에서 흔쾌히 허락해 줬다는 후문입니다. 링링의 두산 베어스 입단 과정에는 '성충수'의 노력 뿐만 아니라 김용화 감독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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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TV-VOD 평점:★★★☆
관객 취향: 가슴 따뜻한 영화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사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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