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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리뷰: 대한민국에 잠재된 '공포의 총집합'

13.08.08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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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2013]
감독:김성수
출연:장혁,수애,박민하,마동석,유해진,이희준
 
 
*줄거리
밀입국 노동자들을 분당으로 실어 나른 남자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다. 환자가 사망한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아 분당의 모든 병원에서 동일한 환자들이 속출한다. 사망자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분당의 시민들은 무방비상태로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감염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호흡기를 통해 초당 3.4명 감염, 36시간 내 사망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바이러스에 정부는 2차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 재난사태를 발령, 급기야 도시 폐쇄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피할 새도 없이 격리된 사람들은 일대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대재난 속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사람들과 죽음에서 살아 남기 위한 사람들은 목숨을 건 사투를 시작하는데…
 

*[감기]에 가진 기대감
이 영화에 대한 포스터와 예고편 그리고 줄거리가 공개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연가시],[해운대]의 속편 같네"
 
예고편과 티져용 스틸이 보여준 자료를 보며 [연가시]와 많이 비슷한 부분이 이런 느낌을 전해줬을 것이다. 게다가 영화의 소재인 '감기' 보다도 인간들이 보여준 드라마에 더 치중된 작품이 될것이란 예감도 강했다. 이 부분은 이 영화에 대해 '기대' 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가 보여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대한 묘사에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것이며 따뜻하고 인간적인 드라마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어떤 취향의 관객층이 만족할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로 90년대 한국영화의 스타일리쉬를 선도한 김성수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김성수 감독의 내공은 여전히 살아있었을까?
 
특히 최근 브라운관을 통해서 명성을 쌓은 장혁,수애를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와 조화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들의 출연은 브라운관의 시청자들을 극장으로 돌릴 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줄까?
 

*거대 스케일과 비주얼이 보여준 '충격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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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자에서 언급한 '바이러스 공포의 묘사'를 기대한 사람들 에게는 기대해도 괜찮을듯 싶다. 이미 [무사]를 통해 소규모의 인원으로도 헐리웃 영화 못지않은 웅장한 스케일을 만든 경험이 있는 김성수 감독의 저력이 다시한번 느껴졌을 정도로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패닉'적 스케일은 압권이다. 특히 감기 바이러스가 분당이라는 거대 도시를 전염 시키는 장면을 순차적인 과정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스케일도 자연히 커지게 된다. 스케일이 커지는 부분은 의외의 심리적 공포를 동반하게 되는데 그것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기관'들의 순차적 전멸이 현실에서도 대입이 되기 때문이다.
 
병균을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약 처방만 내린 약국이 전멸하고 이어 병을 쉽게 치료해줄거라 믿었던 병원마저 전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운 대규모 격리소 마저 위기를 맞게 되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긴장감은 그 어느때보다 커지게 된다. 무엇보다도 기자간담회 에서도 언급된 '구제역 돼지 살처분 영상'을 참고해서 만들었다는 후반부에 공개괸 충격적인 비주얼은 한국영화를 넘어 바이러스를 소재로한 세계 어느나라 영화에서도 감히 묘사하기 힘든 공포 그 자체 였다.
 
인간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 같은 존재로 전략되는 부분이 보여준 심리적 공포는 그 어느때 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것도 절대적으로 믿었던 국가라는 거대 집단이 그 일원인 개인을 그렇게 배신한다면 말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그러한 국가의 배신이 보여준 심리적인 공포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무서운 우화였다.
 
P.S: 그점에서 볼 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스케일과 그로인한 후폭풍을 묘사한 부분은 조지.A.로메로의 [크레이지]와 2010년 리메이크된 동명 작품과 많이 흡사했다.
 

*살려는 자 VS 막는 자, 대한민국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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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개봉된 한국영화의 공통된 주제는 바로 '적나라한 현실에 대한 풍자'였다. 현재 절찬리 상영중인 [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풍자를 적나라하게 담은만큼 [감기] 또한 그러한 문제에 편승한다. 재미있게도 이 세 영화는 '대립적 구도'라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설국열차]가 꼬리칸 VS 앞 칸 사람들의 구도를, [더 테러 라이브]가 앵커 VS 테러범 이라는 구도를 통해 사회적 현실을 이야기 하듯 [감기]는 '살려는 자' VS '이를 막는 자'의 대한 구도로 이야기 하고 있다.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은 바이러스에 대한 전염과 이에 따른 백신 공급이 늦어짐으로서 폭동으로 이어진 시민들과 이를 지켜만 보던 정부가 극단적인 진압을 선택하는 부분에서다. 만약 이 묘사가 여기서 끝났으면 이 영화가 말하려는 주제는 '국가 VS 시민' 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 구도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와 현실에 만연하고 있는 더 많은 문제를 이야기 하려 한다.
 
이희준이 연기한 '병기' 캐릭터가 불법체류자와 갈등을 빚게 된 부분은 한국사회의 불법체류 문제와 우리이 시선을 풍자하는 부분이며 격리 과정을 놓고 싸우는 정치권과 의료진의 갈등은 관료사회와 민주적 시스템의 병폐를 그리고 아무도 예상못했던 '한미전작권 문제'가 언급된 장면은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부분이었다. '치사율 100% 감기'의 등장은 바로 이러한 갈등을 촉발시키는 '형체없는 공포'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현실에 내재된 '갈등'이 소재가 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여러 설정들이 현실처럼 다가오게 되며 그로인해 영화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현실에 대한 풍자와 묘사가 스릴러로 변모되는 것은 바로 지금의 문제를 어느정도 깊게 이해 하냐이다. 
 

*위험! 우려되는 상황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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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스케일, 그리고 현실적인 묘사가 불러일으킨 긴장감. 이처럼 [감기]는 공포와 긴장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어느정도 만족할수 있겠지만 완벽한 스토리와 완성도를 원했던 관객들 에게는 적잖이 실망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앞으로의 결말을 위해 너무나도 작위적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의 문제다.
 
특히, 장혁의 구조대원 캐릭터가 수애 모녀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헌신적 희생에 초반까지 관객들은 수긍할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속된 그의 행동에 '짜증'과 '답답함'을 느끼게 될것이다. 게다가 모든 주인공들의 이해안되는 이기심은 관객의 감정이입만 방해할 뿐이며 영화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억지 설정이 난무하는 장면은 극의 긴장감만 떨어뜨릴 뿐이다. 
 
이로인해 이야기와 드라마도 결국 급 마무리와 작위적 설정으로 변모한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폭도가 되다가 어느순간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인과관계가 대충 생략되고 영화의 후반부를 위해 달려나갈것만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의 급 전개는 나름 괜찮게 연출되었던 비주얼적 장면과 긴장감 있는 설정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는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치권 수뇌부와 외교 관계가 충돌하는 부분과 군과 시민이 대치를 하는 부분은 긴장감과 거대한 스케일을 노리려 했지만 오히려 영화의 주제만 모호하게 만들었다. 영화가 많은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정작 이에대한 결말과 메시지는 전무할 뿐이다.
 

*But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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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작위적 캐릭터와 이야기의 급 전개가 있다 하더라도 이 영화를 단순한 실패작으로 정의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아무리 엉망진창 영화여도 재미있게 봤다면 용서해 줄수있는게 관객의 마음이다. [감기]는 충분히 볼만한 영화이다.
 
장혁,수애,유해진을 비롯한 출연배우들의 능청스러움과 긴장감 사이를 오고가는 열연은 이러한 작위적인 단점들을 충분히 커버해 준다. 이들의 활약으로 관객들은 작위적 상황에서도 웃고 울면서 이 영화를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데 특히 아역인 박민하 양의 연기가 이부분에서 가장 돋보였다. 민하 양은 캐릭터간의 관계와 감정을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하며 영화에서도 비중있는 역할을 차지할 정도로 드라마의 완성에 있어서도 정점을 찍는 역할을 했다. 결국 이 영화는 아역 배우가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낸 스케일과 비주얼을 설정상 문제 때문에 무시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 부분을 놓고 일부에서는 '헐리웃의 아류'라는 비아냥을 들을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낸 묵시록적 충격 영상은 한국영화의 소중한 자산이자 의미있는 창조물로 남겨져야 한다.
 
그것은 과거 김성수의 [무사]가 평단으로 부터 무차별 적으로 무시당했던 방식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다. 영화가 100% 높은 완성도를 이루지 못했다 한들 그 영화가 성취해낸 부분에 대한 성과는 영원히 기억되어져 새로운 가치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영화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논쟁, 다양한 생각의 공유를 이끌어 내어 관객들로 부터 외면받은 비평과 평단의 관심을 이끌어 낼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감독의 최고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건재함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감기]는 그의 무난한 복귀작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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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스케일):★★★★
연기:★★★☆
스토리:★★☆
연출력:★★☆
 
총점:★★☆ (But 볼만하다.)
TV,VOD 평점:★★★☆
 

(사진=아이러브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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