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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리뷰: 예측불가의 '폭주'를 선택한 '설국열차'

13.07.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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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2013]
감독:봉준호
출연:크리스 에반스,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제이미 벨

 

*줄거리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설국열차]에 가진 기대감
[설국열차]는 [괴물]의 성공후 봉준호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로 내정된 작품이었다. 후속작인 [마더]를 찍으면서도 [설국열차] 기획을 틈틈히 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준비는 철저했다. 그만큼 우리는 이 영화가 봉준호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이 총투입될 완성작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힘든 치밀한 이야기 구성,적절한 유머와 현실감 있는 캐릭터 그리고 촌철살인적인 풍자성 까지…이것이 봉준호가 역대 영화에서 보여준 그만의 장기이자 능력이었고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열광시킨 합리적 감독이라는 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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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 자신도 최근의 흥행 영화의 주소재이자 비주얼이 강한 미국,일본 코믹스가 아닌 프랑스 작품을 원작으로 선택 한것도 그러한 방향을 추구하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SF적인 혁신적인 상상력과 더불어 그와 다른 개성과 폭넓은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유럽 만화의 구성은 봉준호가 추구하고자 하는 색깔 그 자체 일수도 있다. 아파트(플란다스의 개),시골(살인의 추억),한강(괴물) 그리고 평범한 중소동네(마더)등 장소를 바꾸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긴박한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꾼인 봉준호의 색체는 폐쇄되고 한정된 기차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변했을까?
 

*비디오 게임을 구경하는 관객들?
[설국열차]의 이야기 진행방식을 보면서 영화내내 두개의 작품이 연상되었다. 하나는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1999년작 [큐브]였으며 또하나는 콘솔 게임인 [바이오 쇼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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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품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또 하나의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큐브]의 진행 방식을 생각해 보자. 영문도 모른채 사람들이 큐브 모양의 네모 방에 갇혀있다. 큐브 방의 위,아래,양쪽에 통로가 설치되어 있지만 그들이 지나가야 하는 통로의 방에는 예측하기 힘든 함정이 준비되어 있어 관객은 이들이 방을 통과할때 마다 어떤 함정이 있는지 긴장 하게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촬영방식을 살펴보면 단 두개의 큐브 세트장만 오고가면서도 순도높은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치밀함이 담겨져 있다. 게임 [바이오 쇼크]의 경우 우연치 않은 사고로 해양도시 랩처로 오게된 주인공이 예측할수 없는 해양도시의 여러 연결 통로를 지날때 마다 도시에 잔재된 위험과 마주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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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본다면 이 두작품은 '게임'의 공간적인 '실시간 예측불가'에 이야기를 맡기고 있다. 기차라는 장소가 가지고 있는 '일방통행'적인 구조와 한정된 폐쇄적 장소를 이용한 방식으로 기차 꼬리칸 사람들의 시각에서 한칸 한칸 자신들이 접하지 못한 장소를 접할때 마다 새로운 위험과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과 배경을 접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관찰자적 시점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관객은 키보드와 게임 패드만 잡지 않았을뿐 영화속 주인공들이 겪게되는 공포,긴장감 그리고 감정에 동화되는 위험한 게임에 참여한다. [설국열차]의 이야기 구성 방식은 이렇듯 통로의 문이 열릴때 마다 새로운 이야기와 드라마를 접하게 되는 방식이며 자칫 지루할수 있는 한정된 공간을 치밀한 구성을 긴장감 있는 스릴러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이야기꾼' 재능을 증명해준 부분이었다.  
 

*세계로 뻗어나간 봉준호의 풍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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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원작과 영화의 공통적인 시놉시스를 되새겨 본다면 이 영화의 세계관을 어느정도 쉽게 짐작할수 있다. 빙하기에 멸망한 인류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있는 '지구온난화'의 풍자를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속에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속의 인간사회는 '계급사회'와 '이념간의 대립'이 빈번한 지금이 세계를 이야기 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으로 이 작품이 추구하는 상징적인 풍자성을 예고하고 있다. 즉, 기차는 하나의 세계를 이야기 하고있다.
 
이것이 바로 봉준호 감독이 이 원작 작품에 매료된 이유중 하나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에서부터 최근작 [마더]까지 그가 현사회구조와 인간의 내면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방식을 즐겨사용 하는 감독답게 그는 원작이 추구한 세계에 대한 상징에 풍자적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했다. 특히 이 영화가 작년부터 화두가 되고있는 '99% VS 1%의 대립 이슈'와 함께 '사회구조의 균형 이론'을 연상시키는 풍자적 장면과 '맬서스의 인구론'을 연상 시키는 대사를 설파함으로써 영화 곳곳에 글로벌 세계에 대한 풍자를 담아두었다.
 
재미있게도 이번 풍자에는 [괴물]이후 글로벌 세계에 일어난 일련의 중요 이슈들을 풍자한 부분이 도드라졌다. 어두운 터널에서 반란군을 공격하는 윌포드의 군대가 적외선 안경을 낀채로 공격하는 장면은 '미군의 테러진압을 명분으로 한 침략'에 대한 적나라한 풍자며 꼬리칸의 남녀노소를 '중요 용도'로 선발하는 장면은 제3세계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암시를, 기차안의 어린이들이 교육하는 방식은 북한을 비롯한 독재국가의 세뇌교육 방식을 그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영화에 큰 영향을 준것으로 보이는 '자스민 혁명'을 상징하는 레드톤의 영상미가 그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풍자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부분을 영화의 중요한 복선과 연결 시킴으로써 풍자와 전개의 긴밀한 관계를 유도해냈다. 덕분에 영화의 풍자와 상징은 극명하게 들어나고 관객은 이를 강렬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영화속 의문의 주인공 이자 영화 중반 내내 등장하지 않은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후반부에 등장해 대사를 통해 모든것을 설명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는 '설국열차'에 숨겨진 미스테리에 대한 반전과 동시에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풍자적 요소를 한번에 총정리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야기와 표현 방식에 있어서 봉준호 본인의 개성과 장기가 잘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영화가 의미하는 풍자와 비유 그리고 세계관에 대한 방식에 대해서는 거센 찬반 논쟁이 있을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을 풍자한 [설국열차]가 의도 한 부분일 것이다.
 

*언제 이런 연기 조합을 언제 다시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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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는 올 여름 다양한 비주얼과 특수효과의 향연이 난무한 블록버스터물과 다르게 이야기로 승부하는 스릴러 드라마에 가깝다. 영화의 배경인 99%가 빙하기인 외부세계에 대한 표현보다는 기차속 내부 세트장에서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볼때 이 영화에는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주인공들이 소수에 불과했던 원작과 다르게 등장인물이 많은 영화에는 이들이 만들어낸 드라마적인 요소와 이야기가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우리나라 영화사가 주도하는 역대 글로벌 영화 치고는 이와같은 A급 헐리웃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이 연기하는 조합은 앞으로도 보기힘든 재미있는 구성이다.
 
[어벤져스]의 '캡틴 아메리카'로 잘 알려진 '크리스 에반스'는 마초적인 카리스마와 강인함을 보여준 연기를 보여줬으며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은 특유의 소년다운 '천진난만'함과 감정적인 요소를 보여줘 영화의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헬프]의 '옥타비아 스펜서'도 영화의 중요한 드라마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며 '틸다 스윈튼'은 치졸함과 허세의 극과극을 오고가는 인간군상을 잘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영화속 조용한 카리스마를 내포한 노련한 연기자인 '존 허트'와 '애드 헤리스'의 카리스마가 압권이다.
 
그리고 이들과 호흡하며 나름의 존재감을 내비친 송강호와 고아성의 활약도 좋았다. 특히 송강호 특유의 비속어 섞인 한국어 대사가 영어권 대사들과 절묘하게 합치게 되는 구성은 묘한 웃음 코드를 제공해 주고있다. 물론 이를 해외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을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언어권의 배우들이 모여서 그런지 이 영화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 기찻속 세계에 대한 구성과 더불어 언어의 경계를 넘어 대사의 어조를 통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려는 부분이 그것이다. 그것은 최근 헐리웃 영화속 일본어가 많이 나오는 현재 개봉영화들(퍼시픽림,더울버린)의 특징과 비슷하며 한국어가 그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언젠가 헐리웃과 세계의 관객들도 각국의 언어적 특징을 부담없이 받아줄 날이 올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까? 백인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영화 치고는 영화속 유색인종이 큰 비중과 배역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설국열차가 가진 의의는 참 크다.
 
 
*철저하게 배제된 CG와 스케일
세기말적 소재의 SF 영화라는 점에서 이 영화에 화려한 CG와 큰 스케일 그리고 3D와 아이맥스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수도 있을것이다. 이 영화를 전자에 언급한 [큐브]에 빗댄것은 그만큼 한정되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중소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다. 영화의 총제작비 450억은 헐리웃 기준에서는 저예산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눈이 즐거운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적잖이 실망할수 있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낸 무궁무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력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재미있게 볼수있다. 
 

*But 왜 불안감이?
 하지만 지금까지의 [설국열차]에 대한 평가는 봉준호 감독의 기준에서다. 현재의 개봉영화의 추세와 관객의 취향및 성향에서 생각해 볼때 완성된 [설국열차]는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적용된다. 그것은 일련에 헐리웃을 비롯한 해외 글로벌 프로젝트에 진출한 한국영화 감독들이 저지른 실수한 비슷한 맥락이다. 너무 과한 개성을 들어내 관객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였다.  이 영화의 경우 잘 운행되고 있다가 예상치못한 위험한 종착지를 향해 '폭주'해 버린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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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설국열차]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는 어둡다. 물론 원작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기반으로 시작된 영화인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위기를 현재의 관객들의 성향에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초중반 까지 긴박한 스릴러로 진행된 영화가 후반부 들어서 계급사회 풍자와 의미부여에 힘이 들어가 이야기의 전개가 무뎌지는 점이 그렇다. 아무리 이것이 봉준호의 장점이라 한들 한창 스릴러적 재미에 빠져든 관객에게 이러한 부분은 의아함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연이은 '비극'과 역대 봉준호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잔인함'이 그것인데 이것이 이 영화를 너무 어둡게 만든 문제의 구성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동안의 봉준호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작품이 있었던건 아니었지만 '잔인함'과 '비극'이 이처럼 크게 부각된 작품은 아니었다. 이야기의 치밀함과 디테일적인 구성이 봉준호 영화의 장점이었지만 영화의 제작에 전반적으로 참여한 박찬욱 감독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드보이]의 장도리 씬을 연상시키는 집단 난투극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을 연상시키는 몇몇 등장인물들의 '오버'스런 행동도 박찬욱 영화에서 보여지는 극단적 인간의 성향을 표현하는 그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박찬욱의 힘이 대단한다 한들 이 영화는 봉준호로 시작해 봉준호로 끝났어야 했다. 잘나가던 치밀한 구성이 모호한 영상과 전개를 만났을때의 관객의 반응은 어떻겠는가? 아마 황당하거나 당황할 것이다. (물론 박찬욱이었다면 이것을 자신의 색깔로 이해쉽게 표현했을 것이지만 봉준호의 현실 추구적 구성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봉준호 감독이 시사회 후 기자회견 장에서 이 영화를 "암 덩어리 처럼 부담스러웠다"라고 표현할 저도로 매우 고생한 흔적이 담겨져 있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좀더 믿었어야 했다. 일련의 성공작들이 그것을 증명했듯이 말이다.

수준높은 완성도를 기대한 봉준호의 글로벌 프로젝트는 이러한 '언발란스'한 브레이크에 걸려 '완벽한 종착지'에서는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 봉준호 그만의 치밀한 구성이 글로벌 제작에도 통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추후의 해외 프로젝트 진행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설국열차]는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1985년작 [폭주기관차]처럼 언제 멈출지 모르는 '폭주'하는 영화였다. 주인공들이 한칸 한칸 지나갈때 마다 예측불허의 위험을 만나게 되듯이 이 영화의 운명은 예측하기 힘든 '현재진행형'이다.
 
[괴물] 만큼의 높은 호흥을 이끌어 내지 못하겠지만 영화가 완성한 '폭주 하는 세계'의 정의는 향후 새로운 시각에서 재평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영화속 모호한 결말과 같은 '희망'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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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TV,VOD 평점:★★★
관객취향:
치밀한 이야기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원한다면 추천.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와 풍자를 좋아한다면 매우 추천!
 

(사진=CJ 엔터테인먼트,IMDB,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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