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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최고의 팀웍을 자랑하는 다섯명의 주역을 만나다!

13.07.30 10:59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설국열차]의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참여한 공식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특히 봉준호감독, 송강호, 고아성 외에도 헐리웃 스타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이 동참하여 더욱 뜨거운 취재 열기를 자랑했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은 기자 간담회 내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며 환상의 팀웍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봉준호 감독임을 밝혀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설국열차]는 동명의 프랑스 만화를 모티브로 하여 봉준호 감독이 새롭게 각색한 영화입니다. 2004년 겨울 판권 구입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이 영화는 개봉 전 이미 167개국에 판매가 완료되는 기염을 토합니다. 봉준호 감독 상상력의 극치인 [설국열차]는 바로 내일, 국내에서 최초 개봉합니다. 기자간담회를 놓친 여러분들을 위해 생생했던 현장 소식을 무비라이징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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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말씀*
 
봉준호 감독: 22일에 시사회가 있었는데도 이렇게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크리스 에반스나 틸다 스윈튼 처럼 같이 고생했던 배우들과 여러분들 앞에 서게 돼서 기쁩니다. 이렇게 음악이 장중하게 나오는데 (웃음) 편안하게 간담회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송강호: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훌륭한 배우들과 경험한 것이 처음이지만 정말 작업하는 내내 많이 배우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 섰던 틸다와 크리스가 멀리 한국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지난 4개월 동안 작업했던 좋은 경험을 한국 관객과 함께 같이 나누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아성: 반갑습니다. 고아성 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 드리고 우리 배우들이 한국 오셔서 같이 홍보하게 되어서 너무 기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틸다 스윈튼: 봉준호 감독님을 만난 이후로 이 순간을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이 영화와 함께 한국에 오게 돼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가족과 다시 재회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다들 정말 비범한 연기 예술가들입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과 전 세계 분들이 이 영화를 보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에반스: 어제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실 많은 분들이 저를 환대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고맙습니다. 매니저가 저한테 팬들 몇 명만 있을 거라고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셔서 놀랐습니다. 한국에 왔을 때 고향에 온 것 같은, 집에 온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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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독과 네명의 배우, 서로에 대해 말하다
 
봉준호 감독 “평소 팬이었던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배우들과 작업해서 영광”
크리스 “한국 배우들과 일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
고아성 “항상 행복하게 촬영했다”
송강호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

 
Q. (공통 질문) 함께 작업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한국이냐, 외국이냐는 배우나 스탭이나 국적이 중요하다기보다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가 늘 그렇지만 즐거운 일인 것 같고요. 사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 감독과 스탭들이 다양하게 뒤엉켜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이런 식의 영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나올 것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또 평소에 팬이었던 사람과 같이 일한다는 즐거움, 흥분 등을 만끽했던 것 같습니다. 송강호, 고아성씨도 그렇고요.
 
송강호: 너무 감격스럽고 특히나 배우 분들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 똑 같은 것 같아요.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서 서로 열심히 하고 노력하고 집중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면 격려하고 칭찬합니다. 또 놀라운 것은, 이런 모든 과정이 세계 모든 배우들이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특히 틸다는 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모습들을 직접 보고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아성: 영화 캐스팅 단계에서 크리스랑 틸다가 캐스팅 되었다고 했을 때 (두 분의) 영화를 봤어요. <선샤인> <캡틴 아메리카> <아이 엠 러브> <케빈에 대하여>까지 다 봤기 때문에 처음에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어요. 같이 일하면서 너무 행복했고 국적에 상관없이 굉장히 행복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틸다 스윈튼 : 제가 이 말씀을 드리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방금 저와 크리스와 같이 작업하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다, 기쁘다 하셨는데 오히려 제가 영광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계신 분들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제적으로 지위가 가장 위에 있는 그런 분들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같이 작업하게 되어서 제가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에반스: 저도 틸다씨의 말에 동감을 하는데요, 미국 외에 다른 국적의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는 것은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외국에는 실력 있는 실력파 배우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과 함께 일하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제가 처음에 감독님의 스크립트를 받아 보고 감독님의 전작 영화를 봤을 때 너무 큰 감동을 받았고요, 이 영화의 출연을 하면서 저의 세계관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2. 네 명의 배우,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말하다
 
송강호 “틸다 스윈튼을 보고 압도적 존재감 느껴”
고아성 “크리스의 깊은 눈빛에 빠져들어 연기했다”
틸다 “고아성의 첫 느낌은 매우 강렬”
 
Q. (송강호, 고아성) 헐리웃 배우들의 첫인상과 함께 작업하면서 의외였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송강호: 크리스 에반스 같은 경우는 워낙 할리우드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핫스타이기 때문에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접하면서 감탄했고, 실제로 만났을 때는 꿈인가 생시인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전체 첫 리딩을 한 날에 멀리서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저게 배우구나 하는 느낌,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미국 할리우드 배우 분들과 스코틀랜드, 영국 출신의 배우 분들이 (한국 배우들과) 스타일적으로 약간 다른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원칙적이고 그 속에서 굉장히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감독에게 제안하는 모습은 한국 배우들과 똑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배우들은 다 똑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아성: 저도 리딩 때 프라하에 와서 크리스 에반스랑 처음 저녁을 먹었던 것 같아요. 처음 봤을 때의 인상이라기 보다 소감은 저 분들이랑 한 프레임에 들어간다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럽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 처음 들었던 감정이 배우가 서로 연기를 할 때 대사 이외에도 눈빛이라던가 제스처라던가 암묵적으로 주고 받는 게 굉장히 많은데 그 부분에 있어서 한국 배우와 연기를 할 때 보다 어렵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틸다 스윈튼과는 아쉽게도 마주치는 장면이 많지 않지만 크리스 에반스와는 있었는데 연기하면서 크리스의 눈을 마주쳤을 때 내가 정말 괜한 걱정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크리스가 눈이 깊어서 그 눈에 한껏 빠져들어서 연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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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아성) 크리스 에반스의 ‘눈빛’에 대해 말했는데, 송강호씨와 크리스 에반스씨의 매력을 비교해 주신다면?
 
고아성: 질문이 너무 어렵습니다.(웃음) 송강호 선배님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위대한 선배님이고 두 작품 연속으로 아버지로 나오셨잖아요. 외국 배우들 사이에서 선배님과 같이 있으면 든든한 그런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걸 든든하다는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후배한테 든든함을 주셨고, 크리스는 아까도 말했듯이 굉장히 깊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Q.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반대로 고아성씨의 첫 인상과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틸다 스윈튼 : 첫인상은 사실 영화 속에서 본 모습으로 느껴졌는데요, 물론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 속에서 봤습니다.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 두 분을 만났을 때도 제가 예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굉장히 열정적이고 깨어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프레임 하나하나 마다 그런 모습이 담겨 있었고 두 분이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굉장히 즐거웠는데 자유롭게 연기를 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프레임의 중앙에 송강호 씨가 계실 때, 고아성씨가 계실 때, 두 분은 본인의 생각대로 계속해서 새로운 연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다 봉준호 감독님의 호응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은 조각가이자 예술가입니다.
 
크리스 에반스: 아성 씨의 순수한 면을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아성 씨가 했던 배역의 경우, 기차에서 태어난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순수함을 잘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기차 자체가 항상 더럽고 우울하고 암울한 상황에서 (요나는) 신선한 캐릭터였고요. 그런 면에서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잘 대변한 역할이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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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명의 배우, 감독 봉준호를 말하다
 
송강호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감독”
고아성 “봉준호 감독은 ‘월포드’ 같은 존재”
틸다 “봉준호 감독은 진정한 장인”
크리스 “배우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믿고 일할 수 있는 감독”

 
Q. 같이 작품을 하면서 느끼게 된 봉준호 감독의 매력이나 특징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송강호: 봉준호 감독은 배우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매번, 항상 당황스럽게 만드는 능력, 어떤 식으로든 당황스럽게 하고 혼란 속에, 어떤 구렁텅이에 집어 넣는 (웃음) 그럼으로 해서 굉장히 정신 없고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뭐랄까 배우로서 단 한 순간도 머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요. 그래서 뇌가 치매는 안 걸릴 것 같습니다 (웃음) 뇌를 끊임없이 돌려야 하는, 그래서 좀 피곤한 스타일 입니다. (웃음) 그래도 좋아요.(웃음)
 
고아성 : 크리스 에반스 말씀에 연장을 하자면 <설국열차>를 촬영하는 동안에 감독님은 윌포드 같은 존재였어요. 감독님은 절대자 같은 존재셨고 배우들과 스탭 분들은 기차에 타고 있는 승객이라고 느껴졌어요. 그 정도로 모든 분들을 지휘하시는 리더십을 보여주셨고, 그 외에 승객들은 감독님에게 절대적인 신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틸다 스윈튼: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를 보시면 굉장히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촬영을 했을 때는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잘못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리 모든 것을 다 계획하고, 그대로 다시 준비하고, 그런 와중에도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순간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던가, 여러 가지 액션이 벌어지고 있고, 기차의 각기 다른 칸들에서 정확한 미장센을 보여줘야 하는 복잡한 영화 속에서도 항상 자유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적인 불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도 자유로웠고, 아무리 미리 준비된 것들이 많다고 해도 일단 감독님이 ‘액션’을 외치고 촬영을 시작하면 저는 좀 더 자유롭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상했었던 어떤 톤 보다도 더 와일드한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이렇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봉준호 감독이 진정한 장인이라는 뜻입니다.
 
크리스 에반스: 봉감독님의 매력은 콜라보를 이끌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아티스트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감독의 역할인데요. 감독은 자기의 아이디어나 비전을 배우들에게 강요하면 안됩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봉 감독님은 배우들의 최고를 이끌어내고 본인의 비전도 강요하지 않는 등 콜라보 능력을 보여주셨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다양한 리딩을 많이 진행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많이 구축됐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너무 호기심을 갖고 많이 물어보시고, 또 대화를 이끄시면서 아 내가 정말 완전히 안심하고 일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완전하게 일할 수 있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틸다 스윈튼 & 크리스 에반스, [설국열차]에 합류한 계기를 말하다
 
틸다 “봉준호 감독과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임해”
크리스 “봉 감독은 세계 최고”
 

Q.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와 한국 스탭들과 작업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틸다 스윈튼: 봉준호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봉준호 입니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뿐만 아니라 봉준호 라는 사람 때문에 결정하게 됐는데, 2년 전에 만나서 굉장히 빨리 친구가 됐고 이번에 만났을 때 “같이 놀자” 라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2년 전에 칸에서 봉준호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상태였습니다. 봉 감독님께 그 얘기를 했고, 만약에 영화를 다시 찍는다면 “조건이 하나 있다.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어야 된다”고 얘기했었습니다.
 
계속 사람들의 국적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는데 그걸 듣는 게 참 신기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예술을 하는데 있어서 누가 어디서 온 사람이냐에 대해서는 전혀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라는 것은 우리가 같이 인간이 될 수 있는 자유로운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분들은 다 가족과 같은 분들입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가장이신데 그냥 덩치 큰 가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로 재미있는, 영감을 주는 가족 같은 사이였고 같이 작업을 했을 때 마치 제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국적 이야기를 그만 했으면 좋겠네요. (웃음)
 
크리스 에반스: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을 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사실 저는 영화를 선정을 할 때 감독님을 제일 우선시 합니다. 왜냐하면 감독님이 가장 중요하고 영화의 시작과 끝이 감독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와있는 스크립트 중에 내용이 좋은 것들이 많지만 이것이 영화화 되면 별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스크립트라는 것은 종이에 있는 글자에 불구하고 이런 스크립트에 있는 스토리 등을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 감독님은 세계 최고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 문화적인 차이는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은데요. 세트 밖에서 보면 외국인들은 한국 배우들 보다 좀 더 수다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세트 내에서(한국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몰입은 정말 놀라운 정도였습니다. 언어를 보면 배우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느낄 수가 있어요. 물론 언어 장벽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촬영을 하고 나서는 느낌을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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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틸다 스윈튼 [설국열차]의 ‘메이슨’을 말하다
 
‘메이슨’은 즐겁게 만든 캐릭터
제스처나 외모가 극단적이기를 바랐다
 
 
Q. 작업하면서 대본 외에 감독님에게 제안한 것이 따로 있으신가요?
 
틸다 스윈튼:  ‘메이슨’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있는 놀이를 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코가 들려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고, 당연히 감독님께서 거절하실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좋다, 하자고 하셨습니다.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6살짜리 꼬마가 할머니 옷을 입고 분장을 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하려고 했습니다. 일을 할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연기 했는지 궁금합니다.
 
틸다 스윈튼: 어떻게 보면, 영화 속에서 ‘커티스’와 ‘메이슨’의 캐릭터는 서로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리더십에 관한 것이라면, 두 사람 다 2인자로서 굉장히 광적이면서도 사람들을 이끄는, 또 윗사람을 따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 역할을 맡게 되면 이상을 지켜야 하는데, 실생활에서 이런 사람들을 보면 저 가면 뒤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생각하게 되는 거죠. 그런 2인자라는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고, 그 안에 어떤 인간이 들어있는지 궁금해 하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메이슨이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히 아무도 모르고, 부하들은 메이슨을 ‘sir’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남자를 부르는 호칭인데다 메이슨을 여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메이슨의 내면에 여러 가지 면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고, 캐릭터에서 인간의 마음과 심장이 있는가,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또한 메이슨이 기차를 타기 전에 어땠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신나게 상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메이슨 이라는 캐릭터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신문 표지에서 볼 수 있는 지도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자신에게 메달을 수여하기도 하고 괴상한 분장을 한다던가 가발을 쓴다던가 또 자기가 직접 디자인 한 제복을 입기도 합니다. 메이슨이라는 캐릭터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제스처라던가 외모가 굉장히 극단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 역사 속의 지도자들이라던가 현재의 지도자들의 모습에서 연상시켜서 생각했고, 그러면서 느낀 것이 메이슨 이라는 캐릭터가 실제로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봉 감독님이 처음에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지문이 아직까지도 그렇게 쓰여있는 것 같은데 메이슨 이라는 캐릭터는 원래 평범한 남자로 설정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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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크리스 에반스, [설국열차]의 ‘커티스’를 말하다
 
‘캡틴’의 방패보다는 ‘설국’의 도끼가 전투에서는 편했다
 
 
Q. 좁은 공간에서의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힘들거나 위험한 점이 없었는지, 그리고 도끼를 들고 연기할 때와 방패를 들고 할 때 중 어느 때가 편했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 에반스: 사실 액션 씬을 함에 있어서 부상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무술 감독님께서 잘 지도를 해주셔서 부상의 위험은 없었고요, 단지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바닥이 움직이고 흔들리니까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방패로 싸우는 것이 편하냐, 도끼로 싸우는 것이 편하냐는 질문을 주셨는데 캡틴 아메리카가 사용하는 방패는 일종의 방어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자유를 위해서 싸우는 방어적인 도구의 역할이 더 큰 반면 도끼는 반란의 지도자가 갖고 있는 반란을 일으키는 도구이기 때문에 좀 더 와일드한 그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싸우는데 있어서는 도끼가 더 유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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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와 배우들을 말하다
 
‘설국열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단순, 극단화 한 것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Q. 기차 안에서의 계급을 의도하신 건지, 의도하셨다면 영화가 사회적으로 던지는 강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기차에 칸 별로 계급 내지 계층이 나눠져 있죠. 그것은 설국열차 라는 원작 자체에 있었던 위대한 발상인데 제가 그 원작 만화에 끌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죠. 사실 <설국열차>도 굳이 말하자면 SF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SF 영화 장르의 매력이 그것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더욱 단순화 하고 극단화 시켜서 SF라는 틀 안에서 보여주기도 하고 그것이 먼 미래의 얘기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된다는 거죠. 사실 전 세계 모든 나라들에서는 힘있는 자와 힘없는 자, 부자와 가난한자로 나뉘어 있고 이게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설국열차 원작 만화와 그 구조를 토대로 가져온 영화 <설국열차> 양쪽에 다 해당되고, 관객들에게 호소하고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차 안에서 바둥거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도 저렇게 살고 있을지 몰라,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달리는 기차와 같을지도 몰라, 뭐 이런 상상을 한번 하는 것이 제가 영화를 만든 이유고 그런 것이 아마 우리가 SF 영화를 즐기는 이유가 아닐까합니다. 허황된 공상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세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의 얘기와 닮아있기 때문에 SF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그 핵심에 계급이나 계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영화를 통해서 배우들의 어떤 점을 이끌어 내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봉준호 감독 : 송강호 선배님은 항상 어떤 작품이건 본인이 작품을 해석하고 접근하는 방식에서 본인만의 완전히 다른 방식과 클래스가 있어서 그 점 때문에 항상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배우입니다. 송강호 선배가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 속에서 본인의 역할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해서 표현하시는가를 기대하면서 지켜봤습니다. 마치 <살인의 추억> 때 “밥은 먹고 다니냐” 라는 애드리브 대사를 툭 뱉었던 것처럼 본인만의 해석이나 표현을 제가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아성 양은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자 기차에서 태어난 아이, 태어날 때부터 기차의 덜컹거리는 소리를 듣고 태어난 세대인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느낌, 그런 것과는 약간 다른 기차에서 태어난 사람, 오히려 땅을 한번도 밟아 보지 못한 사람의 묘하고 야릇한 느낌을 표현해 보고자 했습니다.
 
틸다 스윈튼 같은 경우에는 <설국열차> 이외에도 아주 많은 작품에서 늘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하셨고 언제나 놀랍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많이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최고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극한까지 가보자 더더욱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런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크리스 에반스 같은 경우는 커티스가 영화의 주인공이고 히어로 라고 볼 수 있는데 단순히 전투와 액션을 반복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가슴 속에 굉장히 깊은 상처와 여러 가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물이고요, 영화에서 뒤로 갈수록 점점 커티스 라는 인물이 외롭고 고독해지는데 그 고독함. 그리고 후반부에 길게 얘기하는 어떤 중요한 독백과도 같은 장면이 하나 있어요. 그 장면 정말 공들여서 잘 찍어보자고 서로 얘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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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인사*
 
봉준호 감독: 체코에서 같이 일했던 배우들과 한자리에 모이게 되어서 기쁘고요 여러분들과 좋은 얘기 많이 나눠서 기쁩니다 영화에 관련한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영화는 사실 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영화 재미있게 봐 주시고, 보신 분들은 또 봐주시길 바랍니다.
 
송강호: 너무 훌륭한 배우들 그리고 감독님 이랑 작업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감독님이 2번 보면 좋다고 하셨는데 전 3번 정도 보시면 봉준호의 예술세계를 많이 아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이 성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아성 : 여기 나와 계신 선배 배우 분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 영화가 저에게는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틸다 스윈튼: 여러분 승차하신 걸 환영합니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님 머리가 얼마나 멋진지 아무도 얘기를 안 했는데 제가 그 얘기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크리스 에반스: 이 영화는 정말 대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리어에 있어서 이렇게 실력 있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일한 것은 처음 인 것 같아 정말 감사 드리고, 이 영화에 있는 여러 층을 여러분이 발견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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