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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D]리뷰: 강력하지 못했던 강력반 형사들

13.08.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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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D]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제프 브리지스, 케빈 베이컨
 
대부분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죽이려는 세력들과 거대한 전쟁을 벌입니다. 수백발의 총알이 주인공 한명을 향해 날아오고 전문 킬러는 시시각각 그의 목숨을 노립니다. 17:1로 추격전이 벌어지며 폭탄 테러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우리의 위대한 주인공은 어떤 시련이 닥쳐도 늘 살아남습니다. 죽을듯 말듯 위태위태 하지만 그는 러닝타임이 끝나기 전 까지는 죽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이 죽으면 영화도 끝나버리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 시작한지 15분만에 주인공이 최후를 맞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R.I.P.D]의 주인공이자 죽어서도 경찰이 된 사나이, 닉 워커(라이언 레이놀즈 분)가 바로 그 주인공 입니다.
 
[R.I.P.D]는 Rest In Peace Department의 약자입니다. 영문을 굳이 해석 해 보자면 '평화와 영면을 위한 부서'정도라고 해석되는데요. 미드와 영화에서 "N.Y.P.D"는 많이 들어보았는데 대체 R.I.P.D는 뭔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심상치 않은 이름을 가진 이 조직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중간계에서 저승에 가지 않으려는 악령들을 퇴치하는 강력계 형사반 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고요? 조심하십시오! 여러분 옆에 앉아있는 직장동료가 바로 이승을 떠돌고 있는 악령일 수도 있습니다.
 
귀신이 어떻게 평범한 인간과 같은 삶을 사는지 의아하실겁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귀신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아련한 눈으로 쳐다보는 여고괴담의 귀신이거나 TV 속에서 기어나오는 사다코니까요. 흔히 우리가 공포영화나 괴담에서 접한 귀신들은 억울한 죽음을 당해 구천을 떠돌고 있는 혼령들입니다. 그들은 참혹하게 죽은 모습 그대로 나타나 자신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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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R.I.P.D 속의 귀신(?)들은 어떨까요. 자발적으로 저승에 가는 것을 포기한 이 악령들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장에 다닙니다. 평범한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공포감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사람이 아닌 그들에게선 영혼 썩은 냄새가 나는데요, 이마저도 카레가루, 향신료 등 각자의 방법을 이용하여 최대한 극복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그들은 왜 저승에 가지 않고 이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걸까요? '무언가'를 찾아 헤메는 악령들의 행동은 이 영화의 첫번째 관람 포인트입니다.
 
한편 영화 시작 15분만에 최후를 맞은 닉은 알 수 없는 취조실에 앉아있습니다. '감독관'이라는 배지를 달고 있는 여성은 인간 세상의 상사와 전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사무실 역시 닉이 근무하던 경찰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지요. 단지 그들은 사다리 없이도 족히 2m는 넘어보이는 곳의 서랍을 자유자재로 열고 바닥 없이 뻥 뚫려있는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닐 뿐입니다. 경찰일 하다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죽고 나서도 경찰을 해야 한다는 감독관. 설상가상, 그의 파트너는 1800년대 서부를 날아다니던(?) 보안관이었습니다. 카우보이 모자쓰고 말타며 총질하는 할아버지와 21세기 최첨단 경찰인 자신이 한 팀이라는 사실이 닉은 너무나 싫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제대로 된 이별조차 하지 못한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는 이승으로 내려가야만 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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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절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이승으로 내려올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죽은사람이기 때문에 자칫 혼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신분증을 본 닉은 경악합니다. 맘에 안드는 할아버지 파트너 로이(제프 브리지스 분)은 금발의 쭉쭉 빵빵 미녀인데 자신은 키 작고 못생긴 중국인 할아버지로 변신(?)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주변 사람들이 그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심정이 바로 이것이었을까요? "내가 바로 당신 남편이야"라고 말하려는데 입은 어버버버 거립니다. 훈남 경찰에서 순식간에 노인이 되어버린 닉은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여기 이 영화의 두번째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닉과 그의 파트너 로이의 코믹 액션이 바로 그것인데요. 그들의 대사 하나 하나가 관객들을 빵 터지게 만듭니다. 특히 잘생긴 라이언 레이놀즈가 멋지게 총질(?)하는 장면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노인으로 보이는  닉(제임스 홍 분)이 바나나를 치켜들고 있는 장면이 교차될 때에는 웃음을 참기 힘듭니다. 그의 파트너 로이 역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데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빛나는 이 연기파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금발 미녀로 변신(?)했을 때에는 모든 남자들이 그(?)에게 반할 정도입니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는 이 영화의 세번째 관전 포인트입니다. [맨 인 블랙] [어벤져스] 등에서 보았던 헐리웃 SF영화의 액션 공식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됩니다. 우선 주인공 닉이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모든 상황이 정지되는데요. 제작진은 이 장면을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과 소품에 와이어를 다는 극강의 수작업을 감행했다고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실제로 사람과 소품들을 공중에 메달아 촬영했다는 이 장면은 죽음의 순간이라고 느끼기 충분합니다. 물론 두 주인공의 사격 솜씨 역시 압권인데요. 기괴한 모습으로 변해 실체를 드러낸 악령 앞에서 멋지게 총을 쏘는 두 배우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선사합니다. 하늘이 열리는 장면 역시 최고 스케일을 자랑하는 장면 중 하나인데요. [어벤져스]에서의 하늘이 우주와 지구를 연결하는 통로였다면 이 영화 속 하늘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무언가'를 보시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조급해짐을 느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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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에서 보여진 것 처럼 이 영화에는 교훈이나 감동을 줄만한 메세지는 없습니다. 중간에 아내와의 이별이야기를 넣으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습니다만 효과는 '글쎄요'입니다. 웃음을 노리고 넣었다고 생각되는 몇몇 대사들도 국내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었다는 점입니다. 코미디도 했다가 액션도 했다가, 복수에 휴먼 드라마까지 넣은 이 영화는 하려는 이야기가 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앞서 헐리웃 액션 영화의 공식이 그대로 답습되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액션씬 역시 어디선가 한 번 본 것 같은 느낌을 풍깁니다. 영화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액션이 크게 매력이 없다보니 영화 자체의 매력도 조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하나의 코드에 집중했다면 조금 더 흡입력 있는 영화가 많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여전히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8월 극장가. 과연 [R.I.P.D]는 두 영화의 아성을 물리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영화 [R.I.P.D]는 오는 22일 스크린을 찾아옵니다.
 
 
P.S.1 전작 [그린랜턴]에 이어 라이언 레이놀즈는 또 한번 SF 히어로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스크린을 빛내준 훈남이기는 했지만 '닉'보다는 잘생긴 라이언 레이놀즈가 더 기억에 남습니다.

P.S.2 주인공 로이의 마지막 대사로 유추 해 볼 때 속편 제작의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블과 DC를 이어 미국 3대 코믹스 회사라고 불리는 다크호스 코믹스. [씬씨티]와 [헬보이]의 성공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영화계의 '다크호스'가 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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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스케일):★★★
연기:★★
스토리:★★
연출력:★★☆
 
총점:★★
관객 취향: 웃음과 액션을 모두 보고싶은 당신이라면!
 

(사진=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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