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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VS감독] '설국…' 특집, 충무로 BIG 3 감독의 헐리웃 성적은?

13.07.31 19:00

'헐리웃'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불립니다. 때문에 일찍이 충무로의 여러 거장들도 헐리웃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과 [형사] 이명세 감독 역시 그들 중 하나이지요. 하지만 헐리웃의 벽은 단번에 뛰어넘기에는 너무나 견고하고 높았습니다.
 
그러던 2013년 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감독이 헐리웃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름만으로도 영화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바로 그들입니다. 충무로 BIG3라고 불리는 이들에게는 나이대가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도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배우 '송강호'와 3편 이상의 작품을 만들었고 5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헐리웃에서 작업을 하며 '엄청난 고생'을 했던 것도 공통점이죠.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김지운 감독은 (비슷한 시기에 작업했던) 세 감독이 매일같이 '내가 더 힘들다'는 내용의 카톡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감독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이 '체코에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 운을 띄우면 박찬욱 감독은 '내가 그 예산이면 춤을 춘다'라고 답했다는군요. 이 두 감독에 대해 김 감독은 '한 공간에서 영화를 찍으면 날아다닐 것 같다'라는 말로 응수했다고 합니다.
 
이미 [라스트 스탠드]와 [스토커]는 올해 초 관객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마지막 작품인 [설국열차]가 개봉 했는데요. [설국열차] 개봉 기념, 2013년 헐리웃에 진출한 세 감독의 영화와 성적표를 분석 해 보았습니다. 과연 승리자는 어떤 감독일까요?
 
 
1. 라스트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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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 감독)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에서 치열한 대결을 통해 한 '사람'에 대해 고찰한 김지운 감독. 그는 2008년 영화 [놈.놈.놈]에서 일제시대 만주벌판을 달리는 '놈'들을 통해 한국식 서부 영화의 표본을 보여줍니다.
 
코미디, 호러, 느와르 할 것 없이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감독의 반열에 오른 김지운 감독. 때문에 그가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손을 잡고 꿈의 무대, 헐리웃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팬들이 환호했습니다.
 
미국의 작은 국경 마을 보안관으로 재직하고 있는 레이(아놀드 슈왈제네거 분). 평온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전직은 사실 LA의 마약 전담 경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용한 마을에 최악의 범죄자들이 들이닥칩니다. FBI조차 따돌린 마약조직은 레이의 마을을 넘어 멕시코로 도주하려고 합니다. 막아야 하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작은 국경마을에서 벌어집니다.
 
영화 [라스트 스탠드]는 2003년 [터미네이터3] 이후 정치가로 잠시 길을 돌렸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10년만의 복귀작으로 큰 화제가 됩니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의 헐리웃 진출작은 안타깝게도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블록버스터 급의 홍보와는 달리 액션 코미디 장르와 가까웠다는 점, 캐릭터들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 등 관객들의 마음을 끌기에는 부족했다는 평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라스트 스탠드] 기자간담회에서 '초반에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영화 제작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잘나가는 감독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헐리웃에 간 김지운 감독. 그에게 [라스트 스탠드]는 도전이었습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 평론가에 따르면 영화 상영 후 미국 현지 관객들은 아무도 [라스트 스탠드]가 외국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눈치재지 못했다고 합니다. 헐리웃에 완벽하게 적응해 낸 김지운 감독. 비록 시작은 상대적으로 미약(?) 했으나 끝은 창대하지 않을까 예상 해 봅니다.
 
 
2.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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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커'의 박찬욱 감독)
 
영화 스토커를 보고 한 기자는 '박찬욱 월드의 진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등으로 복수 3부작을 완성한 박찬욱입니다. 각본도 박찬욱 감독이 맡았냐구요? 아닙니다. [스토커]의 각본은 미드 [프리즌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가 집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박찬욱' 이외의 색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최고의 헐리웃 배우로 꼽히는 니콜 키드먼 조차 자신의 존재감을 살리지 못하죠.
 
인디아 스토커(미아 바시코브스카 분)은 남들이 보고 듣지 못하는 부분까지 캐치할 정도로 섬세하지만 외로움을 즐기는, 조금은 '다른' 소녀입니다. 인디아의 18살 생일날,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됩니다. 그리고 장례식날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옵니다. 남편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지고 신경이 곤두서기까지 한 인디아의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은 젊고 잘 생긴데다 다정하기 까지한 찰리에게 호감을 느끼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처음에는 찰리를 경계하던 인디아 역시 점차 그에게 이끌립니다. 그런데 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영화 [스토커]는 고전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와 개성있는 연출로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습니다. 그러나 다소 음울한 스토리 전개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상징적 메세지 전달은 많은 관객들을 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야심차게 개봉한 [스토커]는 미국에서 166만 달러만을 벌어들이며 제작비 1200만 달러의 15%도 벌어들이지 못하는 흥행 참패를 당합니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40만명이 넘지 않는 관객의 숫자는 대한민국 최고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초라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이은 국내 대표감독들의 '도전 실패'를 두고 당분간 한국 감독들의 헐리웃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은 끊임없는 도전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토커]에 이은 그의 다음 행보 는 영화 [설국열차]의 제작이기 때문이죠. 박찬욱 감독이 또 어떤 작품으로 스크린을 뒤흔들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3.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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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설국열차]가 오늘(7월 31일),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등 헐리웃 유명 배우들이 합류했습니다. [괴물], [살인의 추억]으로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린 송강호의 합류 역시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동명의 프랑스 만화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기차'라는 특수한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긴장감과 몰입을 선사합니다.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꼬리칸, 선택된 소수만이 술과 마약을 즐기며 뒹굴고 있는 앞쪽칸이 나눠진 기차는 우리 사회를 상징합니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 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꼬리칸을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에드 해리스)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러나 그들 앞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2004년 원작만화 '설국열차'를 읽고 바로 영화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더]를 촬영하면서도 틈틈히 [설국열차]의 기획을 할 만큼 큰 열의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큰 화제가 된 까닭은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쏟아 부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라스트 스탠드] [스토커]와는 달리 [설국열차]는 헐리웃 시스템으로 제작된 한국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제작사는 폭스 서치라이트 픽쳐스와 스캇프리프로덕션 입니다. 배급 역시 20세기 폭스가 맡았구요. 이러한 시스템은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설국열차는 CJ E&M이 제공과 배급을 맡아 미국에 선보입니다. 즉 해외 대형 배급사들이 하던 역할을 국내 회사가 담당하는 것이지요. [설국열차]를  우리나라 영화라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설국열차]는 개봉 전 이미 167개국의 개봉의 확정지으며 제작비 절반을 회수하는 쾌거를 달성합니다. 2013년 5월 UN기준 전 세계 국가의 수가 237개국임을 감안했을 때 70%이상의 국가가 이미 [설국열차]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격입니다. 앞서 열렸던 언론 시사회의 평가도 나쁘지 않습니다. 설국열차가 과연 어디까지 질주할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사진=스포츠코리아, K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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