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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당신은 가장 완벽한 악당입니다! 주연보다 돋보인 악당들

13.08.07 18:41

주인공과 악당이 등장하는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정의의 수호자이자 선한 인물이며 악당은 대척점에 서서 주인공을 망치려 드는 인물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의 영화까지. 설정과 세부적인 에피소드는 다르지만 스토리 라인은 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줄거리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은 악을 쫓고 정의를 수호하는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봅니다. 때문에 악당은 한없이 나쁘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기,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주인공마저 눌러버린 악당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기괴한 분장을 한 악당도 있고, 깔끔한 수트차림에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악당도 있습니다.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악당도 있습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되었지만 대중은 여전히 이 영화들을 이야기할 때 주인공보다 악당을 먼저 기억합니다. 영화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악당들을 무비라이징이 모아봤습니다.
 

1. [다크나이트]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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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은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 '조커'를 연기합니다. 괴기하게 찢어진 입으로 늘 웃는 표정을 짓는 조커는 이면에 엄청난 잔인함을 갖추고 있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잭 니콜슨의 '조커'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요? 그 뒤로도 로저 스톤버너, 앤드루 코닉 등 당대 잘 나가는 스타들이 '조커'에 도전하지만 잭 니콜슨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합니다.
 
그러던 2008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트맨'을 리부트한 영화 [다크나이트]의 메인 악당을 '조커'로 설정하고 히스레저에게 이 역할을 맡깁니다. 당시 히스 레저는 헐리웃의 20대 배우들 중 최고의 연기력을 보유했다고 인정받는 스타였습니다. 그는 때로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반항아, 또 때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매력적인 기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영화에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특히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마운틴]을 통해 베니스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조커는 조커의 대명사를 '잭 니콜슨'에서 '히스 레져'로 바꿀만큼 완벽했습니다. 파괴와 고통을 즐기는 이 싸이코패스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었습니다. 특히 무참히 갱 두목을 살해한 후 "Why so serious?"라고 말하는 조커의 모습은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으로 길이길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에게 고담시는 거대한 놀이터였으며 배트맨은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인 동시에 파괴하고 싶어하는 존재였습니다. 어떠한 사연도, 원하는 것도 없이 파괴를 자행하는 조커를 히스 레져는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그의 조커는 배트맨의 존재감 마저 희미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악인이었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배역에 몰입했던 탓일까요? 그는 [다크나이트] 촬영 종료 후 28세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언론에 따르면 히스 레저는 광기에 휩싸인 악인 '조커'를 연기하면서 큰 심적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이제는 화면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히스 레저. 그는 자신의 조커를 최고로 만들어 놓고 진정한 '별'이 되었습니다.
 
 
2. [저수지의 개들] 미스터 블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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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LA의 폐허가 된 창고, 대규모 보석강도를 위해 서로를 모르는 6명의 프로 갱들이 한곳에 모입니다. 그들은 프로 도둑인 죠와 에디에 의해 가명을 받습니다. 미스터 화이트, 비스터 핑크, 비스터 블루, 미스터 오렌지, 미스터 브라운 그리고 미스터 블론드. 서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교환화지 말 것을 지시받은 이들은 서로를 가명으로 부르며 자신이 맡은 부분의 범죄에만 충실합니다. 피로 뒤범벅이 된 보석 강도 현장, 대 성공을 거둔 그들은 자신의 앞으로 돌아올 거액을 꿈꾸며 환호합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문 밖에는 경찰이 그들을 잡기 위해 쫙 깔려있는 상황이었죠.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다시 모인 갱들. 한명은 도망치던 중 사망했고 다른 사람들 역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갱들은 서로를 배신자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킬빌] [장고: 분노의 추적자]등을 연출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품인 영화 [저수지의 개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자멸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피가 난자하는 영화이지만 이 갱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다고 손꼽히는 인물은 '미스터 블론드'역의 마이클 매드슨입니다. 검정색 양복을 쫙 빼입고 멋진 미소를 짓는 그는 사이코패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여섯명 중 가장 인간다움이 없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가령 극 초반의 범죄 현장에서 경찰들에게 포위당함을 알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미스터 블론드는 경관을 잡아다가 포로로 삼는 놀라울 정도의 침착함을 보이지요. 특히 'Stuck in the Middle with You'에 맞춰서 살랑살랑 몸을 흔들어가며 포로의 귀를 잘라버리는 그의 모습은 잔인함의 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전까지 크게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배우 마이클 매드슨은 이 작품의 악역을 토대로 헐리웃 인기 배우로 성장합니다. 50이 넘은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마이클 매드슨은 '현존하는 최고의 마초배우'라는 찬사를 들으며 여러 영화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3. [다이하드] 한스 그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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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백의 신화, 존 맥클레인 형사의 탄생을 알린 영화 [다이하드] 시리즈는 1988년 처음 시작됩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아내와 자식이 있는 LA에 온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은 아내의 직장이 있는 빌딩이 테러의 위험에 휩싸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스 그루버가 이끄는 테러리스트들은 파티 참여자 30명을 인질로 삼고 돈과 보물을 손에 넣으려고 합니다. 최첨단 빌딩은 통채로 테러범들의 손에 넘어가 폐쇄되었고 FBI와 경찰은 고군분투하는 존을 무시하고 무리한 작전을 시도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장한 12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없애는 것 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 '한스 그루버'는 값비싼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습니다. 교양있는 단어를 쓰고 임산부가 소파에서 쉴 수 있게 해달라는 홀리의 부탁을 점잖게 허가 해 줄줄 아는 매너(?)도 갖추고 있죠. 이전까지 영화의 악당들이 청바지에 찢어진 나시, 지저분한 모습이었다면 한스 그루버는 그와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의 악당을 선보입니다. 비주얼로 따지자면 맥클레인 형사가 더 악당같았기 때문에 개봉 전에는 '브루스 윌리스가 악역을 맡는게 아니냐'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죠.
 
평정심을 잃지 않는 쿨하고 똑똑한 전략가, 리더십과 지식을 고루 갖춘 악역이었던 '한스 그루버'는 이후 악역계의 지평을 바꿔놓습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 이 역할을 연기했던 배우 앨런 릭맨은 냉철하고 차가운 느낌의 배우 대표 주자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는 이후 [로빈 훗]에서 또 한번 멋진 악역 연기를 선보입니다.
 
 
4. [유주얼 서스펙트] 카이저 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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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악당의 사진 대신 주연 5명의 사진을 넣었습니다
 
산 페드로 부두에서 27명이 사망하고 9100만달러가 사라지는 유혈극이 발생합니다. 수사관 데이브 큐얀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범죄를 저지른 버벌로부터 그들의 범죄에 대한 진술을 닫기 시작합니다. 키튼, 타드 하크, 버벌 등 5명의 범죄자들은 유치장에서의 하루를 통해 범죄를 모의합니다. 장물을 갈취 해 범죄 조직과 거래하려던 그들은 의외의 난관에 부딪치고 실패할 위험에 처합니다. 이 때 그들의 앞에 나타난 '코바야시'라는 인물은 자신의 두목이 키튼 일행을 고용하고 싶어한다고 전하며 함께 할 것을 종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명의 동료가 카이제 소제에 의해 결국 목숨을 잃게됩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센스]와 함께 반전 영화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는 특히나 '카이저 소제'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영화 내내 누구라고 밝혀지지 않는 '카이저 소제'는 미스테리 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모든 결말을 알고 다시 영화를 본다면 그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자인지를 잘 알게 됩니다. 이 영화의 악당은 단순히 사람을 찌르고 시체를 토막내는 정도의 악당이 아닙니다.  영악한 머리와 타고난 침착함을 가진 그는 경찰 심문도 임기응변으로 넘어갑니다. 심지어 너무나 논리적인 그의 말에 베테랑 경찰들 역시 깜빡 속아넘어가고 맙니다.
 
한 평론가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를 '악마'라고 표현했습니다. 어떤 악역이 나쁘지 않겠냐만은 특히 카이저 소제는 더욱 '악마의 면모'를 많이 가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평론가의 말처럼 악마의 형상을 하지 아나도 악마 같은 사람은 악질 이상의 경지에 오른 것이기 때문이지요.
 
 
5. [세븐] 존 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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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는 7가지 죄악이 나옵니다. 탐식, 탐욕, 교만, 정욕, 나태, 시기, 그리고 분노가 바로 그 것입니다. 영화 [세븐]은 이 성서에 나온 7가지 죄악을 토대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담은 영화입니다. 한적한 도시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 중 한명인 비만증 남자는 강압에 의해 위가 찢어질 때 까지 먹다가 죽었고, 악덕  변호사는 역시 강압에 의해 식칼로 자기 살을 한 파운드나 배어내서 죽습니다.
 
연쇄 살인범은 7가지 죄악을 저지른 사람들을 직접 벌하겠다는 명목 하에 살인을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중후반까지 살인범은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은퇴를 앞둔 형사 서머셋과 신참 밀스는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존 도우는 그들의 뒷통수를 칩니다. 피가 잔뜩 묻은 옷을 입고 경찰서에 나타남으로서 살인범을 잡으로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지요.
 
이 영화에서 '존 도우'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는 [유주얼 서스팩트]에 이어 또 한번 최고의 악역을 선보입니다. 특히 아내가 임신했었다는 사실을 듣고 경악하는 밀스를 보며 "아, 몰랐나 보군"이라고 비웃듯 말하는 장면은 가히 이 영화의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단 한 차례의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는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는 영화 속 연쇄 살인마의 새 지평을 엽니다. 케빈 스페이시는 완벽한 연기에 그치지 않고 오프닝 시퀀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줄 것을 주문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면 관객들이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될 까봐 염려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일까요?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븐]을 검색하면 그 어디에도 케빈 스페이시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탄탄한 각본과 뛰어난 연출, 배우들의 명 연기가 합쳐진 영화 [세븐]은 지금까지 스릴러 영화의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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