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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2.01.11 12:59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스웨덴이 낳은 천재 소설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작품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안타깝게도 원작자는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다.) 원작은 유럽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 내에서도 상당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미 스웨덴 에서도 영화화 되어 성공 했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원작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원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웃나라 덴마크 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라 하며 스웨덴, 노르웨이의 전체 인구의 1/3, 1/5이 읽었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하니, ‘아스테릭스’ ‘틴틴’에 이은 유럽인 들의 자존심이 담겨진 창작물 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비 영어권 국가의 성공한 작품을 가만히 두지 않을 헐리웃 이기에 곧바로 리메이크 작업에 들어갔으니, 이 작업의 메스를 쥔 사람은 [세븐] [파이트 클럽] [벤자민 버튼]의 천재감독 데이빗 핀처 였다. 그리고 여기에 007의 히로인 ‘다니엘 크레이그’와 최근 헐리웃의 신성으로 떠오르는 ‘루니 마라’의 합류는 제작 초기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소문난 잔치의 잔칫상의 내용물은 어땠을까? 이 결과물을 5개의 키워드를 통해 파헤쳐 보기로 한다.
 
1. 관음증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밀레니엄] 이란 잡지사의 기자인 주인공 ‘미카엘’ 에게 스웨덴의 거부인 ‘방예르’ 산업의 총수 ‘헨리크 방예르’는 40년전 실종된 종손녀 ‘하리에트’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것을 부탁한다. 거대 기업과 싸우다 큰 피해를 본 ‘미카엘’은 도움을 위해 어쩔수 없이 그의 요구를 받아 들이고, ‘미카엘’을 감시하던 천재해커 ‘리스베트’도 이 사건에 엮이게 된다. 과연, 40년 동안이나 묻혀온 이 추악한 진실의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방예르’는 ‘미카엘’에게 미종결된 사건이나 다를 바 없는 불가능한 사건을 맡기지만 그의 집요한 추적자 같은 ‘기자정신’에 반해 그를 고용했음을 밝힌다. 그러한 정신이면 먼 과거의 사건도 밝힐수 있단 확신에 차서다. 미카엘의 이 집요함은 어찌 보면 그의 신념의 찬 행동이자 장점 이기도 하지만, 이 행동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몰래 감시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 ‘리스베트’의 불법적인 행동과 묘하게 연계가 된다. 심지어 그의 성적 취향까지 알 정도로 그의 면밀한 모든 행동을 알 정도니 그녀의 작업 또한 미카엘의 기자 정신과 다를바 없음을 보여준다. 즉, 진실을 파헤치는 것과 사생활 침해는 ‘관음증’에 기초되었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관음증’은 정의로운 기자를 만들면서도 때론 그것을 위해 불법 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사건의 핵심인 살인과도 연결되게 된다. ‘리스베트’를 강간하는 ‘복지부’ 직원의 성적 취향과 살인범의 정체는 평범함에 가려진 인간의 두 얼굴적 실체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멀쩡한 인물 이라도 그 내면에 숨겨진 관음증과 같은 정체성이 바로 인간의 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관음증의 광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몇몇 불편한 장면이 있을 수 있기에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음증’은 [밀레니엄]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들의 ‘본능적 욕망’에 충실하며 그대로 움직이는 인간 군상을 상징한다. 캐릭터들을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영화가 새롭게 보여질 것이다.
 
2. 애플
 IT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이야기의 흐름 보다는 ‘애플’ 제품에 대한 시선이 오래 갈 것이다. 주인공들이 쓰는 제품은 애플의 PC계열 제품인 ‘아이맥’ ‘맥북프로’ ‘맥북에어’를 사용 하고 있다. 단순 협찬용 제품의 의미로 보여지는 것 같지만, 애플의 ‘사과마크’가 상징하는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달리 보여질 것이다.
 

 
 오래전 부터 애플 매니아 들로부터 논쟁이 되었던 마크의 비밀중 하나인 천재 수학자이자 컴퓨터 기술자인 ‘앨런 튜링’이 자신의 동성애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과에 청산 가리를 넣고 자살한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는 일화 때문에 ‘애플’의 이미지는 자유를 상징하고 동성애-히피와 같은 일탈적 이미지에 친근한 것으로 인식 되어져 있다.
(원래 사과 마크 유례가 아닌 걸로 판명 되어져 있지만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앨런튜링’ 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심을 갖고 있어 어느정도 연결성은 갖고 있다.)
 
 이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기자 ‘미카엘’ 과 온갖 피어싱과 문신을 몸에 새 기며 남녀-나이 성비를 따지지 않고 사랑을 나누는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 ‘리스베트’와 같은 주인공들과 혼연일체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 기기를 통해 진실과 왜곡된 현실에 저항하니 언제나 저항과 반항을 추구한 애플의 기업문화가 묘하게 연상된다. 즉, 협찬 제품이 이야기 를 만드는 ‘미장센’(연출자의 미학을 담은 의도적 설정) 같은 암시적 역할을 하는 이 묘한 설정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 까? 물론 감독이 그러한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고 해석 은 자유다.
 
 
3. 사진
                                      

 진실을 폭로하고 밝히는데 있어 가장 확실한 증거물은 눈에 보이는 진실이다. ‘증언’이 추측에만 머무는 것과 달리 ‘이미지’는 ‘증거’가 된다. [밀레니엄]의 미스터리 사건의 열쇠는 사진이다. 사건을 증명해줘야 될 장본인과 사람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모두 죽었다. 사람은 자신의 진실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말이 그렇듯이 얼굴이 말하는 진실은 숨길 수 없다. 즉, 사진은 말을 하고 있으며 정지 되지 않은 채 움직 이며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 영화 속의 사진은 또 다른 조연 배우 이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 이러한 사진들을 유심히 보기 바란다.
 
4. 사상
 작품에는 두 가지 사상이 내포되고 있는데, 그것은 유럽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상 이기도 한다. 바로 기독교와 나치즘 이다. 범인은 성경 ‘레위기’의 유대인들의 ‘속죄’와 관련된 제사를 연관 시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것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명작 [세븐]의 ‘잠언’속 ‘7가지 죄’를 이용한 연쇄 살인 방식을 연상케 한다. 인간이 전자에 언급한 ‘관음증’과 같은 ‘본능’에 따라 사는 것은 신에 대한 ‘정죄’로 해석하게 되고, 그에 따른 살인은 마치 정당하다는 것을 범인은 생각 한듯 하지만, 희생자들의 이면에는 ‘적대적 인종’ 이란 이유로 핍박한 ‘나치즘’의 내면이 숨겨져 있다.

 방예르의 가문은 사람들의 존경 속에 살아왔지만, 그 안에 숨겨진 추악한 나치즘의 피가 숨겨져 있었다. 그 피의 원천은 죽어 사라졌지만, 그 씨앗은 살아 본능적 살인으로 부활된다. 이것은 과거 ‘마녀사냥’과 ‘유대인 대학살’ 이라는 추악하고 슬픈 역사를 살아온 유럽인들의 감추고 싶은 상처와 내면을 뜻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 된다. 그래서 인지 [밀레니엄]의 살인은 그 점에서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에 큰 의미 부여나 관심을 두려 한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 설정과 장치를 푸는 방식은 탄탄하고 긴장감은 오래 가지만 그에 따른 큰 반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사건의 결말이 나쁘지는 않지만 보는 이에 따라 맥없이 풀려 버린 것 처 럼 보일 수 있으니 긴장감의 완성도 에는 아쉬움이 든다. 감독이 이 영화에 관심을 둔 곳은 따로 있었다. 바로…
 
5. 부조화
 [밀레니엄]의 진짜 매력은 바로 이것이다. 즉, 전혀 어울리지 않은 ‘부조화’ 스런 존재들이 하나의 ‘조화’를 이룬 결정 물이 된다는 점이다.
초반 ‘메탈’ 스러운 거친 음악으로 시작하다가 잔잔한 스웨덴 북부의 자연과 거친 도시의 영상을 오고가는 장면은 영화 내내 인상적이며, ‘리스베트’ 와 같은 거친 현대 세계에 과거의 향수가 강한 ‘과거의 미스터리’적 사건이 부각 되는 설정은 ‘현대와 과거’의 만남을 의미 하기도 한다. 누가 설마 이 미 종결과도 같은 사건이 풀리리라 생각 했을까?
하지만 그것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주인공인 ‘미카엘’과 ‘리스베트’ 커플이다. ‘커플’이라 하기엔 뭐한 사이 이지만, 초반 감시 당하는 자와 감시자의 역할에서 나중에 서로 돕게 되고 때론 ‘성욕’을 채우기 위한 ‘육체적 연인’이 되고는 한다.
 

 
 그러기 에는 이 둘의 모습이 너무 상반된다. 40대 중반 정도의 나이에 10대 딸을 둔 중년의 반듯한 ‘남성’ 미카엘 과 우리나라 모 케이블 방송의 코미디 프로의 여성 캐릭터(힌트: 안영미)를 연상케 한듯한 거친 외형의 모습을 한 ‘리스베트’의 외형은 너무나 ‘부조화’ 그 자체다. 이들이 이런 상반된 각자의 강한 개성을 뿜으며 서로 ‘조화’를 이루려 하는 모습은 관객을 비롯한 원작의 독자들에게도 색다르게 보여질 것이다.
 
 특히나 ‘리스베트’의 캐릭터는 이 영화의 전부라 봐도 무방하다. 과거의 큰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압박과 시선을 견더 내려 하고, 거친 외형과 달리 남성적인 힘에 크게 당하는 연약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 터득한 지혜로 배로 무섭게 복수하고, 사회의 모든 부정과 시스템을 멋있게 농락 시키며 주인공 ‘미카엘’을 전적으로 도우려는 진실된 모습은 강인한 ‘전사’ 이면서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반전적인 캐릭터다. 즉, 남성과 여성의 모든 매력을 한대 갖춘 캐릭터 라고 봐야 한다. 이 의미를 더 크게 본다면 평화스러울 거라 생각한 ‘복지국가 스웨덴’ 에 숨겨진 추악한 역사(나치즘) 와도 같은 ‘내면의 상처’를 이겨내긴 위한 자신들의 자아성찰적 방식을 이 매력적 이면서 기묘한 캐릭터를 통해 말하려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영화를 해석하고 풀이 하다는 점에서 볼 때 [밀레니엄]은 많은 것을 의미한 작품 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결론적 으로 [밀레니엄]은 심각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은 서브에 불과 하고 전혀 안 어울리는 설정과 강렬한 캐릭터를 통해 그려지는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극장행’을 추천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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