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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리뷰: 즐겁지 않은 나의 집

13.08.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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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즐거운 나의 집
 
연일 뉴스에서 흉흉한 소식들이 들려오는 요즘, 딸 가진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는 "일찍일찍 집에 들어와라" 일 것입니다. 이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집을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익숙한 공간. 거기에 일단 문을 잠그면 안에서 열지 않는 한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어떤 외부의 위협이 와도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대피처인 셈이죠. 사람들은 밀폐된 이 사각지대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을 위한 재충전을 합니다. 그런데, 만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이 공간 안에 보이지 않는 눈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떡하시겠습니까? 동요의 제목처럼 '즐거운 나의 집'에 즐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면?
 
영화 [숨바꼭질]은 집 안에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성수(손현주 분)은 남부러울 것 없는 인물입니다.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녀들, 보안절차를 이중 삼중으로 거쳐야 출입할 수 있는 고급아파트와 잘 빠진 외제 차까지.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그의 삶은 완벽 해 보였습니다. 약간의 결벽증이 있기는 했지만 그가 누리고 있는 행복에 비하면 '애교'수준이었죠. 그러나 아주 오래 전 사라졌던 그의 형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상수의 완벽한 삶은 산산조각나기 시작합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형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질수록 상수의 결벽증 역시 심해집니다. 그리고 평화로웠던 가족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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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꼭 숨어라. 살았니?
 
영화 [숨바꼭질]은 그 제목 그대로 숨바꼭질로 시작해서 숨바꼭질로 끝납니다. 네, 우리 모두가 어린시절 한번쯤은 해 보았던 바로 그 '숨바꼭질 놀이'입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범인과 상수 가족의 숨바꼭질은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짓는 '놀이'라는 겁니다. 꼭꼭 숨지 못해 머리카락이 보이는 순간, 범인의 무기는 가족의 목숨을 향해 날아옵니다.
 
영화 속에서 술래는 두번 바뀝니다. 가령 첫 번째 장면을 예로 들어볼까요? '범인'은 집 주인 몰래 들어가 그녀를 지켜봅니다. 이 때 술래는 집주인입니다. 숨어있는 범인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며 자신의 존재가 들키지 않도록 하죠. 하지만 곧 집 주인은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술래는 바뀝니다. 모든 진실을 알아버린 주인은 도망치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는 술래가 된 범인의 독안에 든 쥐 신세이지요. 술래의 정체를 알아버린 자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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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누구인지, 왜 이렇게 자신들을 공격하는지도 모른 채 시시각각 조여오는 범인의 습격을 기다리는 성수의 가족은 더 애가 탑니다. 영화 초반, 형의 거주지였던 어촌 아파트에서만 벌어지던 습격은 이제 성수 가족이 살고있는 고급 아파트에서도 일어납니다. 치밀한 계획 하에  성수 가족을 노리는 범인 앞에서 이중 삼중의 보안도 무용지물입니다. 커다란 파카에 얼굴을 다 가리는 오토바이 헬멧을 쓴 그는 CCTV에 잡혔지만 정체를 알 길이 없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범인을 피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도 잠시, 범인은 주머니에서 아파트 주민만 가질 수 있는 카드키를 꺼내 유유히 안으로 들어옵니다. 검정 점퍼에 커다란 검정 헬멧을 쓰고 검정 우산까지 들고 있는 범인의 존재감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을 저리게 합니다. 심지어 기자 시사회에서는 숨막히는 추격전에 여기 저기서 비명소리도 들려 올 정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주인공 성수 역의 손현주씨는 명실상부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다정한 아빠부터 죄책감에 흔들리는 모습, 가정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가장까지. 손현주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는 불가능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내 민지로 나오는 전미선과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문정희의 연기 역시 훌륭합니다. 아역배우 3인방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것 이상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특히 온전히 아이들의 연기에 의존해야만 했던 마지막 추격 씬 역시 더할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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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숨바꼭질] 그러나…
 
영화 [숨바꼭질]은 정말 잘 만든 영화입니다. 허정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상업 영화에 데뷔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는 긴장감과 뛰어난 연출을 선보입니다. 딱 중반까지는 말이죠. 그러나 중반이 넘어가고 헬멧 속에 숨겨져 있던 범인의 얼굴이 공개되며 영화는 급속도로 개연성을 잃습니다. 헬맷 속의 얼굴을 보이는 순간 '헉' 하고 나오던 탄식은 영화가 진행될 수록 허무한 웃음으로 변합니다. 얼기설기 짜여진 스토리 앞에서 관객들은 당황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시속 100km로 달리던 열차가 갑자기 속도를 50km로 줄여버리는 격입니다.
 
여기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것도 이 영화를 덜 매력적이어 보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스릴러도 다루다가 인간관계에 대해 초점도 맞췄다가, 가족에 대한 사랑도 이야기하다보니 벌려놓은 일들을 마무리짓지 못합니다. 범인의 살인 이유 역시 아쉬움이 남습니다. 차라리 범인을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의 하정우나 최민식처럼 싸이코패스로 그렸다면 마지막까지 긴장감이 최대로 유지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쉬운 점이 아예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숨바꼭질]은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스릴러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앤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아 나 오늘 집에 어떻게 들어가" 하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렸으니까요.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을 낯선 시각에서 보았다는 그 상상력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적어도 허정감독은 [숨바꼭질]을 통해 자신이 원했던 바는 이루어 낸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현대인이 느끼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스릴감과 쾌감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의사는 충분히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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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점:★★☆
TV,VOD 평점:★★☆
관객취향:
 블록버스터의 대 향연인 8월 극장가에서 '진짜 스릴러'를 만나고 싶은 당신이라면!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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