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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 어떠냐고? 뭐 나쁘지 않다!

12.01.10 13:54













‘나쁘지 않다’라는 표현은 애매하다. 좋다는 것도 아니고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영화 ‘댄싱퀸’이 딱 그랬다. 기승전결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긴박감이 넘치진 않았고, 영화 팬이라면 충분히 결말이 예상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다만 주인공이 황정민과 엄정화여서 영화를 보는 내내 연기로 얼굴 찌푸리는 일은 없다. 그냥 편안히 웃고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는다면, ‘댄싱퀸’이 딱이다. 뭐 나쁘지 않다!





주인공만으로도 눈길이 확!가는 영화


‘황정민’은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관객들에게 가장 크게 부각되는 모습은 아무래도 ‘너는 내운명’의 순진한 시골총각 김석중이다. (가장 흥행했고 동시에 영화배우 황정민의 얼굴을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꾸준히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을 해온 그는 최근 모비딕, 평양성, 부당거래 등에서 범죄를 다루고 남성성이 강한 영화들을 주로 하다가 오랜만에 말랑말랑하고 경쾌한 영화를 선택해 그의 연기를 뽐냈다.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갈고 닦는 황정민의 탄탄한 연기로 댄싱 퀸에서의 황정민은 어수룩하지만 사랑스럽다. 특히 서울’턱별시’라고 사투리를 외치는 그의 모습이. 황정민의 부인으로 출연하는 엄정화는 무대에서도 ‘섹시한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다. 2008년에는 무려 20년이나 어린 빅뱅의 탑군과 DISCO를 열창하기도 했던 그녀는 갑상선암을 극복하고 댄싱퀸으로 돌아왔다. 영화로 데뷔해 영화배우로서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 그녀의 연기도 황정민 못지 않다. 특히 주부로서의 삶을 살다가 댄스가수로서 변신하는 엄정화의 역할을 엄정화가 아니면 누가 해낼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얼굴은 어색하지만 댄싱퀸에서의 연기는 그녀가 최고다. 이렇게 주인공만으로도 눈길이 확!가는 영화, 바로 ‘댄싱퀸’이다.





이런 일이 현실 속에서 가능해? 주인공은 결국 슈퍼맨?!


하지만 댄싱퀸의 내용은 ‘개연성’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주인공과 결말을 정해놓고 중간의 내용을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황정민이 극중에서 서울시장이 되기까지의 그 과정이 참 아이러니하다. 아주 평범히 고대 법학과를 다니던 황정민은 우연히 버스에서 초등학교 동창 엄정화를 만나게 되고 ‘신촌 마돈나’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그녀의 손에 이끌려 나이트클럽에 가게 된다. 클럽을 나오다가 우연히 인파에 휩쓸리고 최루탄에 괴로워하다가 탱크를 보고 두 손을 번쩍 든 것뿐인데, 우연히 사진에 찍혀 ‘민주열사’로 기사화된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7년 만에 고시에 합격한 그는 평범한 변호사로서의 삶을 살다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사람의 등에 떠밀려 선로에 떨어진 남자를 구하게 되고 ‘생명을 구한 인권변호사’로 기사화되면서 국회의원의 친구의 추천으로 서울 시장 후보 경선에 나가게 된다. 가장 영화다운 내용은 후보 토론회에서 벌벌 떨었던 황정민이 ‘분유값’을 감정적으로 말하면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는 설정이다. 액션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모든 총알을 피해다니고 슈퍼맨에서 아주 평범했던 청년이 한 순간에 초능력을 얻게 되는 터무니없는, 하지만 영화라서 충분히 가능한 줄거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라서 가능한 이야기, 그래서 지친 일상 속에서 영화를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댄싱퀸 내용을 요약하자면…써니+미녀는괴로워


영화를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닮은 영화들이 스르륵 떠오른다. 엄정화와 황정민의 어린시절을 그린 부분에서, 특히 엄정화와 황정민의 학창시절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군사정권시절 데모하는 장면을 코믹스럽게 그려낸 써니가 떠오른다. 대학생시절 신촌의 나이트에서 현란한 춤 솜씨를 뽐내고 ‘신촌 마돈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엄정화는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면서도 가수라는 꿈을 가슴 한 켠에 안고 살아간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혼자 춤에 취해 수강생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라는 딸의 말에 충격을 받아 슈퍼스타K에 나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슈퍼스타K에는 결국 떨어지지만 대학교 시절에도 제안을 받았었던 대박기획의 제안을 다시 받고 받아들이면서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된다. 가수라는 직업을 가질 순 없지만 가수라는 꿈을 항상 마음 속에 갖고 살다 열심히 노력하고 운명에 굴복하지 않은 끝에 꿈을 이루고야 만다는 부분은 ‘미녀는 괴로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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