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를 보기 전 꼭 봐야 할 영화 [실리콘 밸리의 신화]
13.08.30 11:12
[실리콘밸리의 신화,1999]
감독: 마틴 버크
출연: 노아 와일, 안소니 마이클 홀
출연: 노아 와일, 안소니 마이클 홀
사람들은 [잡스]가 스티브 잡스를 다룬 첫 영화로 생각하고 있지만 처음 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잡스가 생존하던 1999년 만들어진 TV 영화 [실리콘 밸리의 신화](또다른 제목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 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IT 기술의 격변기에 있었던 70년대를 배경으로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라는 두 명의 살아있는 거목이 어떻게 경쟁하고 성장하였는지를 하나의 위대한 신화 처럼 그려내 IT 업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나 종사자들은 꼭 봐야 할 영화로 추천된 작품이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해서 [실리콘 밸리의 신화]는 완성도가 그리 큰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70~80년대 초기까지만 이야기한 이유는 잡스와 빌의 기나 기면서도 극적인 이야기를 전부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시기에는 한창 두 CEO가 활약하던 시기라 이들의 상세한 이야기를 영상화하기에는 민감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부는 급히 마무리가 되면서 잡스의 화려했던 복귀와 제2의 전성기가 나오길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허나 그런 것을 배제하고 화려했던 7,80년대 실리콘 밸리의 전성기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성공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열정 있는 성공을 부각한 점에서는 남다르게 다가왔던 영화였다. 창업을 꿈꾸거나 무언가 도전의 계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력 덕분에 단순한 교훈이 아닌 자극제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요 장점이기 때문이다.
*괴짜들에 대한 찬가
[실리콘 밸리의 신화]는 IT 역사의 전성기를 이끈 이 주역들을 철저히 괴짜들로 정의한다. 초반부 사뭇 진지하게 PT를 하는 잡스의 모습으로 시작하더니 곧바로 히피와 반전시위가 가득했던 70년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약쟁이'(?) 였던 잡스의 여러 기행과 절친이자 동업자인 워즈니악과 이상한 발명품과 PC 개발에만 몰두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는 같은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빌 게이츠의 대학 시절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은 '공부벌레' 하버드 재학시절 당시 학교생활을 따분하게 생각하며 남다른 일탈을 꿈꾸고 있었던 '괴짜'였던 것이다. 잡스가 워즈니악을 끌어들여 충동적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반면 빌은 그와 다르게 정보를 수집하며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타입이었다.
영화는 이 둘의 타입을 동등하게 그리며 이들의 이러한 '일탈'적 행위를 영웅적으로 그린다. 마약을 하며 사회에 불만을 가진 괴짜와 따분한 일상에 변화를 원했던 괴짜가 IT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순간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나았는지를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미국이라는 나라의 자유주의적인 특색을 강조하는 듯 했다. 어찌됐든 영화는 이 두 명의 괴짜들로 인해 세상이 보편 가능한 진보를 이루었고 어떻게 이들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를 흥미로운 사례를 영상화하며 보여주고 있다.
*청춘이여 도전하라
잡스와 빌은 곧바로 창업의 길에 들어선다. 물론 사실적인 관점에서는 이들은 곧바로 창업을 한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창업전 '아타리'라는 게임회사에서 기획자로 근무 했으며 빌 게이츠는 인턴과 조언자 형식으로 여러 PC 업체들에 도움을 주었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은 '경험'에 불과했고 이들이 성공했던 과정은 바로 '창업'이었으니까.
HP에 입사하려는 워즈니악을 다그치며 차고에서 '애플'을 창업하는 잡스의 이야기와 빌 게이츠가 폴 앨런, 스티브 발머와 함께 코드를 분석해 'DOS'를 만드는 이야기는 흥미롭게 그린다. 특히나 이 둘의 '돌직구'스러운 돌발 행동을 통해 도전의식을 고취하게 만드는데 스티브 잡스는 반팔과 반바지 그리고 히피다운 성향을 버리지 못한채 양복쟁이 들이 있는 은행에 들어가 나무로 만든 '애플I'을 들이대는 장면이 그것이며 빌 게이츠가 친구인 폴 앨런,스티브 발머와 함께 IBM에게 거짓말 같은 제안을 하며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타회사의 시스템을 사들이려는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다.
전문대학을 갓 졸업하고 명문대를 중퇴한 그들은 무작정 세상속에 뛰어들어 겁없이 들이대며 세상을 배우게 된다. 이후 잡스가 '애플II'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으며 말끔한 양복을 입는 장면은 그러한 도전을 통한 경험이 얼마나 큰 교훈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예였다.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대학시절의 필자에게는 이 영화의 장면과 과정이 한편의 인생지침서를 보는 것 같았다.
세상에 영향을 끼친 힘은 거저 들어온 것이 아닌 경험과 과감한 도전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신화는 없다
이 영화의 원제는 [실리콘 밸리의 해적들] 이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성장과 발전이 IT 업계에서는 '신화'와도 같지만 그 실체는 '신화'라 부르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했다. 제목에 '해적'이라는 단어를 붙인것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적'은 대양을 향해 나아가는 낭만적인 존재지만은 필요한 물자와 목표를 위해서라면 도둑질, 살인, 싸움도 불사하는 통제불능의 존재들이다. 실리콘 밸리의 신화적인 존재인 이들도 바로 그렇게 성장했다.
잡스는 '애플'을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함께 했던 동업자들을 배신하거나 버렸으며 독단스러운 운영은 많은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불편한 인상만 주게되었다. 무엇보다도 사생아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시해버린 일화는 비극이었다. 젊은 나이에 백만장자가 되었고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이 남자에게는 이러한 치명적인 사실은 그의 이력에 두고두고 남을 오점이었다.
이는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였다. IBM과 첫 계약을 달성하는 과정은 패기넘치는 행동이었지만 동시에 사탕발림 같은 언변으로 사기를 친것과 같은 행동으로도 정의 된다. 게다가 윈도우의 탄생이 '매킨토시 OS'를 표절했다는 의혹은 지금까지도 화자가 되고있는 논란중 하나였으며 영화는 마치 빌 게이츠가 자신의 도둑질을 정당하다는 듯한 대사를 남겨 그의 오점을 인정한 셈이 되었다. 아래의 대사는 제록스가 개발하다 버린 '마우스'와 관련된 기술과 운영체제 UI설계의 표절 여부를 놓고 대립하는 장면이다.
잡스: 난 너를 믿었고 신뢰하고 가족처럼 생각했어. 근데, 자네는 우리를 마피아 가족으로 생각했나 보군. 허를 찔렀어. 아예 우리 꺼를 훔쳤더군 어떻게 된거야? 완전 사마귀 였어. 먹이를 유혹한 채로 잡아먹는 사마귀 말야
빌: 세상엔 유사한게 많아. 자동차 핸들만 봐도 그래. 아무리 자기 발명품 이라곤 안 해! 좀 솔직해 지자구. 우린 둘 다 제록스라는 부잣집 옆에 살았어. 그 부잣집 문은 뭐든 훔치라고 열려 있었단 말이야. 자네가 그 집에 들어갔을 땐 내가 선수를 친 뒤였다고, TV는 내 손에 있었다고 스티브!!!
그래서 화가 난 거지? "내가 먼저 못 훔쳐가서?"
오로지 앞만보며 달려가던 이들은 향후 '협력'이라는 미명하에 만나게 되지만 위와같은 이유로 싸우게 된다. 영화를 보던 우리는 그들에게 묻게 된다.
"대체 왜 이토록 성장하려고 했나요?"
잠시나마 인생의 전체를 앞만보고 달려가던 그들의 이야기가 달리 느껴진다. 단지 도전이 좋아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그 과정을 무시했던 잘못을 깨닫지 못하며 나아가야 했던 그들에게 남는건 무엇이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인 스티브 잡스는 31번째 생일 이후 자신이 불러들인 펩시 콜라의 CEO 존 스컬리에 의해 회사에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들은 사랑하는 아이들과 자신이 부정했던 사생아 '리사'와 함께 다정하게 지내고 있는 평화스러운 순간을 보여주고 '애플'로 복귀해 앙숙인 빌 게이츠와 손을 잡게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그리며 클라이막스를 맺게 된다.
'신화'라는 미명하에 가해진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인류의 보편적인 진보를 주었지만 행복이 되지 못했고 '가정'과 같은 소박한 '안정'과 '평화'가 이들의 '행복'이 된 셈이다. 20세기 인류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했고 이렇게 끝나게 된 셈이다. 소박하고 크게 주목받지 못한 TV영화 였지만 영화가 보여준 교훈과 마지막 결말은 이들을 동경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한 메시지였다. '야먕'과 '안정' 이중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들처럼 되고 싶으면 '열정'과'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잡스]가 개봉한 현재, 영화를 보며 무언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기전 부가적인 정보를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