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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소재로 한 영화들! 슬프거나, 무섭거나

13.07.11 17:55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서울 지방은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일주일 가까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덥고 습도 높은 날씨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비오는 날'을 좋아하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크린 속에서는 어떨까요? 영화 속에서 '비'는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로맨틱한 소재가 되기도 하고 공포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과연 영화속에서 비오는 날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요? 무비라이징에서 '비오는 날'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모아봤습니다.
 
 
1. 하드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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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카엘 살로먼
출연: 모건 프리먼, 크리스찬 슬레이터, 렌디 퀘이드 등
개봉: 1998.08.01
 
재난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러닝타임 내내 비가 내리는 영화입니다. 톰(크리스찬 슬레이터 분)은 현금 운송용 방탄트럭을 운전하는 초보 운전기사입니다. 그는 베테랑 삼촌 찰리(에드워드 에스너 분)과 함께 300만달러를 수송하는 임무를 맡고 운송중입니다. 폭우로 인해 갑자기 불어난 강의 범람으로 도로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 톰 일행은 헌팅버그에 구조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구조대보다 먼저 트럭 뒷 칸의 300만달러를 노리는 갱단이 도착하면서 사건은 꼬이게 됩니다.
 
홍수라는 재난이 일어났으니 실종신고도 무의미하고 경찰의 추적도 불가능한 완전 범죄의 상황. 만만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수송트럭을 친 짐(모건 프리먼)일당은 의외의 저항에 부딫칩니다. 신출내기 톰이 목숨을 걸고 300만 달러를 지키려고 나섰고 이 과정에서 총격전도 벌여졌습니다. 그리고 찰리가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들은 순식간에 강도죄에서 강도 살인죄라는 죄목을 더 갖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짐 일행에게서 도망친 톰.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헌팅버그의 보안관은 톰의 돈가방을 보고 마음이 돌변에 이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여기에 짐의 일행까지 합세하여 돈가방을 빼앗으려 듭니다. 과연 300만달러를 짊어진 톰의 운명은 어떻게될까요?
 
영화 [하드레인]은 끔찍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모두가 다 죽을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사람들은 이 와중에도 돈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서로를 죽입니다. 영화는 7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큰 흥행을 자신했지만 2천만달러 정도의 수익밖에 거두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합니다.
 
 
2. 인정사정 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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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명세
출연: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등
개봉: 1999.07.31
 
예기치 않은 소나기가 몰아치는 도심 한복판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마약거래를 둘러싼 조직의 암투가 개입되어있다는 단서를 잡은 강력반에는 비상이 걸립니다. 잔인하게 마약상을 살해한 인물이 장성민(안성기 분)이라는 사실을 잡은 형사들. 그러나 신출귀몰한 장성민을 잡는 것은 하늘에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형사들은 작전을 바꿔 주변인물을 통해 장성민에게 접근합니다. 장성민의 내연녀인 김주연(최지우 분)의 집을 무단으로 습격하고 부하인 짱구(박상면 분)과 영배(안재모 분)을 차례로 잡아들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하게 된 장성민. 형사 영구(박중훈 분)이 장성민을 마주치던 그 날은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빗속 결투씬은 최고의 장면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굵은 빗줄기가 내려오는 폐광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날립니다. 목숨을 건 그들의 결투는 비지스의 '홀리데이'에 맞춰서 슬로우모션과 정지화면을 반복해가며 전개됩니다. 비오는날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언뜻 보았을 때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BGM, 배우들의 액션이 시너지효과를 내며 한국 영화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인정사정볼것없다]는 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라고 불리는 이명세감독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영화였고 박중훈과 장동건을 주연급 배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3.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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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등
개봉: 2003.04.25
 
1986년 경기도 화성,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됩니다. 2개월 후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사건 발생지역에는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은 서울 시경에서 자원해서 내려온 서태윤(김상경 분)과 파트너가 되어 범인을 뒤쫓습니다.
 
의외로 쉽게 용의자가 검거되고 일단락을 맺는 듯 했던 사건은 현장검증에서 용의자로 지목되었던 사람이 범죄를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습니다. 사건은 다시 원점.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단 하나, 비오는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를 타깃으로 한다는 것 이외에는.
 
영화 속 끔찍한 살인사건들은 모두 비 오는 날 일어납니다. 비 오는 밤은 어두운데다 시야 확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혹여 증거가 남더라도 물에 모두 씻겨나가게 됩니다. 범인에게는 살인하기 딱 좋은 날인 셈이죠. 비오는 밤, 은밀하게 여성을 뒤쫓는 범인의 모습은 공포감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합니다. 형사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비 오는 날 여경에게 빨간 옷을 입혀 돌아다니게 하지만 형사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여전히 화성부녀자연쇄강간살인사건의 용의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으며 이 사건은 2006년 공소시효가 종료되었습니다.
 
 
4.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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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등
개봉: 2003.01.30
 
2003년을 살고있는 딸과 1968년, 고등학생이었던 엄마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는 영화 [클래식]입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혜(손예진 분)과 수경(이수인 분)은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 분)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들갑스러운 친구 수경은 지혜에게 "나를 좀 도와달라"며 편지 대필을 부탁하고 지혜는 수경의 이름으로 상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며 지혜는 상민을 멀리하려 하지만 우연히도 자꾸만 마주치게 됩니다. 한편, 아버지를 일찍 여읜 지혜는 다락방을 정리하다 우연히 엄마의 보물상자를 보게 됩니다. 그 안에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엄마의 첫사랑이 담겨있었지요.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 분)은 그곳에서 주희(손예진 분)을 만나 첫눈에 반합니다. 아름다운 주희와 가까워지는 것이 행복한 준하. 둘은 '귀신 나오는 집'에 함께 갔다가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게 됩니다. 쏟아지는 비에 비가 떠내려가면서 귀가가 늦어지고 주희는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집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만난 두 사람. 그러나 준하의 절친한 친구 태수(이기우 분)가 이미 주희를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사랑하지만 아닌척, 태수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주지만 그럴수록 주희를 향한 마음은 깊어질 뿐입니다.
 
영화 [클래식]의 명장면은 2003년의 어느 비오는 날, 우산이 없는 상민과 지혜가 겉옷을 쓰고 함께 뛰어가는 장면입니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BGM으로 쓰이며 두 사람의 설레는 감정을 극대화 해 주었다는 평입니다. 영화 속에서 사실 상민에게는 우산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산 없이 서성이는 지혜를 보고 그는 과감히 우산을 버립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지혜는 상민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비오는날의 교정을 웃으며 달리는 지혜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클래식]은 개봉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멜로영화의 최고라고 평가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5.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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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타케우치 유코, 나카무라 시도, 타케이 아카시 등
개봉: 2005.03.25
 
8년 후의, 아주 먼 미래를 알아버렸습니다. 그 미래에서 나는 죽을 예정입니다. 첫사랑이었던 소꿉친구는 나의 남편이 되어있고 우리 사이에는 귀여운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사랑하는 두 사람을 두고 나는 떠나야 합니다. 나는, 이 운명을 따라야 할까요?
 
스무살의 미오는 먼 시골에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도쿄까지 찾아온 타쿠미를 발견하가 뒤를 따라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혼수상태에서 그녀는 9년 후의 미래로 타임슬립하게 되지요. 9년 후의 미래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입니다.
 
한편 타쿠미의 시점에서 1년전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납니다. 그녀는'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깁니다. 세상에 단 둘이 남겨진 아버지와 아들은 비의 계절을 간절히 기다리죠. 그리고 마법처럼 장마의 시작에 미오가 다시 나타납니다. 하지만 타임슬립한 미오의 시간은 스무살에 머물러있습니다. 다시 만난 가족, 타쿠미와 미오는 두번째 사랑을 시작합니다. 아들 유우지는 비가 멈추면 엄마가 돌아갈까 노심초사하며 비를 멈추게 하는 종이인형을 거꾸로 달아놓으며 비가 계속 되기를 염원합니다.
 
야속하게도 장마는 끝나갑니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미오는 바쁘게 움직입니다. 어린 유우지에게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요리를 가르쳐주고 마당에 해바라기도 심습니다. 일주일 정도 남은 아들의 생일 파티를 앞당겨 해주며 12년어치의 생일 케이크를 예약합니다. 아이의 생일에 매년 배달될 수 있도록 말이죠. 유우지가 열여덟살이 되고 마지막 생일 케이크를 배달하며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빵집 주인의 모습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너무 사랑했지만 이별할 시간이 부족했던 그들. 하늘은 그들에게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6주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사랑을 확인했던 스무살 겨울처럼 꼭 맞잡은 손을 타쿠미의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미오는 서서히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다시 현재. 모든 것을 알아버린 미오는 일기장에 이런 말을 남깁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미래를 다 알아버렸지만, 타쿠미를 사랑하는 순간 그 운명에 따르게 되는 것이지만, 그래서 죽음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것이지만 그녀의 선택은 사랑이었습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장마라는 한정적인 시간을 배경으로 삼아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극적이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촉촉해지는 영화입니다.
 
 
6. 호우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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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허진호
출연: 정우성, 고윈윈 등
개봉: 2009.10.08
 
중국 최고의 문인, 두보의 시 '춘야희우'에는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좋은 비는 시절을 안다'라는 뜻이죠. 이 구절은 정우성, 고윈윈 주연의 영화 [호우시절]의 모티브가 됩니다.
 
건설 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정우성 분)은 선배의 결혼 휴가로 대신 중국 청두로 출장을 가게 됩니다. 아름다운 두보 초당에서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적으로 재회하는 동하. 낯설음도 잠시, 그들은 금세 소중했던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티격태격, 이미 삼십대 중반이 된 그들이지만 이십대의 어느날 처럼 다시 가까워지죠. 야속하게도 동하가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점점 다가옵니다.
 
광장에서 로맨틱한 대화를 하며 군무를 추던 두 사람은 갑작스레 내린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 밑으로 뛰어갑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추억에 젖는 두 사람. 계속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던 메이가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동하는 비처럼 다시 찾아온 이 감정이 쉽게 물러가버릴 소나기일까 두렵습니다. 봄을 알리는 따뜻했던 비는 그 순간, 차가운 눈물로 변합니다.
 
허진호 감독의 다섯번째 영화 [호우시절]은 마치 [건축학개론]의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의 뒷 이야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애틋했지만 엇갈렸던 첫사랑과의 재회. 과연 두보 시의 '좋은 시절을 알고 내리는 비'처럼 사랑도 좋은 시절임을 알고 찾아온걸까요? 봄비의 싱그러움을 닮은 영화 [호우시절]입니다.
 
 
 
(사진=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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